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뻣뻣한 몸을 움직이며 벨리댄스를 춘다!
오늘도 나는 뻣뻣한 몸을 움직이며 벨리댄스를 춘다!
  • 승인 2008.03.0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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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여성들의 시끌벅적 수다방

 `여성들의 시끌벅적 수다방`이란 방은 어떤 여성분들이건 참여, 소재 등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수다를 떨 수 있는 방`입니다. 일단 여성민우회 회원님들이 초기 참여를 해주고 계시며 때론 남성들의 가정생활 등과 관련된 수다도 게재될 것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juyu22@naver.com)로 수다꺼리(원고량 자유, 사진도 가능)를 보내주시면 언제라도 인터넷신문(www.weeklyseoul.net)과 매주 화요일 발행되는 종이신문 <위클리서울>에 게재될 것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벨리댄스’라는 단어를 처음 본 건 지금으로부터 20년쯤 전, “비밀일기”라는 소설에서였다. 배꼽을 드러내고 추는 춤이라는 짧은 역주만으로는 도무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이 춤은 ‘머랭’이나 ‘마들렌’이라는 과자 이름처럼 고상하고 신비로웠다.
그리고 2006년 봄. 내 몸은 평소의 찌뿌드드함을 넘어 걸을 때마다 허리에서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나는 수준이 되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어지러움을 느끼며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로 상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때 우연히 접하게 된 벨리댄스 강습 공고. 두 달 여를 망설이다 최소한 허리운동은 되겠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작정 강습을 신청했다.

배꼽을 드러내고 추는 춤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첫 시간의 차림은 모두 트레이닝 바지에 평범한 민소매 티. 탱크톱을 추천한다는 강사의 사전공지에 충실했던 내가 외려 뻘쭘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녀들의 ‘몸가림’은 채 한 달을 넘기지 않았다. 배를 내놓지 않으면 자신의 동작을 보고 교정할 수 없는 춤의 특성상 계속 가린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터, 하나 둘 갑갑한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손수건만 한 윗도리 하나만 걸친 채 자신들의 ‘똥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는 여전히 배가 너무 나왔다고, 가슴이 너무 밋밋하다고들 수다를 떨지만 그래도 춤추는 그녀들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몸을 긍정하는 사람이 아니면 낼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있다. 새로 춤을 추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헐렁한 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오지만, 그들도 머지않아 각자 좋아하는 색깔 탱크톱을 입고 나타날 것이다.



“벨리 다이어트! 올 여름엔 비키니를!”이라는 광고는 오늘도 많은 여성들을 혹하게 하겠지만, 그거 다 뻥이다. 벨리댄스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춤은 원래 남자들의 즐거움이 아니라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거나 다른 여성을 축복하기 위해 여자들끼리 추었던 춤이며, 지금까지도 ‘어머니 대지’와 직접 닿기 위해 맨발로 추는 춤이라는 거다. 명색이 ‘다산’과 ‘풍요’의 춤인데 ‘헐벗고 굶주린’ 듯한 사람이 추면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더구나 벨리댄스는 몸의 살과 근육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쩍 마른 사람보다는 살이 좀 붙은 사람이 출 때 훨씬 동작이 예쁘다. 외국의 전문 벨리댄서들은 일부러 살을 찌우기 위해 밤이면 밤마다 주전부리하는 데 여념이 없을 정도라니, 말 다했지(우리 강사들 또한 모델 같다기보다는 그냥 저냥 평범한 몸매의 소유자들인 것으로 보아 벨리-다이어트가 그리 큰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살을 찌우는 데는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지만 몇 달 동안의 춤 덕분에 내 체력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배에는 보일락 말락 하게 복근도 생기기 시작했고, 허리에서 들리던 삐걱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내가 드디어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는 것. 허리와 가슴, 어깨의 관절과 근육에 집중해서 동작을 연습하다 보면 내 몸이 내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왼쪽 허리는 좋아, 오른쪽 허리는 불량하군.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있었더니 어깨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네. 아이고 등 뻐근해…등등. 이 맛에 나는 오늘도 뻣뻣한 몸을 움직거리며 춤을 춘다.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뚜기`(필명) <이 글은 한국여성민우회(www.womenlink.or.kr) 홈페이지 칼럼란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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