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우는 못난 남편...결국은 여자 못난 탓이더라"
"바람 피우는 못난 남편...결국은 여자 못난 탓이더라"
  • 승인 2006.04.26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이낙연의 어머니에 관한 추억 4회



<며느리를 다루는 지혜>

막내 남동생이 결혼한 직후의 아버지 기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처럼 저희 4형제가 부부 동반으로 시골집에 모였습니다.

아버지 생전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셨을까요? 갑자기 어머니는 며느리 넷에게 남자의 외도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바람피우는 것, 천하에 못난 남자들이 그런 짓 한다. 내가 낳은 자식들 중에는 그런 못난 자식 없을 것이다.”

어머니는 먼저 아들들에게 쐐기를 박았습니다. 그러시더니 며느리들에게 혼잣말을 계속 하셨습니다.

“그러나 내가 겪어보니 결국은 여자 못난 탓이더라.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지야. 느그(너희)들은 그런 일 당하지 말고 살아라.”

참으로 묘한 방법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들들과 며느리들을 그렇게 가르치셨습니다. 어디에서 그런 지혜가 나왔는지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생일이면 참기름 불을 켜고 기도하다>

장남인 저에 대한 어머니의 정성은 ‘지극’을 뛰어넘었습니다. 제 위로 형이 두 사람 있었는데 모두 어려서 세상을 떴습니다. 형들과 달리 제 누나는 어려서부터 건강했습니다.

아버지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딸은 건강하게 잘 자라는데 아들은 계속해서 죽는 것이 아버지는 영 싫으셨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외도가 시작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때에 제가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로서는 당신의 모든 것이 걸린 아들이었겠지요. 저에 대한 어머니의 정성이 커진 데에는 그런 영향도 꽤 있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제 생일이면 어머니는 작은 시루에 떡을 하셨습니다. 그 떡 시루를 안방 윗목에 모셨습니다. 어머니는 시루 속의 떡 위에 불을 켜고 한참씩 기도하셨습니다. 그 불은 작은 종지에 참기름을 넣고 그 참기름에 실 심지를 담아 붙인 것이었습니다. 불도 작고 예뻤지만 냄새도 참 고소했습니다.

다른 형제자매의 생일에는 어머니가 그렇게 하지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제 생일이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시루떡 위에 참기름 불을 켜놓고 뭔가를 비셨습니다. <이낙연님은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