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없는 교실을 만들겠습니다!!"
"왕~따 없는 교실을 만들겠습니다!!"
  • 승인 2007.03.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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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기자> 처음 치러진 회장 선거, 그리고 내 생일 파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바로 회장 선거이다. 나는 이번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은 나가게 됐다. 아빠의 `엄청난(?)` 권유도 영향을 미쳤다. 아빠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이런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가서 안되어도 상관이 없다, 그냥 나가보는 그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고 중요한 것이다…이런 얘기도 하셨다.

그런데 한동안은 잊고 지냈다. 아빠도 한 번 얘기하신 뒤로는 얘기를 꺼내지 않으셨다. 나도 공부하고 학원 다니고 하다보니 관심을 끄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회장 선거는 항상 정해진 날짜에 치러지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 어느날 갑작스럽게 선거를 하자는 식으로 공표를 하면 바로 치러지는 것이다. 때문에 미리 연설문을 만들어 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

난 이미 초등학교에서 회장 선거에 나간 경험이 많다. 또 웅변도 했다. 때문에 다른 애들이 하는 그런 평범한 연설보다 좀 더 색다른 연설을 하고 싶어서 학급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뭘까, 생각 하다가 친구들을 생각해 냈다. 그래서 연설문을 대충 이런 식으로 정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다은 입니다. 제가 만약 회장이 된다면 물론 봉사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반을 이루고 있는 친구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반이 왕따가 없는 반을 만들겠습니다. 왕따를 시키지도, 왕따를 당하지도 않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뭐 간단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난 다른 때와 똑같이 친구들을 만나 학교에 갔다. 아침 8시부터는 독서시간. 그런데 때마침 선생님께서 회장선거를 한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나는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장 입후보에 손을 들었다.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회장 따로 부회장을 각각 따로 선거를 해서 뽑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는 회장이 2명이었다. 남자회장 1명과 여자 회장 1명, 그리고 남자 부회장 1명과 여자 부회장 1명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회장과 부회장을 각각 1명씩만 뽑는 것이었다.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2번이었다. 그런데 출마한 후보가 8∼9명이나 됐다. 모두 쟁쟁한 친구들이었다.

먼저 1번 친구가 앞에 나가 연설을 시작했다. 가슴이 콩콩거리며 심장이 뛰었다. 선거 때마다 늘 있는 일이다.

1번 후보는 침착하게 잘해내는 것 같았다. 다음은 내 순서. 난 앞으로 나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외웠던 연설을 시작했다. 원래 나는 외웠던 것도 앞에 나가면 다른 말이 튀어나오거나 해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데 이날 따라 왠지 연설이 술술 잘 됐다. 경험이 있어서 인가?? ^^ 연설이 끝나자 반 친구들이 박수를 쳐줬다.

그리고 내 뒤 후보들이 차례대로 나와서 제각각 준비해 온 연설을 이어갔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과연 내가 될 수 있을까, 슬슬 걱정이 됐다.

마침내 연설이 모두 끝났다. 다음은 투표 순서. 투표가 진행되는 순간 내가 과연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사실 간절히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떨어지면 내 성격상 또 못봐주기 때문이다.

