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기자> 지난주 일어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셋

지난 주에는 왜이리 태어나신 분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우리 큰 고모, 아빠, 큰 엄마까지…. 일주일 사이에 생일이 세 분이나 되는 것이다.


#자료사진이랍니다.^^

이번엔 가족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세분의 생일잔치를 동시에 치르기로 했다. 굉장히 경제적인 방법^^. 아빠 생일이 16일, 큰엄마가 19일, 큰고모가 20일인데, 생일잔치 날짜는 아빠의 생일과 가까운 13일로 잡았다. 장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광릉수목원 인근에 있는 큰 고모네집.

이야기 하나: 일주일에 세 분의 생일이

엄마와 나는 다른 식구들보다 먼저 큰 고모네 가서 음식 준비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잡채와 주꾸미 볶음까지….

한참 준비하다 보니 친척 분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모든 가족들이 다 모이자 식사가 시작됐다. 난 사촌동생 수빈이와 현승이, 그리고 사촌언니 유정이 언니와 유진이 언니 민정 언니와 함께 밥도 먹고 생일케이크도 잘랐다.

식사 후엔 나의 우상(?)인 유진언니가 멋진 카드 마술을 알려줬다. 아주 재미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빠의 바쁜 일 때문에 다음날인 일요일도 일을 하신다고 해서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 민정언니가 우리 집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오니 너무 늦은 시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나는 내 방에서 민정언니와 함께 잤다.

다음날, 아빠는 회사에 출근을 하시는 대신 집에서 일을 하셨다. 나는 언니와 함께 아빠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근처 아파트 놀이터로 갔다. 한참을 놀고 있는데 아파트에 사는 사촌동생 수빈이네 차가 도착하는 게 보였다. 차에는 큰아빠와 큰엄마, 수빈이 외에도 넷째 고모와 혁이 오빠가 타고 있었다. 큰 아빠는 회사 일이 있어서 나가신다고 했다.

우린 넷째 고모, 그리고 오빠와 함께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느긋하게 차와 과자를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저녁으론 엄마의 주특기 요리인 김치감자탕이 끓여졌다. 엄마표 김치감자탕은 언제나 먹어도 진짜 맛있다. 그런데 문뜩 나의 영원한 `적`인 숙제가 떠올랐다. 숙제를 안할 수는 없는 일. 준비물이 필요해서 언니와 문구점에 갔다가 비디오가게에서 DVD까지 빌려왔다. 그 사이 넷째고모와 오빠는 집에 가고 없었다. 언니만 남겨두고…. 언니는 나와 함께 하루를 더 자도 되는 것이었다.

이야기 둘: 너무나 슬픈 영화 `허브`

다음날, 나는 일찍 일어났다. 물론 언니와 함께. 왜냐하면 엄마가 아침 일찍 같이 영화를 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재빨리 옷을 입고 집에서 출발했다. 지하철을 이용해 `종로3가`에 도착했다. 우리가 볼 영화는 `허브`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다 돼서 팝콘과 음료수를 사들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 자리에 어떤 커플이 앉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 자리가 엄청 많이 비어있었다.


#영화 `허브`

영화의 내용은 엄청 슬펐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20살의 딸(강혜정)은 정신장애 3급. 때문에 말투가 마치 초등학생 같았다. 그런데 아빠가 안계시는 그 딸은 엄마(배종옥)와 둘이 살았는데 엄마는 꽃집을 운영했다. 딸은 꽃중에서도 유난히 허브를 좋아했다. 허브향기가 온 세상에 퍼지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화도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왕자님을 만났다. 그 남자는 경찰이었다. 둘은 사귀었다. 그런데 장애인인줄 모르고 딸을 사귀던 경찰은 이후 사실을 알고는 무심하게 변했다. 어느 날인가는 딸이 남자를 만나기 위해 차도를 무단으로 횡단해서 달리는 모습을 보고 막 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필귀정인 법.

