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프로야구 한달, 순위 주도권 없는 대혼전

2007 프로야구의 개막 한 달이 지났다.
통상 개막 초반 순위가 최종 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4월은 각 팀들의 전력 탐색기이지만, 순위 주도권을 잡느냐 못하느냐 차이는 시즌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 올 시즌은 그렇지 않다. 지난 7일 현재 단독선두 SK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팀이 3경기차로 촘촘히 붙어있기 때문이다. 1위 SK도 8위 LG와도 4.5경기 차이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대혼전이다.

연승 연패 한번에 순위 오르락 내리락

지난 4월 최종 순위표에서 한화는 7위였다. 당초 삼성 SK와 3강 후보로 꼽혔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성적표. 하지만 한화는 4월 마지막 경기와 5월 5경기를 내리 따내며 6연승했다. 순위는 어느덧 2위로 상승했다.
반면, 4월을 공동 2위로 마친 삼성은 4월 마지막 3경기와 5월 첫 3경기에서 무려 6연패를 당한 뒤 지난 6일 승리하면서 6위다. 한화와 삼성뿐만 아니라 나머지 팀들도 순위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의 말대로 연승 한 번이면 상위권이고, 연패 한 번이면 하위권이 되는 추세다.
올 시즌 초반부터 혼전을 보이고 있는 데에는 8개 구단 마운드 평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겨우내 각 구단들이 외국인투수 및 해외파 영입 그리고 유망주들의 성장으로 8개 구단 마운드가 대동소이해졌다. 마운드가 두꺼워진 가운데 각 팀마다 확실한 원투펀치 혹은 에이스들이 승리를 챙기고 있다. SK 레이번 로마노, 한화 류현진 문동환, 롯데 손민한 염종석, LG 박명환 봉중근, 두산 리오스 랜들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 장원삼(현대) 윤석민(KIA) 등도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롯데와 LG가 시즌 초반부터 마운드 붕괴로 순위다툼에서 낙마했고, 결국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무너진 전력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최근 6연패를 당한 삼성을 제외하면 각 팀 마운드는 대체적으로 안정된 편이다. 무엇보다 선발 불펜 마무리 등이 골고루 안정돼 잡을 경기는 확실하게 잡으면서 서로 승수를 쌓고 있다.
한화의 경우에는 마무리 구대성의 공백이 크지만, 막강한 선발진이 부쩍 힘을 내고 있다. 개막 한 달 동안 에이스끼리 맞대결이 적었는데, 향후 에이스 맞대결에 따라 순위다툼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상대 마운드 부수는 게 팀순위 열쇠

마운드가 평준화되고 있는 만큼 방망이가 얼마나 터지느냐 여부가 순위다툼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상대 마운드를 깨부수는 데에는 방망이만 필요한 게 아니다.
단독선두 SK의 경우에는 상 하위 타순의 고른 활약에다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으로 상대 마운드를 괴롭히고 있다. SK가 팀 타율 4위이면서도 팀 득점에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는 데에는 도루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40개)에 올라있는 힘이 크다.
그러나 SK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뛰는 야구를 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은 방망이가 해답이 될 수밖에 없다. 선동렬 감독의 삼성이나 김재박 감독의 LG는 `감독의 야구`라고 불릴 정도로 작전을 구사하는 경우가 잦지만,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 특히 타자들의 방망이가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작전이 달라질 수 있고 순위도 달라질 수 있는 게 야구다. 삼성과 LG가 최근 10경기에서 나란히 3승7패로 침체하며 작전구사비율이 높아진 것도 궁극적으로는 타자들의 부진 탓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롯데나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화와 현대는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시즌 초반부터 계속해 팀 타율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현대도 작전구사를 줄이는 대신 타자들에게 맡기면서 불방망이 모드로 전환했다. 불발탄만 가득했던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도 서서히 가열되더니 뜨겁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팀 방망이가 얼마나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릴 수 있느냐가 순위다툼의 최대 관건이 되는 셈.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올 시즌 초반만큼 고개가 끄덕여지는 적도 많지 않았다. 박충환 기자 park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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