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암이 이성계가 100일 기도를 올린 곳이라고?
우이암이 이성계가 100일 기도를 올린 곳이라고?
  • 승인 2007.06.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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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은 기자의 서울인근산 샅샅이 훑기-도봉산 우이암

시간 관계상 조금이나마 멀리 떨어져 있는 산으로 가질 못하다보니 답답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제목을 `서울 인근산 샅샅이 훑기`로 붙인 것도 다 그런 속사정 때문이다.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사패산…망우산…용마산…아차산…. 이 산들이 기자가 소개하는 이 등산코너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소개해 드리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었으니 정말 `샅샅이`도 훑어보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매주 새로운 코스를 소개해드리는 게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물론 위에서 열거한 산들엔 수백개의 많은 산행 코스들이 있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번 주엔 저쪽에서 이쪽으로 등으로 변화를 줘가며 산행을 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그게 그거인 걸…. 간혹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독자님들의 넓은 아량에 기댈 수밖에 없는 입장.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한가지 강변하고 싶은 건 그래도 산은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객을 맞아준다는 것이다. 지난 주 들렀던 곳이 이번 주에 가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풍광이 바뀐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산을 오르는 이의 달라진 심리상태가 더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난 토요일엔 도봉산으로 향했다. 도봉산 입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줄곧 궁리를 멈추지 않았다. 오늘은 어느 쪽으로 소개해드리는 게 좋을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도봉산 입구에 서 있는 산행안내지도를 보고서야 결정했다. 그래 오늘은 우이암으로 한 번 올라보는 거야.

물론 이 코스 역시 짧다. 기껏해야 3시간이다. 도봉산 매표소(지금은 매표를 하지 않지만)를 지나자 마자 좌회전해서 도봉사를 지나 보문능선을 거쳐 우이암으로 오르는 코스다. 하산은 우이동 계곡으로 잡았다.


#유원지 입구

시계는 늦은 4시를 가리킨다. 매표소 가는 길은 온통 하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음식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점심을 일찍 먹은 터라 도로를 가득 메운 음식냄새들이 엉뚱한 생각을 하게 한다. "에이, 그냥 눌러 앉아서 저 맛있는 안주에 막걸리나 들이부어?" 그럴 수는 없는 일. 눈 닫고 귀 닫고 입 닫고 코 닫고…. 내려가서가 있잖아…스스로 위안도 해본다.


#유원지 계곡

매표소 지나 다리를 건넌다. 넓은 길이다. 바닥에 돌이 많아 걷기가 만만치 않다. 계곡엔 졸졸졸 물이 흐른다. 양이 많지는 않다. 10여분 오르니 절이 나온다. 건물들을 새로 지었다. 온통 황금색이다. 능원사다. 돈 꽤나 들였겠는데….


#도봉사 입구

지난다. 5분여 더 오르면 또다른 절이 나온다. 도봉사다. 능원사와는 많이 대조된다. 오래된 담벼락엔 담쟁이 넝쿨이 기어오른다. 훨씬 정감이 간다.


#밭을 매는 한 남자

도봉사 바로 옆엔 넓직한 밭이 있다. 촌로가 아닐게 분명한데 촌로처럼 보이는 중년의 남자 한 분이 열심히 밭을 매고 있다. 보기 좋다. 보문능선이 이어진다. 시야가 트이는 오른쪽으론 도봉산 주봉들이 장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신선대…만장봉…자운봉…. 멋지다. 입이 벌어진다.







서울 인근산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쪽도 고사리 천지다. 바위 위에 빽빽하게 자란 고사리 군락이 눈길을 끈다. 사진을 찍는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갈래길이 나온다. 왼쪽은 원통사 가는 길이다. 직진하면 우이암쪽 암벽으로 오르는 길이다. 우회전한다. 잠깐 원통사부터 짚고 가자.

원통사는 우이암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신라 경문왕 3년(863) 도선국사가 창건했다. 관음보전은 정면 5칸, 측면 2칸짜리 건물로 불단에는 아미타여래상과 관음보살상, 지장보살상이 봉안돼 있다. 관음보전 외에 종각, 약사전, 삼성각, 정해료(요사)가 우이암을 배경으로 곱게 앉아 있고, 삼성각 아래에는 천연동굴에 조성된 나한굴이 있다. 사찰 주변에는 두꺼비, 학, 독수리, 북 등 108종류의 형상을 갖춘 바위가 장관을 이룬다. 원통사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을 다르게 부르는 원통대사(圓通大士)에서 유래한 것인데 참된 지혜는 두루 막힘이 없으므로 원통이고, 또한 모든 존재에 영향을 미치므로 원통이라고 한단다.

갈래길에서 10여분 진행하면 또다른 능선길과 만난다. 도봉산 주능선이다. 우회전하면 도봉산 주봉과 오봉 쪽으로 갈 수 있다. 우이암쪽은 좌회전이다.



발길을 돌리자마자 족히 수백개는 될 듯한 나무 계단이 앞을 가로 막아 선다. 보는 것 만으로도 피곤이 몰려온다. 그래도 올라야지…오른다. 중간에 전망대가 있다.

북쪽으로 도봉산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맨 왼쪽은 오봉이다. 거대한 암석으로 된 봉우리가 다섯 개다. 그 한참 오른쪽으로 칼바위가 있다. 그리고 주봉…자운봉…만장봉…선인봉 순이다. 그 웅장하고 거대한 모습을 한 번에 담을 수 없는 카메라가 원망스럽다. 중간중간 겹쳐 가며 여러차례 사진을 찍는다. 사진 편집을 할 때 이어서 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모습이 나올 것 같아서다. 남쪽은 우이령이다. 너머엔 북한산 주봉들이 보인다.



오른다. 좁은 굴 같은 관문을 지난다. 오른다. 조그마한 암벽 봉우리가 나온다. 오른다. 시야가 확 트인다. 바로 앞에 진짜 `소의 귀`를 닮은 듯한 바위가 서울 도심을 호령하는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우이암이다. 산에 꽤나 다녀본 듯한 50대 정도의 아주머니가 다른 일행에게 우이암에 대해 얘기해주고 있다.


#우이암

"이성계가 서울에 도읍을 정하기 전에 이곳에 와서 100일 동안 기도를 했데…." 다른 일행들 고개를 끄덕인다. 나중에 확인해봤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성계가 100일 기도를 한 곳은 이곳이 아니고 도봉산 신선대 아래 위치한 천축사였다. 중요한 건 아니다. 어디서건 했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시 길을 나선다. 진행하니 `위험구간` 표지판이 나온다. `돌아서 가시오`라고 쓰여 있다. 돌아서 간다. 같이 간 동행 덕분이다. 좌회전해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다. 우이암 바로 위쪽으로 지나는 길인데 여간 껄끄럽지가 않다. 자꾸 동행을 쳐다본다.

약 20여분 걸으면 그제서야 그럭저럭 괜찮은 길과 만난다. 원통사에서 나오는 길이다.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우이동 계곡으로도 방학동 쪽으로도 이어진다. 이전 매표소 자리 부근에 두 갈래길이 있다. 우이동 계곡 쪽으로 향한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산에 오르는 이들도 꽤 보인다. 야간산행을 하는 것이리라.

우이동 계곡은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눈에 띈다. 서울 시내에서 가깝다보니 주말이면 끼리끼리 많이들 온다. 민박집 마당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대학생들이 숯불에 고기를 굽는 것이다. 허름한 집을 찾아 잦아든다.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곁들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이동 계곡은 젊음의 목소리로 가득 찬다. 좋을 때다.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정명은 기자 jung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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