남자는 그 딸의 마음을 알고 다시 사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딸은 엄마를 데리고 허브 밭에 갔다. 언덕만 넘으면 허브 밭인데 저녁이 되어서 잠시 어느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엄마가 죽을까봐 그 여자는 엄마를 데리고 엄마가 그토록 원했던 자전거에 몸을 싣고 가다가 넘어지면서 그만 엄마를 잃고 말았다. 그 여자는 엄마의 시신을 화장해서 허브 밭에 뿌려주고, 정상인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이 나왔다. 사실 잘 우는 편이기도 하지만 너무 내용이 슬펐다. 다음날은 아빠의 생신. 나는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청량리에 있는 백화점에 들러 아빠 생일 선물로 `비싼` 손수건 두 개를 골랐다. 사실 무지 돈이 아깝다. 싸구려는 1000원 정도 밖에 안 하는데…. 그래도 손수건을 보고 기뻐하실 아빠를 생각하니 잘 산 것 같기도 하였다. 손수건은 `닥스`라는 회사 것이었다. 

이야기 셋: 아빠의 생신

그리고 예쁜 카드도 사서 직접 예쁘게 꾸몄다. 그리고 그 날, 숙제를 계속 하다보니 밤 12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자정이 넘어서면 다음날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아빠의 생일이 시작된 것이다. 난 제일 먼저 아빠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포장한 선물을 꺼내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안방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선물과 카드를 드렸다. 아빠는 손수건을 보시고 너무 `오버를 떨면서` 기뻐하셨다. 그래서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아지고, 흐뭇했다. 그리고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사준 기타

아침. 엄마가 맛있는 미역국을 끓이셨다. 원래 생일에는 맛있는 미역국을 먹는 것이란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맛있는 미역국을 먹었다. 사실 아빠는 미역국을 싫어하시지만 쇠고기를 넣은 미역국은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나는 새우 넣은 것이 맛있는데…. 아무튼 그 날은 평소와 같이 생활을 했다. 저녁시간은 빼고….

영어학원이 끝나자 난 어두운 길을 걸어 집으로 갔다. 보통 때 같으면 엄마가 차로 데리러 오셨을 텐데 오늘은 아빠 생신 이어서 바삐 무언가를 준비 하셔서 나오지 못하셨다. 그래도 난 기뻤다.

집에 도착하니 삼촌과 삼촌 애인인 이모가 와계셨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오셔서 잠시 백화점에 가셨다고 했다. 나는 엄마와 할머니, 아빠가 오실 때까지 숙제를 재빠르게 했다. 그러나 다 끝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중간에 외할머니와 엄마가 돌아오셨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선물로 아빠의 구두를 사셨다고 했다. 그런데 그 구두도 `닥스` 것이었다. 진짜 기막힌 우연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돼서 아빠가 오셨다. 그래서 우리는 조개구이를 먹으러 갔다. 삼촌과 이모는 케이크를 사가지고 온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조개구이 집에 가 있었다. 삼촌과 이모가 오시자 시킨 조개구이가 나와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큰집 식구들이 오셨다. 그래서 우린 의자를 더 붙여서 꽉 차게 앉았다. 조개구이를 다 먹고 우리는 조개탕을 먹었다. 국물이 아주 시원하다고 해서 나도 먹어 보았는데, 후추가 너무 많이 들어 간 것 같았다. 먹을 때마다 기침이 나왔다. 칼국수 사리도 추가로 시켜서 끓여먹었다.


#카드 마술^^

사촌동생과 나는 너무 배가 불러서 산책 겸 해서 인근 문구점에 갔다.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돌아오니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간식을 사갔다. 그리고 집에서 생일케이크 자르기를 했다. 정말 재미있었다. 촛불을 끄고 나서 나는 할머니와 이모, 삼촌께 카드 마술을 보여 드렸다. 그랬더니 너무 신기해 하셨다. 나도 사실 사촌언니한테 배운 것이지만 말이다. 아참, 사촌동생도 선물을 줬는데 양말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것도 `닥스`였다는 것이다. 이번에 아빠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닥스`로 도배를 했다.

그러나 엄마는 아빠가 갖고 싶다던 클래식 기타를 사주셨다. 그 다음날의 일이었다. 정말 멋졌다. 하지만 그날 저녁은 아빠의 연주와 노래, 엄마의 노래로 시끄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하하…. 이런 말하면 좀 미안하지만 아빠는 까불이 같다.
어쨌든 이번 아빠의 생일은 정말 화려하게 보낸 것 같다. 작년엔 친척분이 아프셔서 아빠 생일 잔치를 하지 않았다. 아빠가 원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선물도 많이 받고, 생일잔치도 두 번이나 하고…. 아빠는 참 좋겠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청량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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