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어린이기자 제주 여행 둘째 날

드디어 둘째 날이 되었다. 오늘은 어제 상의했던 대로 승마장에 갔다. 나는 승마장에 가면서 사촌동생 수빈이와 함께 백마를 타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런데 승마장에 있는 백마는 단 한 마리뿐이었다. 승마장에 도착한 뒤 카운터에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A코스는 30분 걸리는데 2만5000원 정도였고 B코스는 한시간 거리인데 가격이 한참 더 비쌌다.

결국 선택한 건 A코스. 그런데 사촌동생 현승이는 너무 작고 어려서 못 탄다고 했다. 현승이가 불쌍했다. 내가 안고 탈수 있다고 했는데도 안된다고 해서 수빈이와 나만 서부의 사나이 같은 승마복과 승마모자를 쓰고 말에 올랐다.
 
그런데 말도 쉬어야 돼서 순서대로 타야 된다고 했다. 그런데 단 하나 뿐인 백마가 우리에게 걸린 게 아닌가.


#서부의 사나이 같죠?

하지만 수빈이가 자기가 타겠다면서 먼저 백마에 오르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그런데 수빈이가 타고 있는 그 백마를 보니 안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말은 병든 것 같이 얼룩무늬가 몸 이곳저곳에 있었고 늙은 것처럼 눈에 주름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수빈이는 좋아서 싱글벙글 했다. 우리는 산에 올라가기 전에 코스 입구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 아저씨가 말을 끌어 주셨는데 나에게 막대기 같이 짧고 단단한 채찍을 주며 말을 세게 때리라고 하셨다. 나는 말이 불쌍해서 살짝 때렸더니 더 세게 때리라고 하셨다. 그 아저씨는 말하는 솜씨가 좋으셨다. 농담도 잘 하시고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하셨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제일 마음에 든 점은 내가 반에서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제일 많을 것 같다고 얘기한 것이다.

나는 그냥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네" 라고 대답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약 30여분간 한바퀴를 돌아서 내려왔다. 마치 서부의 사나이가 된 느낌이었다. 가능하다면 빨리 달리고도 싶었지만 그러다간 큰 일 날일. 어쨌든 조금 더 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대만족이었다. 그렇게 소원이었던 말을 타봤으니까….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

그리고 우리는 미니어처박물관에 들렀다가 겉모습만 보고 몇컷의 사진을 찍은 뒤 자리를 옮겼다. 바로 테디베어박물관에 가기 위한 것이었다. 박물관에 가는 길에 큰 아빠가 해안도로로 차를 몰았다. 너무나 희귀하게 생긴 커다란 산이 해변에 있었는데 아빠가 산방산이라고 알려주셨다. 산방산 인근에는 형제섬도 있었다. 그리고 용머리해안도 구경했다. 진짜 용머리를 닮은 모양이었다.


#산방산 인근의 아름다운 해안을 배경으로 찰칵

그리고 차는 중문으로 향했다. 테디베어박물관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중문관광단지는 꽤 사람들이 많았다. 차에서 내리자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줄 흐를 정도였다. 재빨리 테디베어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테디베어

아빠랑 고모부랑 큰 아빠는 안 들어오신다고 하셔서 우리끼리 들어갔다. 나는 너무 긴장됐다. 그곳은 지하층으로 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 곰 인형들을 보다가 지하 2층에서 드라마 `궁`에서 나오는 인형들을 봤다. 너무 귀엽고 갖고 싶었다. 제일 밑으로 내려오니 테디베어상점이 있었다. 나는 이것저것을 구경하다가 아까 봤던 `궁` 인형을 발견했다. 마침 엄마가 인형 한 개를 사준다는 말에 그것을 냉큼 집었으나 엄마는 너무 비싸다고 다른 것을 고르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하는 수 없지. 꿩 대신 닭이라도. 그래서 드레스를 입은 곰 인형과 `궁` 인형이 그려진 카드^^를 샀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는 여전히 푹푹 찌고 있었다. 배가 고팠다. 점심은 갈치조림을 먹기로 했다. 아까 해변에서 이곳 중문관광단지로 오는 중간에 갈치조림집을 봐 둔 상태였다. 아빠가 맛있게 할 것 같다고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상태였는데도 식당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간신히 자리를 잡고 갈치조림과 해물된장국 등을 주문했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서울 집에서도 갈치조림(5000원)을 먹어 본 적 있는데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새우 등 여러 가지 해산물에 작은 전복까지 들어간 해물된장(5000원)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끝내주는 점심이었다.

