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벌 매립 국가산업단지 조성 개발사업 찬반논란 신경전 가열화

서해의 마지막 갯벌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여 있다. 서천 장항갯벌을 매립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개발사업 때문이다.

개발에 대해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대립이 거세다. 장항갯벌도 새만금의 뒤를 밟을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항산업단지 착공 지연은 환경문제

17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장항국가산업단지 사업이 뒤늦게 찬반논란에 휩싸이면서 개발여부에 대한 신경전이 가열화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전국사무처장단과 서천군어민회장, 비인어촌계장, 서천군 김양식협회회장 등 50여 명은 장항산단조성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반면 장항국가산단 조기착공추진위와 서천군 관내 사회단체장 20여 명은 장항산단의 조기착공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서천군 장항읍 마서면 일대에 조성되는 장항국가산업단지는 1989년 군산지구와 함께 국가산업단지(군장산업단지)로 지정되었으나 착공이 지연됐고 지난 2004년부터 사업지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다.

군장산업단지는 장항과 군산 앞바다를 메워 국내 최대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면서 장항산단은 445만평에 사업비로 1조3000여 억원이 확정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장항쪽을 제쳐놓은 채 군산쪽 위주로 모든 개발사업을 벌여왔다. 현재 군산쪽은 600여 만평의 산업기지가 조성돼 140여 업체가 입주해 있다. 하지만 군산쪽 산업단지의 입주율이 20% 선 밖에 안돼 장항산단 개발은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장항산단의 착공이 지연되는 이유는 환경문제다. 해양수산부는 보완된 환경 영향평가서를 여러 차례 제출했지만 계속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개펄을 보존해야 하고 세계적 보호종인 검은 머리 물떼새의 서식처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남도와 서천군은 표면적 이유가 환경일 뿐 중앙정부가 호남위주의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장항쪽이 소외됐다고 여기고 있다.

충남도와 서천군, 호남위주 정책으로 장항 소외

이에 따라 충남도와 개발을 주장하는 서천군민 일부는 전북과 충남을 아우르는 장항-군산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강력하고 조속한 사업추진을 요구한데 이어 이완구 지사와 서천군수, 류근찬 의원도 중단된 지속사업추진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항산업단지 개발은 해양수산부의 결정을 앞두고 지난주 서천군이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지난 25일 이완구 도지사와 서천군수가 도청에서 개발을 촉구하면서 개발 찬반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충남도는 이완구지사가 취임 이후 장군국가산단 조성을 대표적인 미제사업으로 지목하고, 균형발전의 지표가 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 왔다. 또 보령서천 류근찬 의원도 지난 25일 국비낭비와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해 온 장항개발을 서둘러줄 것을 촉구했다. 류 의원은 "대형 국책사업이 추진돼다 중단, 방치되는 것은 지역과 지역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국책사업추진에 소극적인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일부 지역민들이 개발재개를 촉구하는 것은 장항산단 등 국책사업이 장기표류를 하게 되면서 충남지역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다. 게다가 행정복합도시의 건설과 도청이전 등 대형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지역균형발전에 이들 국책사업이 역개발효과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환경단체, 장항 갯벌 생태계 보고 매립중단 촉구

장항산단 개발을 반대하고 있는 환경단체와 어민들은 장항 갯벌이 생태계의 보고라며 장항산단 착공만이 지역발전의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갯벌매립 중단을 촉구했다. 서천군어민회 및 어촌계, 환경단체 등은 삶의 터전인 청정 갯벌을 매립해 공단을 조성한다는 것은 국가 경제력을 오히려 저해하고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전국 사무처장단과 서천군어민회, 비인어촌계, 서천군 김양식협회 등은 지난 21일 금강환경교육센터에서 모임을 갖고 장항산단 조성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장항 갯벌은 천연기념물 제326호 검은머리물떼새 등 각종 철새들이 거쳐가는 동아시아 최대 월동지일 뿐만 아니라 서해안 생태계의 보고로 가치가 있다"며 "현 정권 및 지역 정치인들이 17년동안 장항산단 착공만이 지역발전의 대안인 첫처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만큼 현 정부는 갯벌매립 정책을 즉각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장항에서 10㎞밖에 떨어지지 않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갯벌 및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징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우봉 서천군어민회장은 "서천군의원들이 바다의 주인이며 삶의 터전인 1만여 어민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해수부를 방문, 장항산단 착공을 촉구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일 성명서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갯벌생태계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면서 "서둘러 법제를 정비해 무분별한 연안 매립과 간척을 금지하고, 그나마 남은 갯벌을 살리고 바다를 살리는 일이 정부의 일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시화호(경기도 시흥-화성), 화옹호(경기 화성), 석문호(충남 당진), 홍보호(충남 홍성-보령), 동아매립지(인천), 서산 간척지(서산) 그리고 영산강 하구둑, 낙동강 하구둑, 금강 하구둑 등이 막히고 썩고, 지역사회의 황폐화로 나타난 환경재앙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서해의 핵심 갯벌이라는 환경영향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다수 여론을 핑계 대며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장항산단 계획이 지지부진해진 것을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이라고 모는 것은 정부의 무책임한 모습"이라며 "장항산단은 인근 군산 공단의 입주율 20%가 확인시키는 것처럼,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 원인이며 계속되는 간척사업의 실패에 책임을 묻는 지역주민과 국민의 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천의 어민과 지역주민들도 지난 9일 충남도청 앞에서 이완구 충남지사의 장항국가산업단지 착공 촉구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주민들은 집회에서 "중앙정부 기관들이 사업의 타당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시점에서 몇몇 지역개발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망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의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서천 장항 갯벌매립은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진정한 삶의 터전과 어민의 생존권을 파괴하고, 지역 주민의 생계를 위태롭게 하는 무분별한 개발로 서천군을 죽음으로 끌고 들어가는 무지한 행위"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또 "새만금으로부터 불과 10km도 떨어지지 않은 장항갯벌을 매립하여 국가산단을 조성하는 것은 이미 수차례의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그 경제성과 타당성이 없음이 증명되었다"며 "그런데도 지역의 어민과 지역경제에 엄청난 경제적, 자연생태적 혜택을 주는 갯벌을 매립하려는 것은 지난 18년간 서천의 지역주민을 속여 왔던 것에 이어 다시 한 번 서천을 속이려는 기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해양수산부 등 국가기관들 생태계 파괴 우려 의견 피력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 국립환경정책평가원 등 국가기관들은 생태계파괴를 우려하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환경영향평가 검토협의회 등을 통해 "사업지구는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갯벌이 잘 발달돼 있어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며 "갯벌매립은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 훼손은 물론 해양환경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도 지난해와 올해 초 잇단 환경영향평가 검토협의회를 통해 "갯벌 매립시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게 되고 우수한 자연경관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주변 해양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한일공동갯벌조사단원인 사토 신이치 박사도 올초 매립예정 부지인 마서면 죽산리 갯벌의 생태조사를 통해 "새만금 갯벌보다 생물종이 많다"며 "갯벌을 매립하려는 한국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새만금에서 세계 신종 조개류를 발견,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는 갯벌 전문가다.

한편 현재 이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가 환경영향평가에 갯벌의 경제성에 대한 의견을 첨부할 예정이어서 찬반논란 속 개발여부에 대한 평가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순애 기자 lees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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