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레이온 악몽 부영, 이번엔 중금속 오염 부지에 아파트 건립??
원진레이온 악몽 부영, 이번엔 중금속 오염 부지에 아파트 건립??
  • 승인 2006.08.02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금속 대량 오염 마산 한국철강 부지 아파트 건립 추진 파문

㈜부영이 아파트 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경남 마산시 월영동 615 옛 한국철강 부지에 인체에 치명적인 비소 카드뮴 아연 크롬 등 중금속이 대량 매립돼 있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사업승인을 해 준 경남도와 마산시, 시행사인 부영은 지하층을 건설하지 않기 때문에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 사업승인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희대와 경남대 토양조사 결과 상반되게 나와

27일 경남도와 마산시에 따르면 부영은 지난해 옛 한국철강 부지 25만800㎡에 3300가구의 아파트를 건축키로 하고 사업승인을 신청했지만 지질조사 결과 지하층에 건설폐기물과 철강 슬러지 등이 대량 매립된 사실이 확인돼 전문기관에 의뢰해 토양조사를 실시한 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업승인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영은 지난해 경희대와 경남대에 사업부지에 대한 토양조사를 의뢰했고, 지난 5월 경남대에서 조사한 용역 결과를 제출해 지난 7월1 사업승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대 조사 결과에는 토질여건이 아파트건설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희대의 조사 결과 이 지역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땅은 경남도와 마산시로부터 "아파트를 지어도 좋다"고 허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도는 사업승인을 내 준 근거로 지난 6월 제출된 경남대 환경문제연구소의 용역 결과를 지목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폐기물을 그대로 놔 둔 채 아파트를 지어도 유해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의문점이 있다. 부영은 왜 도가 지시한 용역 외에 경희대에 따로 용역을 의뢰한 것일까. 경희대 용역 결과를 마산시와 경남도는 몰랐을까. 또 같은 터를 두고 벌인 두 대학의 용역 결과가 이토록 상반된 이유는 무엇일까.
경희대 지구과학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철강 부지 토양환경평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마산시 월영동 옛 한국철강 부지의 일부 지역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비소, 카드뮴, 아연, 불소)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암물질로 알려진 비소의 경우 아파트 부지에서 채취한 200여 개의 시료 중 78% 가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비소의 경우 기준치의 최대 16배를 초과한 경우도 있었으며, `이타이이타이병(카드뮴 중독증)`을 유발하는 카드뮴은 14배, 크롬은 3배, 불소는 8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금속은 적은 양으로도 간과 신장 등 신체 장기에 중독증상을 일으키거나 신경계통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토양이 중금속에 오염됐을 뿐만 아니라 지하수와 지하에서 솟아나는 용출수 수질도 모두 생활용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철강 터 지하 용출수 두 곳과 지하수 다섯 곳 모두 일곱 군데를 검사했는데 모두 생활용수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조사됐다.
경희대 연구소는 2단계(정밀)조사보고서에서 "지하수는 토양 암석과 오래 접촉하기 때문에 수질은 토양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오염에 따른 적절한 처리방향을 찾는 기초자료 제공이 조사 목적"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철강 터의 지하수 흐름은 가포 갈마봉에서 들어와 바다로 나가고 있는데 지하수위는 대체로 땅 밑 1.5m 정도"라 했다. 이를테면 기준 이하 부적합한 지하수가 마산만으로 흘러드는 셈이다.
경희대 연구소 조사 결과를 항목에 따라 나눠보면 일반세균이 일곱 곳 가운데 여섯 곳에서 기준을 넘어섰고 산성화 정도를 알아보는 pH와 염소이온, 비소, 시안, 페놀도 기준보다 많았다.
수질 기준이 5.8-8.1인 수소이온농도(pH)의 경우 최대 10.7까지 나오는 등 두 곳이 기준을 초과하고 있었으며 총대장균군도 여섯 곳에서 470-650이 나왔으나 기준인 5000 안에는 들었다.
반면 일반세균(기준 100)은 검출된 여섯 곳에서 3800-5800 수치를 보여 최소 38배가 많았고 0.01ppm이 기준인 시안도 세 곳에서 나타났는데 한 군데는 기준과 같은 0.01이고 나머지 두 곳은 제각각 0.05와 0.06을 보였다.
시안은 도금이나 야금 등에 쓰이는 물질로 인체 흡수가 빠르며 살갗을 통해서도 몸속에 들어오는데 세포에 있는 철 성분과 결합해 세포 호흡을 가로막는 작용을 한다. 치사량은 시안화수소 50-100mg, 시안화칼륨 150mg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기준치가 0.005ppm인 페놀도 한 군데에서 기준보다 높은 0.009가 검출됐는데 페놀은 살균제로도 쓰일 정도로 독성이 있기는 하지만 고약한 냄새가 심하기 때문에 수질 기준에서 제한하고 있다.
이밖에 기준이 250ppm 이하인 염소이온은 한 곳에서 유독 많은 1345가 검출됐고 나머지 여섯 곳은 26-94 분포를 보였고 질산성 질소는 일곱 군데에서 모두 검출됐으나 기준치 20ppm에는 못 미치는 0.2-5.9 수치를 나타냈다.
부영의 요청으로 시행한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부터 두 달간 1~2단계 기초 정밀조사로 진행, 토양오염공정시험법에 따라 토양오염물질 16개 항목을 분석했다.

