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 등 20대 위주 블랙컬러 제품 출시 즉시 품절

얼마 전, 대학생 김경진(24)씨는 남자친구로부터 MP3를 선물 받았다. 목에 걸도록 되어있는 디자인으로 오래 써도 질리지 않고, 고급스러운 느낌에 반해 블랙컬러를 선택했다. 온라인쇼핑몰 내에서 블랙컬러는 바로 품절되는 인기제품이라 배송까지는 며칠이 걸렸다.
회사원 은경아(27)씨는 멋을 내기 위한 패션아이템으로 명품브랜드의 손목시계를 구입했다. 올 봄부터 입게 될 화이트컬러 의상을 고려하여 구입한 블랙컬러의 시계가 세련되게 매치돼 크게 만족하고 있다.

‘블랙’이 탄생시킨 어퍼블랙족(Upper Black족)

화사한 봄꽃 소식이 들려오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불어온 블랙 제품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 검은색이 주는 당당하고 차분하며 지적인 이미지가 젊은 층에게 꾸준히 소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퍼블랙족(Upper Black족)’이라는 2006년 트랜드를 이끄는 새로운 집단으로 등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퍼블랙족이란 ‘블랙’ 컬러가 주는 최고급 이미지와 가치를 동경, 열광하는 20, 30대 대학생 및 전문직 직장인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이들은 안정된 경제력과 유행에 민감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감각적인 소비주체로 블랙의 의상과 제품 등을 주로 구매하는 세대이다.



션잡지, 컬러 TV 등 다양한 색상매체에 길들여진 신세대들은 컬러를 통해 자기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며, 옷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통해 개성을 표출한다는 ‘LG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처럼 어퍼블랙족 역시 블랙의 이미지로 자기 자신을 표현한다.

어퍼블랙족을 중심으로 시작된 ‘블랙’ 컬러바람은 패션 잡화, 화장품뿐만 아니라 식품, 가구,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폰, IT 등과 같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단순한 ‘상품’이 아닌 ‘컬러’를 구입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실제로 상품이 좋고 싫다는 판단의 60~90% 정도가 컬러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미국 컬러 리서치 연구소(ICR)의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 한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기업에서는 ‘블랙’이 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적극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가방 안에는 블랙컬러에 슬림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화장품, 휴대전화기, 디지털카메라, 전자사전 등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초콜릿 폰, 블루블랙 폰, 트롬 블랙, 블랙카드 등 블랙을 제품명에 직접 활용한 사례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대의 패션코드는 ‘블랙라벨’(Black Label)

어퍼블랙족들이 열광하는 패션 테마는 다름아닌 ‘블랙라벨’(Black Label)이다. ‘블랙라벨’이란 고급소재와 디자인을 사용하고, 고가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희소성과 고품격 이미지를 부여하는 제품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는 것.

블랙라벨을 출시하고 있는 버버리, 휴고보스, 테스토니, 쌤소나이트 등 해외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인 코오롱패션의 ‘맨스타’ 역시 비접착 명품 ‘블랙라인’을 선보였다. 패션액세서리 전문브랜드인 MCM 또한 이태리 현지에서 생산하는 최고가 ‘MCM 블랙라벨’을 새롭게 출시했다.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블랙라벨 제품은 고가전략을 통해 제품과 브랜드에 희소성과 고품격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차별화를 주고 있다. 앞으로 패션 외 다른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블랙’을 메인 컬러로 한 화장품 패키지들을 내놓고 있다. 샤넬, 바비브라운, 맥 등 유명 해외브랜드에서 오래 전부터 제품출시에 블랙컬러를 반영하고 있으며, `랄프로렌`에서는 패키지와 제품명에 ‘블랙’을 직접 사용한 남성타깃 `폴로 블랙` 향수를 선보였다.

3월 중순 새로운 메이크업 라인을 출시한 ‘엔프라니’는 변화에 민감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데 적극적인 20대 여성들의 취향을 반영, 제품패키지를 블랙컬러로 리뉴얼 하였으며, 대표적인 제품명도 ‘슬림 블랙 팩트’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엔프라니 브랜드 매니저 오수미 팀장은 "20대 소비자의 구매 요인이 제품의 기능 중심에서 감성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컬러 마케팅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더욱 부각되고 있는 추세"라며 "현재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블랙 컬러 마케팅’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대세로 보고, 제품개발 시 블랙컬러가 주는 고품격의 이미지를 살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휴대폰, 노트북…디지털 전자제품에서 시작된 ‘블랙’ 바람

지난해에 이어, 2006년 휴대전화 트랜드는 작고 슬림하며 블랙컬러인 세련된 스타일이 식을 줄 모르고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싸이언 블랙라벨 ‘초콜릿폰’은 지금까지 34만5000대나 팔릴 정도로 젊은 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 측은 ‘초콜릿’이라는 애칭과 더불어 심플하지만 세련된 블랙컬러의 디자인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시킨 최대 요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초콜릿폰은 화이트 초콜릿폰 출시 이후에도 블랙라벨이라는 테마를 유지하며 블랙이 갖고 있는 고품격의 가치를 연장시키고 있다.

블랙폰의 원조격인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D500) 역시 유럽베스트 디자인상을 수상한데 이어 한국색채학회가 선정하는 ‘2005 한국색채디자인 대상’을 받았으며, VK모바일의 초슬림 블랙폰과 모토로라 레이저폰 또한 젊은 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노트북 PC에서도 `블랙 컬러` 유행이 한창이다. 과거 투박한 검은색과 달리 소비자들의 섬세한 취향에 맞춘 `고품격` 블랙을 내세우는 것. LG전자의 X노트 `S1-J214K` 모델은 `초콜릿 폰` 디자인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에 고광택의 `크리스털 블랙`으로 단정함을 강조했으며, 소니는 블랙 노트북 PC인 바이오 `사파이어 블랙`(VGN-TX17LP/B)을 내놓았다.

식지 않을 블랙의 가치

해외에서는 상류층 1%를 겨냥한 카드로 일찌감치 블랙 컬러를 사용했다. 아멕스 카드에서 1999년에 출시한 `센추리온(Centurion)`은 `블랙 카드`로 더 잘 알려져 있을 정도.

현대카드는 VVIP 고객을 대상으로 연회비 100만원의 `더 블랙(the Black)` 카드를 출시하면서 블랙 컬러를 사용했다. 블랙은 궁극적인 완성과 품위, 중후한 느낌을 전달해 대기업 CEO 등 VVIP 회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는 것.
이미지컨설팅회사 ‘㈜이미지21’ 전선아 실장은 "각각의 시대와 문화흐름에 따라 컬러 이미지가 달라진다"며 "기존의 ‘블랙’이 가진 권위적, 보수적이며 어둡고 강한 이미지가 최근 감성에 소구하며 안정감, 동경, 명품 등 고급스럽고 세련된 긍정적 이미지로 부각되기 시작하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컬러코드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IT, 생활용품 등 생활 전반에서 널리 쓰이며 20대의 감성과 스타일을 공략, 어퍼블랙족이라는 새로운 집단을 낳기도 한 ‘고품격 블랙컬러’의 성공 마케팅은 올해에도 식지 않을 전망이다. 강수지 기자 nabi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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