다음은 해수욕장을 가는 순서. 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웠다. 그래서 햇볕이 조금 누그러지면 가기로 하고 일단 근처에 있는 계곡으로 향했다. 계곡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계곡은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제주도에 이런 계곡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계곡의 깊은 물에서 어떤 남자아이 두 명이 재미있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 곳은 자리도 좋아서 햇빛도 별로 안 들어왔다. 우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아빠가 바람을 채워준 튜브를 이용해 물놀이를 했다. 정말 재미있었다. 물은 다리가 목이 닿을락 말락 할 정도의  깊이였다. 현승이는 아주 작은 미니 요트를 타고 물 위에서 놀았다. 아빠와 큰 아빠는 바위위에서 낮잠을 주무셨다. 

그곳에서 약 2시간 정도 물놀이를 했다. 이제 기대하고 고대하던 해수욕장에 갈 시간. 수영복을 그대로 입은 채 차에 올랐다.


#파도가 엄청 거세게 몰아치는 중문해수욕장

그리고 중문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백사장에도, 바다 물위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깨끗하다고 했던 바닷물은 어디 가고 온통 뿌연 색의 물 뿐 이었다. 그래도 우선 놀고 싶은 생각에 얼른 준비하고 물에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파도가 너무 셌다. 물 속으로 들어가기가 힘이 들 정도였다. 자칫 잘못하다간 파도에 쓸려 넘어지면서 모래가 잔뜩 섞인 짠 바닷물을 먹기 일쑤였다. 나도 세 번씩이나 물을 먹었다. 나중엔 머리가 아팠다. 수빈이는 파도에 제대로 쓸려 넘어지면서 한번 물을 먹더니 겁이 나서 못 들어가고 그냥 모래사장에 앉아있었다. 약 1시간 가량 아빠와 고모부 등과 튜브를 타고 놀았다. 그런데 굉장히 위험하기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 중문해수욕장은 그래서 아이들이 놀기엔 적당하지 않다고 했다. 나중에 수영복 안에 잔뜩 쌓인 모래를 씻으러 샤워실에 갔는데, 세상에 끝보이지 않게 줄을 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야외에 마련된 수돗가에서 대충 씻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저녁은 맛있는 회를 먹는 타임. 서귀포시내에 있는 한 시장에 유명한 횟집이 있다고 해서 그리고 가기로 했다. 회를 먹으러 가는 도중, 우리는 주상절리에 들렀다.


#주상절리 해안. 멋있죠?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이 해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굉장히 멋진 곳이었다. 마치 공룡이 살던 옛날 그 시대로 돌아간 느낌마저 들었다. 돌아나오는 길, 우리는 길 옆에서 참소라와 해삼, 멍게 등을 커다란 바구니에 담아놓고 파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큰 아빠가 아빠에게 참소라에다 소주 한 잔 하자고 했다. 1만원 어치를 샀는데 양이 작았다. 우리가 앞다퉈 먹다보니 정작 큰아빠와 아빠는 안주는 거의 드시지도 못하고 소주만 드셔야 했다.  

 
#주상절리 옆에서 참소라를 썰어 파는 할머니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회를 먹으러 갔다. 서귀포아케이드라는 시장 골목에 있었는데 예약을 해놓고 한시간 정도를 밖에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배가 엄청 고팠으나 참았다. 맛있는 회를 먹기 위해서….


#쌍둥이 식당이라는 횟집. 사람들이 엄청 많다.


#화려한 상차림.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싱싱하고 맛있는 생선회

드디어 우리 순서. 각종 회를 비롯 맛있는 음식들이 코스로 나왔다. 처음에는 부침개와 피자, 돈가스로 시작해서 전복, 처음보는 생선회, 죽, 호박튀김, 팥빙수 등 엄청 배불리 먹었다. 전복 등은 다 먹으면 더 갖다 주곤 했다. 먹고 난뒤 계산을 하니 200000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9명이 배불리 먹은 것 치고는 너무나 싼 것 같았다. 그리고 밤이 늦은 시간 별장으로 돌아와서는 깨끗이 씻었다. 그리고 일기를 쓰고 또 음악감상을 하며 깊은 꿈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또 어떤 재미있는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청량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위클리서울 어린이마당 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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