부영 "경희대 보고서는 여러가지 용역 중 하나" 오리발

이에 대해 부영 관계자는 경희대 용역에 대해 "아파트를 짓고 분양을 하려면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며 자체적으로 벌인 여러 가지 용역 중 하나"라며 "왜 내부 자료가 유출돼 이런 말이 오가는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사업승인에 필요한 용역은 경남대에 의뢰해 "문제없다"는 결론을 받았으니 내부 문서인 경희대 용역 결과를 밝힐 필요까지 있느냐는 말이다.
관계자는 내부 문건이 마산시청에 제시된 데 대해 의혹도 제기했다. 그 과정에 뭔가 석연치 않은 의혹이 있다는 얘기다.
따로 경희대에 용역을 의뢰한 이유에 대해 민원이 제기됐거나 환경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부지 매입 때 폐기물이 있는지 몰랐고 오염 문제 때문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경희대 연구소에 보낼 시료를 채취하는 과정에 부영이나 시 관계자가 입회하지 않았다"며 "이번 파문을 계기로 다시 토지 오염 조사를 실시해서 같은 결과가 나오면 조치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외에도 부영은 경희대 연구소에서 마산시청에 보낸 문제의 용역 보고서를 역시 내부자료라는 이유를 들어 회수했고, 경희대에 용역을 의뢰했을 때도 한국철강 터를 주택지역이 아닌 공장지역으로 분류해 훨씬 헐거운 기준치가 적용되도록 했다.

마산시 안이한 대처

앞서 지적한 대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경희대 용역 자료는 지난해 말 부영과 마산시청에 한 부씩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를 받은 환경보호과는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할지 몰라 12월 초와 말 두 차례에 걸쳐 환경부에 질의를 하게 된다.
환경부는 처음에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를 것을 권유했으나 나중에는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하는 오염토양은 토양환경보전법의 규정에 따라 정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관련 부서는 일부 오염물질에 대한 정화 조치를 내렸지만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주무부서인 주택과에 주요 사안으로 보고하지 않았고, 그 사이 부영은 경희대 자료를 회수해 갔다.
부영은 사업에 불리하니 쉬쉬했고, 마산시는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아파트 개발 사업을 거침 없이 진행시킨 원인이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 사실을 안 이상 기준치에 맞춰서 토양을 개량한 후에 사업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두 연구소가 같은 터를 두고 상반된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경남대 연구소 관계자는 "조사 물질이 다르고 적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업의 대상과 근거법이 다르다는 것. 경희대의 `한국철강 부지 토양환경평가`는 토양환경보존법에 따라 토양을 조사했고, 경남대의 `한국철강 부지 폐기물에 대한 환경성 검토`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폐기물만을 조사했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땅 아래 폐기물과 폐기물을 덮고 있는 흙을 조사해서 오염 정도가 다르고, 그에 따라 아파트를 지어도 된다, 안된다는 상반된 결론이 나왔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실제 이런 용역이 맞다면 시와 도는 부영에게 철강 폐기물을 매립한 한국철강 터의 특수성을 고려해 두 용역 결과를 모두 검토해 사업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옳다.
철강 폐기물을 매립해 만들어진 땅이므로 폐기물관리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땅 위에 아파트가 들어서 1만여 명 주민의 삶터가 될 것이므로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야 하는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복원 명령의 주체인 마산시의 대응이 주목된다.

왜 또 부영인가?

한편 부영은 지난 83년 호남지역에서 주택건설 사업을 시작해 진행사업지와 예정지, 완료지를 합쳐 모두 230지구에 17만8914가구(임대분양 15만2749가구 일반분양 2만6165가구)를 분양할 정도로 입지를 다졌다. 99년 12월 자본금 700억 원으로 증자한 부영은 95년과 98년, 99년 주택건설 실적 1위를 차지하면서 명실공히 국내 대표적인 주택건설업체로 자리잡았다.
마산에서는 이른바 `금싸라기` 땅이라 할 만한 월영동 한국철강 터 24만5730㎡(7만4000여 평)를 1667억에, 오동동 한국은행 터 5110㎡(1500여 평)를 84억3000만원에 매입해 지난해 마산에서 토지 재산세를 가장 많이 낸 회사가 됐다.
부침도 많았다. 남양주 도농동 원진레이온 터에 아파트를 건립할 당시에도 토지 오염 문제가 거론됐었고 또 임대아파트 임대료 시비가 일어나는 등 의혹도 제기됐었다. 또 2004년 부영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으로 불거진 `부영게이트`를 겪으며 한 때 경영난 악화에 한국철강 터 매각설까지 돌았다.
부영은 아파트 전문 건설업체면서 도심 속 공원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한국은행 터를 매입해 황철곤 시장과의 연관설이 나돌았고, 올해 초 한국은행 터를 마산시가 갖고 있는 한국철강 터 바로 앞 가포 1대대 부지와 맞교환한다는 발표에 특혜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어 한국철강 터 아파트 개발 계획 승인 과정에서도 철저히 한일합섬 터 사업 뒤에 숨어 `쉽게 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마산시가 연 시민공청회에 부영은 기본적인 계획안도 내놓지 않았고 뒤이은 주민대책위원회의 공청회 토론회 요구에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강성일 기자 steel386@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