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직장 동료들과 떠나는 정기 산행 후기-도봉산편 2회


#좌측으로부터 강남구로 전출가신 상태지만 잊지 않고 함께 하신
정경진 계장, 필자, 이 모임을 처음 제안하신 최윤구 과장님,
이번에도 함께 해 준 김동성 주임과 안인숙씨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의 웅장한 자태

다락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감탄사가 점점 더 커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오르면 오를수록 도봉산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자운봉(739.5m)과 만장봉, 선인봉의 웅장한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다락능선 곳곳에 널려져 있는 바위 전망대와 이름 모를 기암괴석들은 자꾸만 발걸음을 붙잡아 산행이 더디어 지지만, 어느 한곳도 결코 그냥 지나보내지 않고, 산이 베풀어준 여유를 한껏 즐기다 보니 뱃속에서 자꾸 요동을 친다. 아침을 거른 탓이리라!

김밥이라도 한 줄 먹고 가자고 김동성 주임을 꼬셔봤지만 무정한 주임은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하산길에 자리잡고 먹자고 외면해버린다.
과장님께서 손수 가져오신 과일 엑기스 2포로 주린 속을 달래놓으니 그나마 조금 힘이 난다.

드디어 포대능선을 오르기 위한 본격적인 급경사가 시작되었다. 쇠난간을 줄지어 올라 바위 사이를 통과하니 길이는 짧지만 출렁거리는 다리가 있고, 또다시 직각에 가까운 바위에 쇠난간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있다. 그러나 끝이 없을 것 같던 그 길도 결국 우리 앞에 무릎을 꿇고 드디어 포대능선에 다다르니 자운봉을 위시한 거대 암봉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난간을 타기 시작하면서 흩날리던 눈이 도봉산 칼바람을 만나 뾰족뾰족한 눈꽃을 만들어 포대능선을 하얗게 꾸며놓은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쇠난간 타기


#도봉산 칼바람이 만들어 놓은 눈꽃

잠시 한숨 돌린 후 조금 내려오니 허걱~!!
끝났을 것 같았던 쇠난간이 다시 시작이다. 그것도 끝도 없이 한참을 내려간 뒤 다시 그만큼을 올라야하는가 보다. 앞서 가는 사람들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이곳이 Y계곡이란다. 직선거리는 얼마되지 않는데 그 짧은 거리를 건너기 위해 저렇게 멀리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려니 다소 허무함마저 들지만, 그렇다고 되돌아 갈 수는 없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한발 한발 내딛고 올라서니 드디어 신선대 밑자락이다. 내친김에 신선대까지 오르고자 했으나, 길게 늘어선 등산객들을 보곤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다.


#푸른 소나무를 하얗게 만든 눈꽃과 신선대 위(왼쪽 두번째 봉우리, 사람들이 희미하다)를 가득 채운 등산객들

주봉 쪽을 향해 내려가는데 햇볕이 닿지 않는 곳은 얼어있다. 결국 그 빙판위에 살짝 덮여진 낙엽의 눈속임에 필자가 당하고 말았다. 그나마 나름 민첩한 운동신경 덕분에 엉덩방아는 면할 수 있었지만 배고픔에 다리의 힘이 풀린 것이리라!

주봉을 돌아내려서니 길가에 군데군데 자리를 펴고 앉아있는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우리도 주섬주섬 자리를 잡고 보따리를 풀어놓으니 김밥과 컵라면, 겉절이 김치 그리고 족발에다 막걸리와 복분자 술까지 제법 구색이 갖춰진 게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조금 내려오니 널찍한 바위 위에 많은 사람들이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마당바위란다. 너른 바위 위에 지친 몸 올려놓고 편히 쉬어가라는 듯 바위가 마치 의자처럼 올록볼록 올라와 있는 모습을 보니 자연이 베풀어 준 세심함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이 든다.


#마당바위 위에서 햇살은 즐기고 있는 등산객들

15분 여를 내려오니 천축사 입구의 바위에 새겨진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南無阿彌陀佛`

`무슨 의미일까?`하고 몇 번 읊조려 보니 우리가 많이 들었던 `나무아미타불`이란 염불(念佛)을 한자로 새겨놓은 듯 하다. 불교인은 아니지만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염불을 하고선, 만장봉을 등에 지고 서있는 천축사의 전경과 천축사 입구에 세워놓은 불상들을 카메라에 담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나무아미타불`을 새겨 놓은 바위


#천축사입구 불상들


#만장봉을 지고 있는 천축사


#정암 조광조 선생을 추모하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도봉서원


현재까지 남아있는 서울의 하나 뿐인 서원인 도봉서원을 마지막으로 긴 산행의 종지부를 찍고 시인마을을 지나 계곡 옆 자리잡은 막걸리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으니, 끝도 없이 이어지는 도봉산 산행에 대한 추억은 막걸리 잔 속에 녹아들고 빈 막걸리 병만 속절없이 쌓여져간다.

정기룡 기자
<정기룡님은 서울 성동구청 지적과에 근무하는 공무원입니다. 한 달에 1-2회  동료직원들과의 산행 후기를 독자님들에게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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