처음엔 다른 친구가 나보다 많이 앞서 나갔다. 5번째로 입후보한 다현이라는 친구다. 그런데 진행돼갈수록 내 득표수가 올라가면서 거의 막상막하의 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막판에 가니까 결국 몇 표 차이로 내 승리.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다현이에게는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이어진 부회장 선거. 나에게 밀려 2등으로 떨어진 다현이가 다시 출마, 결국 부회장은 다현이가 됐다. 나도 미안한 마음에 다현이에게 한 표를 줬다. 앞으로 나와 함께 회장과 부회장으로서 호흡을 맞춰나갈 다현이는 키가 무척 크다. 그리고 굉장히 착한 친구다. 나와도 처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다. 정말 너무 기쁘다.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 봐도 내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그런데 첫날부터 사고를 쳤다. 2교시 물상 시간. 물상시간에는 과학실에 내려가야 된다는 것만 생각한 채 내가 칠판에다가 `과학실로 과학책, 필기도구, 공책 가지고 내려오세요` 라고 적은 뒤 아이들과 함께 내려가 보니 과학실 문이 잠겨 있는 게 아닌가. 기다리다 보니 선생님이 오셔서 하는 말이 "오늘은 교실에서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아이들에게서 쏟아지는 비난…으 첫날부터 이게 뭐람. 나는 애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막무가내로 적어 놨기 때문에 아이들까지 괜히 고생만 한 것이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정말 다음부터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들이 나만 믿고 행동하는 거니까 정말 어리버리 하지 않고 애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게 많이 노력해야겠다.

회장이 되면 학급회의, 심부름 등등 할 일이 많아 질 것이다. 진짜 이번엔 공부 한번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바빠서 그렇게 될지….

그래도 회장으로서 할 일을 알아서 하다 보면 공부도 자연 열심히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회장 선거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내 생일이다. 내 생일은 3월18일이다. 그런데 생일날이 일요일이어서 그보다 하루 전인 17일 토요일에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 이 기사는 생일파티 하루 전날, 그러니까 회장 선거가 있은 날 저녁에 쓴 것이어서 기사 내용과 시차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17일에도 물론 학교에 갔다. `놀토`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일파티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하기로 엄마와 약속했다. 난 생일파티에 차민주, 최영은, 최다현, 박수연, 서유진, 이가영을 초대했다. 그런데 수연이는 올지 안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며칠전부터 내 생일 파티 계획을 짰다. 먼저 학교가 끝나면 배가 고프니까 엄마가 잡아놓은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는다. 피자를 먹은 뒤엔 우리 집에 들려서 가방을 놓고 소화도 시킬 겸 해서 노래방에 간다. 다음은 좀 더 의미있고 재미있게 구경을 할 수 있거나 뛰어 놀 만한 곳에 가는 것. 몇 번의 인터넷 검색 끝에 대학로가 최종 장소로 결정됐다. 원래는 대학로 뒤편에 있는 낙산공원에 가려 했으나 아빠가 대학로에서 낙산 공원 가는 길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해 그냥 대학로에서 놀기로 한 것이다. 대학로에 가면 여러 가지 공연도 하고 공원(마로니에 공원이라고 하던가?)도 있어서 우리에게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내 생일이 너무 기대된다. 애들이 내가 세워둔 생일파티 일정이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뭐 내 생일이니까 불만은 없겠지^^.

엄마가 내 생일 선물로 옷을 사줬다. 아빠도 옷을 사줬다. 아빤 10000원짜리고 엄마는 5900원 짜리다. 히히 그래도 난 이제 청소년이라서 생일선물을 받지 않으려다가 그냥 작은 거(?)로 받았다. 휴일에는 큰엄마와 작은엄마가 스탠드를 사주신다고 했고, 막네고모가 트레이닝복을 사주신다고 했다.

히히 뭐를 받을지 미리 아니까 좀 아쉽다, 아니 재미가 없다.

엄마 아빠가 고생에서 날 낳아주신 내 생일에 정말 엄마 아빠께 고생하셨다고 안마라도 해드려야 겠다. ^^ 후훗, 난 너무 효녀 같다니깐!!

독자 여러분 여러분도 혹시 자기 생일때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얘기한 적 있나요?? 자기가 태어난 날이긴 해도 엄마 아빠가 고생해서 낳은 또다른 의미있는 날입니다. 엄마 아빠가 고생하지 않았더라면 생일도 없었겠죠. 가끔 한번씩이라도 부모님께 간단하게라도 고맙다는 표현을 해보세요. 기분이 어떨지는 해보시면 알아요^^.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경희여중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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