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한 시간 동안에 만나는 서울 뒤집기



출근길,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버스도 쌩쌩 달립니다. 도로는 자동차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동차들이 뿜는 매연, 코끝이 매캐합니다. 쉼터에서 30분, 청량리 로터리를 지날 때부터는 풍경이 바뀝니다. 삶의 변두리가 아닌 한복판이 펼쳐지는 탓입니다. 길가에 늘어선 삶의 한복판, 삶의 모든 것…. 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청량리시장이 있고, 청과물 시장이 있고, 경동시장이 있고, 제기시장이 있고, 경동 한약재 시장이 있습니다. 모든 재래시장들이 한 곳에 얽히듯 설키듯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안의 삶들도 그렇게 또 얽히고 설킨 채 하루를 맞습니다.

언급한 어느 시장에도 공통된 모습들이 있습니다. 오늘 여기서 소개하는 바로 그 분들입니다. 우리의 할머니, 우리의 어머니들의 모습입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길거리에 앉아서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의 대다수가 우리의 할머니, 우리의 어머니들입니다. 아마 10명중 아홉 명은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장을 이용하는 무수한 수효의 사람들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습니다. 또다른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입니다. 이들은 이른 새벽 문을 여는 이곳 시장에 나옵니다. 이곳에 이른 새벽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는 식당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승용차나 트럭 등을 가지고 옵니다. 그리고 그날 팔 양만큼의 야채나 생선, 고기 등을 삽니다.

하지만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의 손에는 매번 커다란 크기의 빈가방이나 빈손수레 등이 들려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커다란 크기의 빈가방은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만큼 불룩해집니다. 빈손수레도 가득 채워집니다. 이들은 이고, 지고, 들고, 끌거나 밀면서 또 어디론가 힘겹게 걸음을 옮깁니다.

이른 아침, 이들이 걸음을 옮기는 곳은 어디일까요. 물론 또다른 삶의 현장입니다. 오늘 아침 너무도 힘겹게 가방을 메고 손수레를 끌면서 걸음을 옮기시는 80대의 한 할머니에게 여쭸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왜…광명서 왔는디."

"그럼 이렇게 무거운 짐을 들고 광명시까지 가신단 말이에요??"
"그려…차가 데려다 주는디 뭐…."

물론 차는 전철을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십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무겁지 않으세요?"
"아, 무겁기야 무겁지…근디 먹고 살아야 하니께."

"안에 들어 있는게 다 뭐죠?"
"팔 것들이여…."

그랬습니다. 할머니는 매일 아침 경동시장에 나오시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에 나와 그날 하루 팔 야채며, 생선 등을 한가득 가방 한 가득 산 뒤 다시 할머니의 삶의 터전이 있는 광명시로 돌아가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 길거리에 앉아 이곳에서 사 간 야채들을 파는 것입니다.

"사 가서 다시 팔으면 많이 남아요?"
"남긴 뭐가…그냥 나 혼자 먹고 사니께."

할머니는 혼자 사신다고 했습니다.

비단 이 할머니 뿐 아닙니다. 오늘 아침에만도 6-7분의 70-80대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하나같이 커다란 짐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손에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계셨습니다. 광명시 할머니와 똑같은 경우입니다. 누구도 이들의 짐을 대신 들어주지 않습니다. 독자님들도 경험했을 겁니다. 복잡한 출근 전철안. 발디딜틈 없이 빼곡한 사이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짐을 들고 전철에 오르는 할머니들을요. 대부분 사람들 인상부터 씁니다. 기자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왜 하필 이런 시간에…"하는 식이죠.

경동시장을 지나면서, 그리고 그 무거운 짐을 진 할머니, 어머니들을 뵈면서 부끄러움이 치솟더군요. 모두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일진데요.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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