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상> 청계천의 돌하르방과 괴물


#돌하르방 뒤로 커다란 괴물이....

제주도서 올라오셨답니다. 돌하르방님. 비행기를 타고 오셨는지 배를 타고 오셨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지금 하르방님은 서울하고도 청계천에 있습니다. 청계천 8가와 9가 경계 사이에 있는 황학교 바로 아래가 하르방님의 자리입니다.

하르방님이 고향을 떠나 온지도 어언 1년이 다 되어가는 군요. 작년 10월 청계천이 열릴 때 오셨으니까요. 하르방님은 그 1년간 많은 걸 보고 느꼈답니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매연에 콜록거리기도 하셨구요. 쏟아지는 함박눈 세례에 딴 세상을 느껴보기도 하셨답니다. 하르방님 고향에선 좀처럼 함박눈 구경하기가 힘들거든요. 얼마 전엔 몇차례 씩이나 물 속에 잠겨 허우적거리기도 하셨다는 군요. 그래도 굳건히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계십니다.

그런데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어요. 바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르는 한 신축건물인데요. 사진 뒤로 큰 건물 보이죠? 일단 엄청난 크기로 하루가 다르게 하늘을 찌르고 오르는 기세에 기가 눌린 것도 있지만 너무나 겁이 난다고 하시는군요. 마치 입을 쫘악 벌리고 금방이라도 덮칠 듯 노려보는 게 영화 <괴물>에 나오는 괴물 같다나요. 하르방님은 요즘 많이 편찮으세요. 바로 그 괴물 때문이에요. 밤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기도 한답니다.

하르방님이 너무 안타까워요. 정다은 어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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