시민단체들, "생태계 파괴 논란 핵심 본격적 가시화"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공사로 인한 생태계 파괴 논란의 핵심이었던 지하수 고갈 문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2월 26일, 원효터널 사갱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양산시 웅상읍 주남리, 소남리, 주진리 일대의 계곡물이 마른데 이어, 1월 25일부터 원효터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인근 대동아파트의 식수로 사용되어 오던 지하수가 고갈된 것이다.



지난 십수년간 가뭄에도 마르지 않던 계곡수와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는 현상은 원효터널의 발파와 굴착 공사가 진척되면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터널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과 고층습지 훼손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유력한 징후라는 게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얘기다.

아울러 천성산 원효터널과 북한산 사패산 터널 공사가 지하수 유출 영향평가만 제대로 실시했더라도 단순한 지역 환경문제에 그쳤을 수 있었다는 연구도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이정호  책임연구원은 12일 ‘터널로 인한 지하수영향 저감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원효터널과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의 지하수 예측 유출량이 지하수를 직접 시추하지 않고 문헌상 자료를 근거로 추계된 탓에 실제 유출량보다 부풀려지는 등 큰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처럼 잘못 예측된 지하수 유출량 계산 때문에 천성산과 사패산 주변 생태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알려져 두 공사와 관련된 환경분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천성산의 경우 지하수가 유출되면 주변 늪지대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일부 환경단체 등에서 제기돼 사회적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연구원 등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패산 터널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벽면에서는 지하수 유출을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 없었다. 터널 말단부 배수구에서 나오는 지하수 유출량도 극히 소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순수 지하수 누적 유출량은 5,600㎥/ℓ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착공전 사업자측은 터널 구간 2,112m를 통틀어 지하수가 3만4천㎥/ℓ가 유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또 강남순환고속도로 사업의 경우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지하수 영향평가도 동시에 실시돼 환경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성산과 사패산 터널의 경우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진 후 10년이 지나서야 지하수 영향조사가 이뤄지는 등 체계적인 환경영향평가가 시행되지 않아 분쟁이 장기화되고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지하수 유출 영향평가를 환경영향평가 초기 단계에서 실시하고 평가기간도 최소 6개월 이상 유지해야 하는 등 정밀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와관련 정부가 나서서 터널공사와 지하수 유출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천성산 환경영향공동조사를 통해서 정밀하게 조사되고 규명되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천성산 터널공사가 지하수 유출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고층습지 훼손과 생태계 파괴 우려가 천성산 논란의 핵심. 따라서 민관이 합의로 진행하고 있는 환경영향공동조사를 통해서 최대한 객관적 결과를 도출하고, 천성산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이루려한다면, 이번에 발생한 지하수 고갈 문제와 터널공사의 상관관계를 공동조사단의 정밀조사를 통해 명확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는 향후 공사가 진행될수록 발생할 수 있는 환경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민단체들은 환경부가 지하수 고갈과 관련하여 즉각적인 실태 파악 및 환경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나설 것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천성산 터널공사로 인한 환경영향의 핵심적 사항이었던 지하수 유출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환경부는 규탄받아 마땅하다"며 "환경영향의 징후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환경영향평가 사후관리 의무마저 저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는 명백히 환경부의 직무유기이며, 정부 주도의 국책사업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 갈등에서 대단히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기존의 태도를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천성산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논쟁이 객관적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속에 합리적으로 해결되길 원한다"며 "국책사업이란 미명으로 최소한의 합법적 절차마저 무시해가며 막무가내로 진행해온 정부 관행이 천성산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어왔다. 이제라도 정부가 천성산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원한다면, 현재 드러난 지하수 고갈 문제를 정확히 규명하기 위한 과학적 정밀조사를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명은 기자 jung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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