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갯벌, 갯벌은 생명 그 자체이며 곧 삶
새만금은 갯벌, 갯벌은 생명 그 자체이며 곧 삶
  • 승인 2006.08.11 1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녹색연합 회원들이 가 본 새만금

군산, 김제, 부안을 이으며, 동진강, 만경강, 서해바다를 잇는 새만금 친환경 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분명 수업시간에는 새만금간척사업은 좁은 땅덩어리를 넓이고 비옥한 농토를 만드는 우리나라 최대의 간척사업으로 뿌듯해하며 배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실제로 새만금에 대해서 공부하고 직접 가보니 암담한 현실 앞에 할 말이 없었다. 새만금을 위해 투쟁하시고 분개하셨던 수많은 분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분들이 어떠한 신념과 믿음으로 그렇게 울분을 토하셨을까? 매스컴을 통해서 수없이 보도되고 이슈화되었던 새만금, 그 속을 들여다 보자.

갯벌은 생명 그 자체이며, 곧 삶이다. 갯벌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갯지렁이, 게, 조개, 물고기, 새들… 그들만의 삶의 질서를 통해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바로 갯벌이다. 우리 선조들 또한 갯벌과 함께 삶을 이루고 살았다. 밀물과 썰물이 만든 천연 어장으로 밀물 때는 바다까지 나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썰물 때는 갯벌이 되어 손쉽게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역사가 8000년이나 이어졌나보다.

새만금은 우리나라의 갯벌 중에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종과 생물들이 공존하는 또한 인간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한 곳이었다. 하지만, 2006년 4월 21일,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완공되면서 더 이상 그 곳은 갯벌이 아니었다. 더 이상 바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바짝 메말라 버린, 쩍쩍 갈라진 황무지가 되고 말았다. 생명을 앗아간 곳에 다시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단 말인가? 과연 새 생명이 태어날 수 있을까? 끝없이 이어진 지평선이 아닌 푸른 물결 넘실대는 수평선이 보고 싶다.

갯벌에서 제일 처음 만난 것은 참게의 구멍이었다. 가뭄이 든 황무지에 쏙쏙 올라와 있는 참게 구멍들… 정말 달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참게구멍은 마치 일본이 식민지시절 우리나라 곳곳에 박아놓은 쇠말뚝을 뺀 상처투성이 구멍 같았다.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정말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게 되었을 때 참게들이 갯벌아래 숨어 있다가 비가 오자, 바닷물이 들어오는 줄 알고 구멍 밖으로 올라온 참게들이 비가 그치자 곧 말라버린 갯벌에 그 작은 몸을 숨길 곳이 없어 그대로 말라서 죽어버렸다. 조개 역시 마찬가지다. 백합이 유명한 부안에서 이젠 백합을 찾아볼 수가 없다. 백합은 그 모습이 백가지가 넘어서 백합이라 불리며, 부안에서는 생합이라 불린다. 일주일을 두어도 살아있기 때문이다. 전국 생산량의 80%가 부안에서 생산되었으나, 갯벌이 없어진 지금 백합은 구경도 하기 힘들다. 횟집이나 가게마다 있는 생합죽은 이제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사라진 음식이 되고 말았다.

메말라버린 갯벌에서 짱뚱어도 볼 수 있었다. 얕게 고인 바닷물에서 힘차게 뛰어오르는 짱뚱어, 그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곧 이 짱뚱어도 사라지고 말겠지…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고여 있는 바닷물 때문에 진창 같은 갯벌도 볼 수 있었다. 발은 푹푹 빠지고 걷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너무 기뻤다. 원래 갯벌은 이런 모습이리라. 그 갯벌 위에 무수히 찍힌 새발자국도 볼 수 있었다. 갯벌에서 쉬고 갔을 새 발자국들, 하염없이 먹을 것을 찾아 걷다가 그냥 날아가 버렸을 것 같다. 다시는 날아오지 않을 것 같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갯벌은 사라지고 말았으니깐,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있는 새들은 오지 않을 것 같다.

5시간의 바닷길 걷기는, 바다가 아닌 그리고 땅도 아닌 무덤 가득한 공동묘지 같았다. 삶과 생명이 만나는 곳이 아니라 죽음만이 남은 싸늘한 곳이 되고 말았다. 소금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소금비가 내려 시내를 이루고 강물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어 갯벌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 소금기 가득한 비가 내리는 날, 갯벌은 다시 한 번 꿈틀 댈 수 있을 것이다. <녹색연합>
 
 
▲ 참게를 잡기 위해 갯벌 한 가운데 설치된 참게잡이통, 그 안에 강인한 생명력의 참게 한 마리가 메말라버린 통 속에서 아등바등 거리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남아 있는 이 갯벌을 더욱 소중히 지켜야 했는데….


▲ 메말라버리고 갈라져 살이 터져 버린 갯벌, 이 아픔과 상처들은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초록별 지구가 아닌 생명이 없는 달에 온 듯하다. 생명이 숨 쉬지 않는 이 땅을 만든 사람들, 지금 그 사람들을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도 친환경이라고 어리석게 외치고 다니진 않는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