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젊은 양파김치’의 맛의 비결을 찾아서

‘맛의 고장’ 전북 부안에 양파김치가 또 하나의 ‘부안의 맛’으로 떠오르고 있다.
갖가지 음식의 양념용으로 보조역할만 했던 양파가 ‘양파세상’에 의해 대한민국 1호 ‘젊은 양파김치’로 대변신해 우리네 입맛을 새롭게 자극하고 있다.



부안 사람들의 꽤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데 이어 김치와는 거리가 먼 신세대, 외국인들의 입맛까지를 자극하고 있는 젊은 양파김치의 맛의 비결을 찾아 나섰다.
변산면 소재지인 지서리에서 내변산 가는 길목에 위치한 지남마을, 그곳 너른 양파밭에서 수확하기에는 아직 이른데도 양파 수확이 한창이었다.

바닷바람 맞으며 자란 ‘젊은 양파’

양파김치의 맛의 비결은 바로 바닷바람 맞고 자란 양파, 그것도 성장이 가장 왕성한 시기의 젊은 양파에 있었다. 이 시기의 젊은 양파라야 잎, 줄기, 구근을 통째로 이용해 김치를 담글 수 있고, 그래야 맛도 더 신선하고 영양도 더 풍부하다고 한다. 이렇게 젊은 양파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이름도 ‘젊은 양파김치’이다.



‘양파세상’ 공장에 들어서자 낯익은 이 지역 아주머니들이 지금 막 밭에서 뽑아 온 양파를 다듬고 있었다. 콤푸레셔에서 품어져 나오는 에어를 이용해 양파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껍질을 벗겨내는 모습이 특이했다.

세척실 한 켠에서 한 아주머니가 커다란 양은솥에 뭔가를 끓이고 있기에 보았더니 ‘찹쌀죽’이다. 어릴 적, 김치 담글 때마다 번거롭게도 꼭 죽을 쑤어 넣던 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아주머니는 찹쌀죽을 넣어야 김치가 개운하고 풍미를 더한다고 했다. 그것도 맵쌀이 아닌 찹쌀이라야 쌀 알갱이가 다 삭아버린다며 ‘찹쌀죽’을 강조했다. 그러니까 양파김치의 또 하나의 맛의 비결은 바로 이 찹쌀죽에 있었다.

곰소 젓갈, 곰소염전 천일염 양념

찹쌀죽도 준비되었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양파는 소금물에 간하고 세척도 완료되었다. 이제 김치로 변신하려는 순간 양념을 들여다봤다. 젓갈의 고장 곰소에서 나는 새우젓, 액젓, 곰소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 등이 주재료이다. 
변산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자란 젊은 양파가 곰소 새우젓, 액젓, 변산고추가루, 찹쌀죽 등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져 저온에서 숙성 발효되어 양파 특유의 냄새나 매운맛은 싹 가시고, 개운하고 감칠맛 나는 양파김치로 변신했다.

양파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익히 들어 온 터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거대한 피라미드를 쌓을 때 노예들에게 스태미너 식품으로 매일 양파를 먹였다고 한다.

양파가 우리 몸에 좋은 이유 몇 가지를 들자면, 혈액 속의 불필요한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녹여 없애 피를 맑게 하고 심장을 보호하며, 동맥경화와 고지혈증을 예방하고 치료한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기름진 음식을 즐기나 심장 발병률은 미국인보다 열 배나 낮다고 한다. 이는 양파를 즐겨 먹기 때문인데 양파 껍질에 들어 있는 황색색소인 퀘르세틴이라는 성분은 모세혈관을 강하게 해주고 딱딱하게 굳은 동맥을 부드럽게 만들어 심장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 양파김치의 맛의 비결은 바로 바닷바람 맞고 자란 양파, 그것도 성장이 가장 왕성한 시기의 젊은 양파에 있었다. 젊은 양파를 수확해 에어를 이용해 다듬고 있다.

또한, 양파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칼슘과 철분의 함양이 많아 강장 효과를 돋우는데, 큰 역할을 하며 혈액을 정화시키기 때문에 잔주름 예방 등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삼겹살, 비린 생선과 찰떡궁합

양파는 날것으로 먹거나 익혀서 먹을 수 있는데 그 약용효과에 있어서는 하등의 변화가 없다고 한다. 고기를 양파와 곁들이면 맛은 배가 된다.




▲ 꼼꼼하게 다듬어진 양파는 소금물에 간하고 세척도 완료되었다.

특히 양파김치와 삼겹살은 찰떡궁합이다. 고기의 느끼한 맛이나 냄새를 느끼지 못하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없애주기 때문에도 좋다. 잘 익은 양파김치 고등어조림도 일미이다.




▲ 큰 양은솥에 찹쌀죽을 끓이고 있다. 찹쌀죽을 넣어야 김치가 개운하고 풍미를 더한다고 했다.


#곰소 염전산 천일염




"값싼 중국산 양파 김치가 밀려오면 어떡하나!"
취재를 마치고 공장을 나서며 드는 생각이었다. "입, 줄기, 뿌리째 이용해 담그는 김치인데 수입이 가능할까?"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어쨌든 변산이라는 산간 토양에서 바닷바람 맞고 자라는 젊은 양파, 거기에 부안산 각종 양념, 무엇보다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부안 고유의 맛을 지켜 나가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파세상’에서 생산 되는 ‘젊은 양파김치’는 연간 1100여 톤으로 현재 전국 유명 백화점과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허철희 기자 <허철희님은 자연생태활동가로 `부안21`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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