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직장 동료들과 떠나는 정기 산행기-청계산편 2회

끝날 것 같지 않던 계단의 번호는 헬기장 근처에 다다르자 1132번 아빠의 가족사랑을 담은 사연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기회가 닿는다면 1133번에 필자도 하나 올려 놓고 싶다.


#1132번째 마지막 사연 계단

"나의 동반자 철부지 지숙, 사랑하는 나의 아들 호진아~사랑한다. 영원히…"라고….

헬기장에서 마직막 남은 배추뿌리를 먹으며 한숨을 돌리고는 비라도 뿌릴 듯 잔뜩 먹장구름을 드리운 하늘에 다시 발걸음을 서두른다. 헬기장에서 매바위 오르는 길은 상당히 난코스다. 길이 가파라서가 아니고 계단을 덮어버린 질퍽한 황토흙들 때문이다.

한걸음 한걸음 진흙이 달라붙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사람들이 줄지어 바위밑을 돌고 있다. 돌문바위란다. 큰바위에 넙적한 작은 바위하나가 기대어져 문처럼 만들어졌는데 그곳을 돌면 청계산의 기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도 한바퀴를 돌고선 다시 매봉을 향해 오른다.


#바위밑을 돌면 청계산의 정기를 받을 수 있다는 돌문바위

돌문바위를 얼마지나지 않아 드디어 처음 암반이 나타났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청계산은 완전한 토산(土山)임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나타난 암반이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그래서 조금 돌아가는 평탄을 길을 마다하고 얼마되지 않은 암반을 오르니 여기가 매바위(578m)다.


#우리과 여직원들로부터 최고의 신랑감으로 찬사를 받는 문인범씨와 올해 6월을 마지막으로 긴 공직생활을 마감하시는 문영길 주사님

매바위에서 청계산의 최정상인 망경대(618.2m)를 카메라에 담고 100m 정도를 오르니 드디어 매봉(583m)이다. 청계산의 최정상은 망경대인데 망경대에 정부시설이 위치해 있어 최정상부에는 등산객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어 사실상 매봉이 최정상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매봉정상부는 너무 좁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좁은 공간에서 많은 등산객들로 북적거리니 도깨비시장이 따로 없다.


#청계산의 최정상인 망경대/ 사진을 찍은 시점이 3월말이라서
눈이 살포시 쌓인 상태입니다.


#매바위에서 바라본 성남일대



#청계산의 최정상부를 대신하고 있는 매봉석앞에서...

바람을 피해 간단한 요기를 하기 위해 한적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컵라면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 걸치고 커피로 뒷마무리까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진눈깨비가 쏟아진다. 부리나케 짐을 챙겨 하산길을 서둘렀다.
조금 내려오니 진눈깨비가 완전히 비로 바뀌어 제법 옷을 적신다. 하산길은 옛골입구로 계획 했었으나, 촉촉이 내리는 비와 미끄러운 길 때문에 길마재를 통해 다시 원터골로 내려왔다. 아까 산행을 시작할 때 큰 솥을 걸어놓고 먹음직스럽게 두부를 끓이던 집을 눈여겨뒀었는데 한쪽구석에 자리를 잡고 뜨거운 두부전골에 소주잔을 기울이니, 얼었던 몸과 마음이 나른하니 풀리면서 세상만사를 다 잊게 해준다. 자꾸만 고개를 숙이는 문인범씨 때문에 대충 자리를 끝내고는 든든해진 배와 붉어진 얼굴을 연신 매만지며 만차인 양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침나절 갑자기 불참한 사람들이 그렇게 야속하고 섭섭한 마음 그지없었는데 아까 매봉정상 뒷면에 새겨진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귀절이 나의 욕심을 꾸짖는 것 같아 다시한번 읊어보며 청계산 산행을 마무리 한다.


행복 (유치환)

내 아무것도 가진 것 없건마는
머리위에 항시 푸른 하늘 우러렀으매
이렇듯 마음 행복되노라

정기룡 기자 <정기룡님은 서울 성동구청 지적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1-2회  동료직원들과의 산행 후기를 독자님들에게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청계산행 기사는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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