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허전한 마음은 어떻게 달랠까?
나의 허전한 마음은 어떻게 달랠까?
  • 승인 2008.03.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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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시끌벅적 여성들의 수다방

<위클리서울>은 `여성들의 시끌벅적 수다방`이란 방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 방은 어떤 여성분들이건 참여, 소재 등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수다를 떨 수 있는 방`입니다. 일단 여성민우회 회원님들이 초기 참여를 해주고 계시며 때론 남성들의 가정생활 등과 관련된 수다도 게재될 것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juyu22@naver.com)로 수다꺼리(원고량 자유, 사진도 가능)를 보내주시면 언제라도 인터넷신문(www.weeklyseoul.net)과 매주 화요일 발행되는 종이신문 <위클리서울>에 게재될 것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라디오를 듣다 괜히 화가 치민 적이 있다. 어느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FM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는데, ‘내 인생에서 철이 든 순간’에 대해 문자를 받고, 그 중 제작진이 맘에 드는 문자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행자가 말하길 가족의 사랑을 깨달았다거나 그런 내용도 좋지만 되도록 가볍고 재미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결코 예뻐지지 않더라, 이러면서 철들었다” 이런 내용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 요즘엔 뭐든지 가벼운 흥밋거리만 원한단 말이지? 그렇게 웃고 나면 뭐가 남는데…….”

나는 사람들이 재미만 찾아 한없이 가볍게 날아가려고만 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온갖 오락 프로그램과 연예계 가십을 쏟아내는 대중매체가 앞장서서 부추기면 우리들은 거기에 기꺼이 따라가는 형국이다.

나도 집안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틈틈이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에 빠지다 보니, 일상을 그저 나랑 상관없는 가볍고 재미있는 것들에 묻혀 보낼 때가 많다. 아이가 자는 금쪽같은 시간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뉴스방에서 많이 본 기사 보고 댓글 읽고 헤헤거리거나, 텔레비전 켜고 수없이 리모컨을 눌러가며 이 채널 저 채널 돌려 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깨고, 난 너무 바보같이 시간을 써버렸다며 후회하며 자신에게 짜증을 낸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런 악순환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런 자신에게 “너 참 재미없게 사는구나, 왜 사니?”하여 학대성 말을 날리면 돌아오는 것은 심한 우울이다. 

아직 심각한 중독 증세는 아니지만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그 밖에 나를 겉도는 잡다함에 메이면서 하루를 후회하며 잠이 들고 마음이 더욱 허전하였다. 그러면서 왜 일상에서 내면이 충만하고, 조화로울 수는 없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에 대한 답은 첫째 나는 삶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부족하고, 둘째 주변 환경에 심하게 휘둘린다는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데 제대로 그것을 채우지 못하고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나 놀이로 허전함을 달래지는 않을까 싶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부피에 씨와 류비세프. 한 사람은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소설의 주인공이고, 다른 한 사람은 실존했던 러시아 과학자이다. 부피에 씨는 큰 전쟁이 일어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날마다 알이 고르고 좋은 도토리 백 개를 골라내어 황무지에 심는 일을 계속 하였다. 그는 고독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만 충실한 뿐이다. 자신이 심은 나무들에 대한 그 어떤 욕심도 없고 그저 자신에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만 가졌을 뿐이다.

류비세프는 ‘시간을 정복한 남자’란 정떨어지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의 독특한 시간관리를 기록한 책은 자기계발 분야에서 유명한데 실용서적으로 분류하기엔 너무 아깝다. 류비세프는 20대 중반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계획을 세웠고 그대로 실행했다.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한 일을 시간통계 노트에 기록했으며 그 결과를 분석했다. 그는 철저하게 시간 관리를 하면서 과학자로서 성공을 목표로 삼지 않고,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학자로서의 책임감을 조화롭게 실행했다. 꼼수를 부리지 않고 묵묵히 실천하면 그만이었다.  
 
이 두 사람 같은 내공이라면 매체의 홍수, 과잉 정보 속에서도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의 내공이 없기에 여전히 나는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속으로는 리모컨이나 마우스만 만지작거리곤 한다. 하지만 나는 왜 이럴까 자학하지 말고 좀 더 깊고 낙천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생각하자. 그리고 언젠가는 행동이 신념과 맞아 떨어지는 행복을 느낄 것이라 소망하면서 내면을 채워나가자.

한국여성민우회 민지숙 회원 <이 글은 한국여성민우회(
www.womenlink.or.kr) 홈페이지 칼럼란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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