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기자> 끔찍스러우면서도 재미있었던 수련회 마지막날


#차안에서...

드디어 세 번째 날, 그러니까 이번 수련회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우리방 애들은 전날처럼 일찍 일어났다. 재빨리 씻은 뒤 방에서 놀다가 집합 소리에 강당으로 모였다. 물론 아침 식사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전날 아침때와 식사를 하러 가는 순번을 결정하는 방식이 달랐다. 선생님이 순번을 정해주신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중간쯤의 순번을 받았다.

아침밥이 아주 맛있었다. 재잘재잘 거리며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숙소에 올라가서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을 먹으며 놀았다.



한참 뒤에 집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다시 모였다. 운동장에 내려가니 타블로 선생님이 계셨다. 보물찾기 시간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지도와 쪽지를 주시면서 지도 속 표시된 곳에 있는 도미노를 찾아 그 위에 글자를 찾아서 써오는 임무를 내리셨다. 모두 10개인데 4개를 먼저 찾는 팀이 이긴다고 했다.

나는 기대되는 마음으로 보물찾기에 들어갔다. 같은 방을 쓰는 아이들끼리 하는 것이었다. 먼저 전날 난타를 했던 곳에서 나무에 박혀있는 도미노 위에 있는 글자를 찾아서 적었다.

다음은 대운동장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선 무대 옆 작은 나무에서 도미노를 발견했다. 그 다음 세 번째는 염소가 사는  집 앞 나무, 마지막은 서바이벌 장 옆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재빨리 내려갔다. 도착해보니 1등. 아, 자랑스럽고 기쁘도다.

 
#빠삐용 패션


그런데 선생님이 마이크에 대고 마구 나를 놀리시는 게 아닌가.

"자~ 1등은 빠삐용 바지 (내가 그때 빠삐용 바지를 입고 있었다) 팀입니다. 참고로 빠삐용 바지는 어제 엉덩이에 털이 났습니다. 어제 울다가 웃어서 더 많이 났습니다."


#영화 <빠삐용> 옷이 진짜 똑 같네요.

참고로 지난주 기사를 보지 못한 독자님들을 위해 전날 밤 있었던 일을 간단히 소개한다.

전날은 오전에 계곡에서 래프팅을 했다. 그리고 오후엔 타잔 줄타기와 암벽오르기, 난타 등을 했다. 그리고 문제의 사건은 저녁에 일어났다. 장시간이 끝나고 촛불의식을 진행하는 자리였다. 한 선생님께서 내년 2월에 있을 졸업식 얘기를 하신 것이다. 사실 6학년이 우리들은 올해가 마지막 초등학교 생활인 셈이다. 친구들과 영영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한참을 울고 있는데 곁에 있던 선생님(타블로 선생님)이 놀려댔던 것이다. 그래서 웃었더니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난다"고 또 놀려댔다. 타블로 선생님은 바로 그 일을 다시 끄집어내서 공개적으로, 그것도 마이크를 통해서 놀려대시는 것이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막 짜증을 냈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마이크를 끄고 "사람들은 다 엉덩이에 털 있어. 근데 넌 더 났잖아. 히히^^" 이렇게 얘기하시는 것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한마디 더….



"엉덩이에 털 나면 똥(기사에 이런 거 써다 되나?^^)을 잘 못 싸는데…"
얼마나 창피하던지…. 그래도 하는 수 있나, 나중엔 포기하는 수밖에. 신경 쓰지 않는 척 다른 아이들과 공기놀이를 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두 번째 팀이 도착했다. 다행히도 우리반 남자애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애들도 속속 도착했다. 그리고 이어진 점심시간.

우리반이 1등을 했기 때문에 제일 먼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분명 점심밥은 카레라이스(해시라이스)라고 하셨는데 그냥 밥이 나왔다.

조금 실망이었다. 원래 학교 급식은 오늘, 그러니까 수요일엔 자장면이 나오는 날인데….^^ 학교 급식은 전에도 기사에서 쓴 적이 있는데 굉장히 맛있다. 특히 수요일날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가 가장 많이 나오는 날이다. 그 애 비해 수요일일 이날 우리는 그냥 맨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애들이 조금씩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배는 고프고….



식사시간이 끝나면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숙소로 돌아와 각자 개인 짐들을 챙겼다. 그리고 방을 정리했다.

다른 애들은 자기들 가방만 가지고 내려가면 됐는데 방장은 남아서 이불을 다시 깔끔하게 정리하고 내려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아이고 방장이 뭔지…. 이불을 색종이처럼 딱 맞춰서 접는 것이었데 10번 정도 폈다가 접기를 반복하고서야 성공할 수 있었다.

드디어 강당에 배낭을 매고 내려갔다. 아이들이 다 모이자 선생님이 다짐문 이란 것을 쓰라고 하셨다. 나는 여러 가지 내용으로 다짐문을 썼다. 그 뒤 우리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퇴소식을 했다. 퇴소식은 입소식과 비슷했다. 우리는 배낭을 들고 차에 올랐다.

역시나 올 때처럼 6반과 함께 차에 올랐다. 밖을 내다보니 언니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서 계셨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선생님들도 손을 흔들어 주셨다. 드디어 차가 출발했다. 차가 서서히 움직이자 선생님들이 일렬로 서서 손을 흔들어 주셨다. 초코파이 선생님도 계셨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2박3일동안 정들었던 선생님들과의 헤어짐이 아쉽기도 했다.

나와 같은 좌석에 우리반 하경이란 친구가 앉았는데 우리는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과자를 엄청 많이 먹었다.

약 4시간 가까이 걸려서야 학교에 도착. 학교 바로 앞에서 피아노학원을 하시는 엄마에게 뛰어갔더니 "우리 딸, 잘하고 왔어?"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마치 오랫동안 집을 떠나있다가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도 무척 반가워하셨다. 일찍 집에 오시겠다고 했다. 저녁 시간이 되자 갑자기 돼지갈비가 먹고 싶어졌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같이 먹자고 하셨다. 얏호! 왜 갑자기 돼지갈비가 먹고 싶어졌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아빠 엄마와 함께 돼지갈비집에 가서 그동안 수련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얘기해드렸더니 배꼽을 잡고 웃으신다.

수련회 내내 기합 받고,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가고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다. 초등학교 생활의 마지막 마지막  수련회, 그리고 마지막 추억만들기는 이렇게 아쉽게 끝을 맺었다. 이제 슬슬 겨울이 다가오는 것 같다. 12월이면 겨울방학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학이 끝나면 중학교에 진학한다. 너무도 재미있었던 초등학교 생활, 그래도 아쉽기만 하다. 중학교 때도 아주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할텐데…. 참 여기 실린 사진들은 자료 사진입니다. 한 컷을 빼고는 요. 카메라와 휴대폰 지참 금지였거든요. 이해해주시길….^^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청량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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