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여성들의 시끌벅적 수다방

<위클리서울>은 `여성들의 시끌벅적 수다방`이란 방을 만들어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 방은 어떤 여성분들이건 참여, 소재 등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수다를 떨 수 있는 방`입니다. 일단 여성민우회 회원님들이 초기 참여를 해주고 계시며 때론 남성들이 털어놓는 가정생활 등과 관련된 수다도 게재될 것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juyu22@naver.com)로 수다꺼리(원고량 자유, 사진도 가능)를 보내주시면 언제라도 인터넷신문(www.weeklyseoul.net)과 매주 화요일 발행되는 종이신문 <위클리서울>에 게재될 것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이번호에는 민우회 회원 권성칠님의 수다입니다.

안녕하세요. 권성칠입니다. `달리`로 불리우는 정경분의 남편이구요. 그리고 민우회 회원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2005년 8월 2일 태명을“정달”로 부르던 지호를 낳던 날은 공교롭게도 달리의 생일이었습니다. 달리는 자신의 생일날 자신의 분신을 낳은 것에 대해 정말 굉장한 경험이라고 하면서도, 하늘이 노오래지는 그런 고통스런 선물은 다시 받고 싶지 않다고도 하네요.

지호를 갖기 전 저희 둘은 평등양육계약서를 작성하며 서로의 육아와 그에 동반한 가사에 대한 부담을 나누고 평등하게 참여하기 위해 다짐해 보았는데, 지금에 와서 계약서를 다시 읽어보니 모르고 썼던 부분도 몇 있지만,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잘 이행하고 있는 듯 하네요.
몇가지 항목을 소개해드리자면…

▲권성칠은 정경분의 임신기간 동안 충분한 영양 섭취와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항상 배려한다.
충분한 영양섭취 아주 많이 했습니다. 헛구역질 나는 입덧이 아닌 음식이 마구 마구 땡기는입덧을 하는 달리. 영양섭취 너무 심하게 한 나머지 무려 20kg이 불어나 아침마다 다리에 쥐가 나서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는 통에 저 다리마사지 하나는 수준급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둘이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기 때문에 달리의 임신기간동안 옆에서 관찰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 여건이 되었지요.

▲권성칠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내어 적극적으로 산모의 산후조리를 돕고, 시기별로 있는 아이의 예방접종을 맞출 때 함께 한다.
구체적으로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특별히 한 일들은 별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설거지나 청소, 빨리하기, 개기 등 제가 주로 했던 가사일들이 집에 있게 된 달리에게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게 하던대로 잘하자,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보건소에서 하는 기본접종 외에 일반 병원에서 접종해야 하는 경우에는 토, 일요일을 이용해 같이 했습니다만, 보건소가 주5일 근무를 하기 때문에 주중에 달리 혼자 지호를 데리고 보건소에 가야될 때는 은근히 신경이 쓰이더군요. 겪어본 사람만이 더 실감하시겠지만 아이를 안고 외출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거든요. 지호가 주사를 맞고 병원이 떠나가라 울 때는 정말이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그걸 눈으로 직접 봐야 가슴이 덜 아픈데, 주중에는 그렇게 안되니 혼자 상상만 하며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ㅠ.ㅠ

▲출산후 권성칠은 미리 고지하여 합의된 별도의 일정이 없는 한 7시까지 귀가한다. 귀가후 우유주기, 기저귀갈기, 목욕시키기, 놀아주기 등 기본적인 육아노동을 담당하여, 정경분이 주간시간동안 아이와 함께 있느라 하지 못한 업무를 할수 있게 한다.
이 내용을 넣은 것은 달리인데, 첫아기를 가진 사람이 넣은 내용치고는 달리에게 너무 유용해서 첫아기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이 갑니다.

아이 낳기 전 이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기저귀갈기, 아 기저귀를 갈면 되는구나 한 일이분이면 되겠지…목욕시키기, 한 10분이면 다 씻기지 않나? 어디서 보니까 아기는 너무 물에 오래 담가놓아도 안좋다는데 3분이면 OK. 가볍게 생각한 부분입니다. ㅠ.ㅠ 예를 들어 목욕을 시키려면 적당한 온도로 물을 받고, 물을 받는 동안 수건과 갑아 일힐 옷, 기저귀, 목욕후 발라줄 오일이나 로션을 준비하고, 물이 다 받아지면 물놀이 배쓰북이나 물놀이인형 등을 가지고 놀아주듯 씻겨줘야 합니다. 그리고 어찌나 버둥대는지…지호는 깨끗해져가고 저는 완전 땀으로 목욕을 합니다. 다 씻기면 수건으로 닦아주고, 오일이나 로션으로 마사지해주고, 쭉쭉이 체조도 해주고, 기저귀 채우고, 옷갈아 입히고 달리한테 젖먹이라고 안겨준후, 어지럽혀진 욕실청소까지 해야 비로소 “목욕시키기”라는 한단어가 끝이 나는 것입니다.

▲출산후 부부가 양육일기를 격일로 교환일기 형태로 쓴다.
이거 못했습니다. 전쟁 같은 하루를 각자 보내고 나면 서로의 코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지쳐서 자느라, 교환일기…꿈에서 쓰면 되겠군요. ^^

그리고 지호가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기는 하지만 매일 급격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요. 일기내용이 “오늘도 어제처럼 기었다” 뭐, 이런 내용들만 이어진다면 좀 웃기지 않겠습니까?^^
달리와 함께 쓴 조항은 총 8항목인데요. 이 정도 소개합니다.

아이 돌보기, 아이 키우기…이제 겨우 일년 해봤는데요. 힘듭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 양육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생소하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같이 지호를 갖기 시작해 낳고 키우기까지 최근 2년간은 힘든 가운데서도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생명을 품는 능력을 가진 여성, 그 여성의 몸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고, 내가 최선을 다해 돌봐야만 하는 어린 생명체, 그 아이가 주는 건강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느낄수 있는 소중한 기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평등양육계약서를 쓸 때처럼…그런 마음을 가지고 잘 생활해야 겠지요? 그래야 달리가 저를 어여삐 여겨 그때의 고통을 잊고, 둘째 생각도 슬슬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여성민우회 권성칠 회원 <이 글은 한국여성민우회(www.womenlink.or.kr) 홈페이지 칼럼란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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