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선생님. 이 것 좀 드세요.”

지원이가 내민 손에는 김밥 하나가 들려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아주 빈약하였다. 어찌나 얇게 썰었는지, 김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위태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조금만 힘을 가하면 밥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지체할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얼른 받아서 입안으로 넣었다.

맛있게 받아서 먹는 것을 본 아이의 얼굴에서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행복해하는 얼굴을 바라보는 기쁨이 컸다. 말할 필요는 없다. 그 것으로 모든 교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말을 한다거나 몸짓으로 나타낸다는 것은 사족일 뿐이다. 정서의 일치를 이룸으로 인해 하나가 되어버렸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신나는 체험 학습을 하는 중이다. 친구들은 준비해간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있다. 김밥을 먹다가 선생님이 생각나서 한 조각을 가져온 것이다. 지원이의 마음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손에 잡히니,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김밥 한 조각으로 감동을 주는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4월의 따스한 햇살 속에서 이루어진 대덕초등학교의 현장 체험 학습의 장소는 전북 진안의 마이산이다.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6학년까지 전체 학생이 함께 이루어졌다. 버스 2 대에 전교생이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학교다. 농산촌의 초등학교의 실정은 모두 비슷하다. 이렇게 작은 학교이지만 공부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꿈은 크다.

지원이처럼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우뚝할 뿐만 아니라 꿈을 성취하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열정도 도시 어린이 못지않다. 현장체험 학습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호연지기를 키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기 위함이다. 이런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데 적정한 곳으로 마이산을 선정한 것이다.

마이산은 국내 유일하게 독특한 암벽으로 이루어진 쌍둥이 산이다. 말의 귀를 닮았다 하여 마이산이란 이름을 얻었고 이갑용처사가 쌓은 천지탑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뿐이 아니다. 백제 시대에 세워진 금당사 또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어 찾는 사람이 아주 많은 명승지다.

마이산의 입구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환한 벚꽃이다. 티 한 점 묻어 있지 않은 깨끗한 꽃들이 그렇게 선명할 수가 없다. 바람에 꽃이 날리게 되니 우주가 온통 꽃 세상이 된다. 화엄 세상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하다. 꽃눈을 맞으면서 걷고 있으니, 저절로 천상 위를 걷는 것 같다.

어린이들의 마음에도 꽃눈이 내리고 있다. 그들의 가슴에 땅의 소중함이 전해지고 있었다. 맑은 공기는 온 몸을 정화시켜 주었고 계곡에선 청아한 노래를 부르며 흐르는 물은 어린이들의 마음에 호연지기를 심어주고 있다. 거기에다 맑은 햇살이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성품을 심어주고 있었다. 현장 체험 학습은 저절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기와 물, 그리고 햇살과 산 또 땅.

어린이들이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것들이다. 여기에다 환하게 피어난 꽃들이 있다. 노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 그리고 환한 벚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꽃들에 파묻혔다. 거기에다 고운 목소리로 새들이 노래까지 곁들여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오묘한 자연의 모든 것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자연은 지구의 유산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우리가 후손들에게서 잠시 빌려 쓰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빌려 사용하고 있으니, 당연 잘 관리하고 손상 없이 되돌려 주어야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잘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설명을 듣고 있는 어린이들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다. 닫혀 있는 공간인 교실에서 공부하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탁 트인 대 자연 속에서 마음을 키우고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있었다. 어린이들이 모습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고개를 끄덕이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빛나는 내일을 볼 수 있었다.

백제 고찰 금당사에서 부처님 진신 사리와 십대 제자의 사리를 보았다. 온통 금물을 들인 대웅전도 보았다. 금당사에서 나와 환한 벚꽃 길을 따라 걸으면서 새들과 교감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탑사에 이르렀다. 두 마이산 사이에 우람한 탑사가 눈 안에 들어오니, 어린이들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천지탑 앞에 선 어린이들은 치솟은 탑에 놀라고 그 탑은 쌓은 분의 정성에 감탄하였다. 기원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뜻을 세우고 그 것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의 얼굴에서 굳은 의지가 배여 나고 있었다.



마이산에서 이루어진 현장 체험 학습은 지구의 유산을 확인하는 학습장이었다. 금당사를 통해서 역사의 소중함을 배우게 되었고 마이상의 형상을 통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자연의 모든 것은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 쓰고 있음을 확인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었다. 어린이들의 가슴에 생각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학습 현장이었다. 지원아 사랑해 !

정기상 기자 <정기상님은 전북 대덕초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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