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기자> 중간고사 앞두고 치러진 전교 피구대회

시험기간에 최고의 악재거리가 찾아 왔다. 바로 피구대회이다. 난 피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는 전교 대표로 뽑혀서 다른 학교와의 경기에 나가기도 했다. 그런 내가 `악재거리`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지난 주에 기사로 얘기했던 `그 지긋지긋한` 중간고사 때문이다. 중간고사는 5월 1일부터 3일까지 이어진다. 때문에 매일 늦은 시간까지 잠도 제대로 못자고 시험공부를 하느라 체력도 바닥이 나고, 피곤만 잔뜩 쌓인 상태여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지 못해서...피구왕 통키로 대신^^

그래도 신나는 일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단 한번도 제대로 된 피구 게임을 해 본 일이 없었다. 이번에 꼭 우승을 해야지….

우리 7반은 처음 3반이랑 시합을 하게 됐다. 그런데 1반은 우리 1학년 전체 학급수가 홀수(전체 7학급)이다 보니 운좋게 그냥 부전승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다른 반 애들은 며칠 전부터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연습을 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거만했던 건가?

드디어 지난 19일 피구대회 날. 피구대회를 하는 시간은 점심시간이 끝난 뒤인 4교시. 우리 반 친구들은 많이 긴장을 한 탓에 앞 3교시 동안엔 아마 수업도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점심시간엔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가 급식으로 나왔다. 내 단짝 친구인 유진이와 맛있게 먹고 있는데 우리 앞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3반 애들이 우리 반인 7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있잖아, 7반 애들 피구 진짜 잘한데 완전 무서워~" 라며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었다. "너네 3반이야? 나 7반인데 우리 좀 있다가 잘해보자" 라고 의기양양하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애들이 내가 겁난다는 듯 쳐다보는 게 아닌가. 하하^^;;

점심을 다 먹고 기다리는데 바로 운동장에서 피구대회가 시작됐다. 시작은 교장선생님의 말씀시간. 우리는 교장선생님의 격려의 말씀을 듣고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두 똑같은 구령에 맞춰 몸을 풀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됐다. 우리 7반은 맨 첫게임. 우리와 겨루는 3반 애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막강했다. 두 게임을 하는데 우리반 친구들은 처음에 긴장해서 그런지 상대방이 던지는 공을 잘 피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누구냐, 바로 7반이다. 힘을 내 1승을 거두고 그러다 보니 요령도 터득해서 무난하게 2승까지 거둘 수 있었다. 무사히 3반과의 게임을 승리로 마친 것이다. 기분이 좋았다.

다음 게임은 4반과 5반의 대결. 우린 쉬면서 이들의 게임을 지켜봤다. 특히 우린 그 중 이기는 팀과 맞붙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한참을 지켜보다 보니 결국 5반이 이겼다.

그리고 다음은 6반과 2반의 경기. 6반의 승리. 다음은 다시 우리반 게임. 상대방인 5반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한 덕분에 다시 또 2승을 거둘 수 있었다. 현재까지는 4전 전승. 기분이 붕 떠올랐다. 우승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은 1반과 2반이 대결했고 1반의 패배. 우리는 결국 2반과 붙게 되었다. 왠지 무서웠다. 2반 친구들은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연습을 했다. 우리는 연습 한번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시작된 게임. 결승전이었다. 우리는 예상대로 첫 게임에선 지고 말았다. 그런데 운동장 안에선 약간 이상한 일이 조금 전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다른 반 애들의 태도였다. 우리가 5반과 할 때부터 다른 반 친구들이 우리반은 제쳐두고 우리 상대편만 응원하는 게 아닌가. 일부 친구들은 우리반에 대해 험담까지 했다. 그래서 마음 약한 유진이가 울기까지 했고 다른 친구들도 분위기가 험악해져서 자칫 싸움까지 일어날 지경이었다. 나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생각 같아선 가서 확 뒤집어주고 싶을 정도였으니…. 그래도 참아야지.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불쌍한 녀석들,  실력으로 안되니까 입으로 하네. 하하.

게임은 계속 진행되었다. 우리는 두 번째 게임에서 결국 이기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게임. 1등을 하느냐 못하느냐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한판.

하지만 우리반을 응원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오히려 험담하는 애들만 늘어나고 있었다. 우리 반 친구들은 피구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내 성격상 상대편만 응원하는 다른 반 애들을 한 명씩 퇴학시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우리에게 그렇게 심한 험담을 해대는지…. 그것도 우리는 걔네들보다 인원수가 훨씬 적었다.

이런 상태에서 게임을 하는데 잘 풀릴 리가 없었다. 완전 포기 그 자체. 잘하는 애들이 다 먼저 아웃되다보니 다른 애들도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었다. 무척 답답했다. 결국 우린 지고 말았다.

나와 유진이는 끌어안고 마구 울었다. 경기에서 진 것도 슬펐지만 우리에게 험담한 애들 기를 꺾어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억울한 것도 많았다. 우리반 애들은 모두 울었다. 애들은 눈이 시뻘겋게 돼가지고 씩씩거리며 교실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어머니들께서 사주신 맛있는 피자와 콜라를 마시며 그나마 기분을 풀었다.

결과는 2등.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내 사전에 2등이라니 창피하다. 1등을 못하면 차라리 꼴등을 하고 말지, 어중간한 2등이 뭐냐고~~. 생각하면 아직도 열불난다. 이런 말, 기사에 써도 되나?

그런데 아뿔사 옷을 갈아입다 보니 허리가 엄청 아파왔다. 피구 할 때는 온통 신경을 경기에만 쏟고 있다보니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보건실에 가서 파스를 붙이고 집에 오니까 허리 통증이 더 심해져서 앉아 있기가 힘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엄마께 얘기하고 찜질을 했다. 시험이 얼마남지 않은 이 중요한 시기에 학원까지 빠져야 했다. 아직도 내 허리엔 파스가 붙여져 있다. 그리고 아프다. 흑흑, 도대체 이게 뭔 꼴이냐구요.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경희여중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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