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갇힌 정상…소나무에 핀 송화가 정겨워
구름에 갇힌 정상…소나무에 핀 송화가 정겨워
  • 승인 2007.05.31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직장 동료들과 떠난 산행 후기-불암산편

눈을 뜨자마자 창가로 달려간다. 비가 내린다. 그것도 장대비다. 전화벨이 울린다. 문영길 주사님이다. 어떻게 할건지 묻는다. 창밖을 다시 바라본다. 망설여진다. "마음 약해진 거야?"라며 추궁하신다. 전날 우천시에도 강행할테니 망설이지 말고 등산화 끈을 조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닙니다. 강행합니다"라며 준비를 서두른다.
오늘 산행은 직원춘계체육행사와 같이 실시하기로 했다. 산행에 희망한 12명 정도가 불암산을 넘고 남양주시 불암동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다른 직원들과 합류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비 때문에 산행 인원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전철을 타고 상계역으로 이동하는데 사람들이 힐끔힐끔 바라본다. 이런 날씨에 등산복 차림이 이상하게 보이나보다. 그런데 막상 집결장소에 도착해보니 이상한 사람들이 꽤나 많이 보인다. 그 중에 우리 직원들도 몇 명 포함되어 있다. 10여분 뒤 전부 모이고 보니 필자를 포함하여 10명이다. 이런 날씨에 대단한 수확이다.
역 앞 가게에 들러 막걸리를 몇 병 챙긴다. 안주거리를 찾는다. 마땅찮다. 가게를 나와 옆집을 보니 머리고기를 파는 집이다. 넉넉히 주문을 하고 머리고기 써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다들 막걸리 한 잔 했으면 하는 눈치다. 막걸리 두 병을 사서는 한잔씩 돌린다. 비록 막걸리 한 잔이지만 어느새 비도 그치고 흥이 절로 난다.
10여 분을 이동하니 불암산 공원이다. 비 갠 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연녹색 숲이 더욱 싱그럽다.


#왼쪽부터 신규직원 김민규씨, 다음달 새신랑이 될 유장진씨, 제일먼저 도착한 문인범씨, 필자, 거의 모든 산을 섭렵하신 조민호 팀장, 올해 처음으로 함께 한 하현민씨, 시에서 새로 전입오신 이충희 팀장, 든든한 후원자 이원형 주임, 다음달이면 긴 공직생활을 마감하시는 문영길 주사님


#빗물을 머금고 있는 초롱꽃과 고사리

다시 10여분을 오르니 정암사 입구다. 입구에 세워진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낮은 기압과 수분을 머금은 공기 때문인지 숨이 빨리 차온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한번 훔칠 때쯤 정자가 하나 보인다. `봉암수`라는 약수터다. 정자에 자리를 편다.
 
막걸리와 머리고기를 꺼낸다. 막걸리가 부족할까 염려스럽다. 정상 부근에 막걸리 파는데가 있으니 걱정 말라며 조민호 팀장님이 안심(?)시킨다. 한 순배가 돌아가고 짐을 챙긴다. 조금 오르니 암반이 시작된다. 물기를 머금은 암석이 미끄럽다. 조심조심 한발한발 오르니 널따란 바위가 펼쳐져 있다. 마당바위란다. 맑은 날이었으면 시원스레 펼쳐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마당바위, 가운데 환하게 웃음을 짓고 계시는 분이 성태수 지적공사지사장


#구름과 안개에 휩싸인 상계동 도심


#똑같은 형태로 레일처럼 파져있는 자연의 경이로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조금 옮기니 어느새 정상 부근이다. 원래는 내린 비 때문에 위험해서 정상은 오르지 않으려 했으나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내려갈 수 없어 밧줄을 움켜쥔다. 구름 속에 갇혀있는 정상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세찬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 앞에서 상기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불암산 정상


#시킨다고 그대로 포즈를 취하며 좋아하고 있는 하현민씨

세찬 바람과 좁은 공간 때문에 정상에서 정상주(頂上酒)를 못하고 인근 `다람쥐광장`으로 이동했다. 한데 다람쥐는 안보이고 비막이용 포장에 방석까지…완전 난전(亂廛)이다. 싸 가지고 간 막걸리에 몇 병 더 추가해서 마시고 컵라면에 따뜻한 커피까지 곁들이고 나니 하산해서 먹을 음식이 걱정이다.
정상에서 남양주시 불암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마당바위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능선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길은 산책로 같고 길가 소나무에 탐스럽게 피어있는 송화(松花)도 정겹다.


#가지가 아닌 나무 몸통에 피어있는 송화


 #물기를 머금은 싱그런 송화

음식점에서 기다리고 있을 직원들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니 어느새 불암사다. 석가탄신일 때문인지 불암사 마당은 저마다의 소원을 담은 연등으로 가득하다.


#연등으로 가득 찬 불암사

해탈문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니 `산수가든`이라는 음식점이다. 2년전 체육행사도 이곳에서 했었는데 음식 맛이 꽤나 괜찮았던 것 같다. 먼저 온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상위에는 벌써 한 상 가득 차려져 있는데 막걸리로 가득 찬 배 덕분에 소주잔만 기울인다. 적당히 취기가 오를 무렵 팀별 족구시합이 벌어졌다.


#체육행사 메인 이벤트 족구경기

다시 쏟아진 비 때문에 마지막 경기가 중단되었지만, 산행 처음부터 지금까지 참고 기다려준 하늘님에 감사하다.
그냥 끝내기 뭔가 아쉬운 마음에 태릉역 부근 부침개집에 자리를 잡고 풀어가는 우리내 이야기에 밤도 깊어가고, 피로와 취기에 젖은 현민형의 고개도 자꾸만 숙여져 간다.

정기룡 기자 <정기룡님은 서울 성동구청 지적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1-2회  동료직원들과의 산행 후기를 독자님들에게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