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문제 해결 이후의 빨라지는 한반도 평화 위한 발걸음들

6월 14일, 마카오 금융당국은 BDA에 예치된 북 자금이 뉴욕연방준비은행으로 이체되었다고 발표했다.
6월 16일, 북한외무성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하겠다고 천명했다.
6월 21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전격 방문했다.
6월 27일, IAEA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 30일까지 나흘간 영변 원자로를 비롯한 북한 핵시설을 둘러봤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6월이 지났다. 그리고 7월이 왔다. 일각에선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변화조짐들을 살펴봤을 때 `격동의 한달`이 될 것이라고 호언한다. 달라진 북한과 미국의 태도가 호언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되면 2.13합의 이행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북한이 약속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고 미국도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과감한 협상`에 나설 기세다.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울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6월 한 달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던 BDA가 해결됐다. 이는 촉매제였다. 북한은 BDA 자금이 이체되자 마자 국제원자력기구 실무대표단을 초청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차관보가 평양을 전격 방문했다. 

힐 차관보와 IAEA 대표단의 방북

힐 차관보는 1박 2일 짧은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6자회담 재개에 관련된 협의를 가졌다. 또 박의춘 외무상을 만나 환담을 나누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는 평양 출발 직전 APTN과의 인터뷰를 통해 "6자회담 진전을 위한 만족할 만한 논의(good discussion)를 가졌다"고 밝혔다. 또한 회담의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꺼려했지만, "6자회담 과정의 모든 측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는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양방문 결과를 설명했다. 여기에서 그는 이번 회담을 구체적, 실질적이었으며 유용한 회의였다고 총평하고, “북한과 우리는 2.13합의의 완전한 이행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영변핵시설 즉각 폐쇄 ▲다음단계의 불능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6자 수석대표 회담 개최 ▲6자 외무장관회담 문제들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다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회피하면서도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리스트를 논의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힘으로서 우회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의 전격적인 평양방문은 2002년 제임스 켈리의 평양 방문 이후 이루어진 첫 고위급 방북으로, 여러 측면에서 서로 비교된다. 2002년 제임스 켈리의 평양방문은 북미 핵 대결전의 문을 여는 방북이었다면, 이번 힐 차관보의 평양방문은 북미 핵 대결전을 끝내고, 북미평화공존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문을 여는 방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하나는 대결을 위한 방북이고, 다른 하나는 대화와 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한 방북이었다는 얘기다. 힐 차관보는 2002년 제임스 켈리가 지펴 놓은 지독한 상호 불신과 전면적 대결의 시대의 끝을 선언하고, 상호신뢰와 전면적 협력의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사로 평양을 방문한 셈이다.
북한도 힐 차관보의 방문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쌍방은 7월 상순에 6자 수석대표 회담과 8월 초 필리핀에서 있게 될 ARF(ASEAN Regional Forum, 아세안지역안보포럼) 기간에 6자 외무상 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다. 이는 북한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IAEA 실무대표단의 영변 핵시설 방문은 지난 2002년 12월 추방된 이후 4년여 만의 일이다.
실무대표단 단장인 올리 하이노넨 IAEA 사무부총장은 영변 원자로 방문 후 북한 관리들을 면담한 뒤 핵시설의 폐쇄를 검증, 감시하는 방식에 대해 "원칙적으로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부총장은 "북한측과의 면담은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하이노넨 부총장은 또 앞으로 일주일 안에 IAEA 이사회에 (방북 결과를) 보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부총장은 2.13 합의에 따라 5개 핵시설이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는 "2002년 이후 (핵)시설에 분명 변화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폐쇄·봉인·감시 하에 놓이게 될 5개 핵시설은, 적어도 명목상, IAEA 감시단원의 추방 전에 폐쇄됐던 시설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변 핵시설의 폐쇄 시점에 대해서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그들이 결정할 때 우리도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단계는 6자회담 참가국들이 협의를 하고 기술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시점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에 거둬질 결실들은?

이에따라 이제 한반도를 둘러싼 관심은 7월로 쏠리고 있다. 6월 뿌려진 씨앗들이 상당 부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일단 북한과 IAEA가 합의한 핵시설 폐쇄·봉인에는 대략 2주 정도의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6자회담이 재개될 예정이다. 시기는 북한이 핵시설 폐쇄에 착수할 즈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략 시기를 이달 중순경으로 봤을 때 100여일 만에 재가동에 들어가는 셈이다. 6자회담은 지난 3월 휴회 상태로 끝을 맺은 바 있다.
미국을 방문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무부 청사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북한이 핵폐기 초기조치 이행에 착수하는대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차기 6자회담을 재개, 실질적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영변 핵시설 폐쇄를 포함해 핵폐기 초기조치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조치와 맞물려 다음 6자회담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기 6자회담도 수석대표회동이나 전체회의 형식으로 7월 둘째주나 세째주초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 멜리사 플레밍 IAEA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7월 9일 열리는 임시이사회가 북한 핵 폐쇄 검증 문제를 처리할 예정"이라며 "이사회 승인 후에는 며칠 안으로도 검증단의 북한 파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여세를 몰아 외교장관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각국의 외교일정을 감안할 때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8월2일 전후에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남측의 대북 지원도 본격화된 상태다. 일단 대북 쌀 차관 북송 작업이 본격 괘도에 올랐다. 아울러 핵시설 폐쇄의 대가로 북한에 제공되는 중유 5만t 지원 작업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핵시설 폐쇄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해 6월말 중유 제공 준비작업에 착수해 한 달 내에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일단 지난달 29일과 30일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접촉, 북핵 2.13합의 이행과 관련해 우리가 지원하기로 한 중유 5만t 공급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접촉에서는 중유 전달 항구 및 항구별 공급량 등 중유 공급과 관련된 실무 문제들이 주로 협의됐다. 중유 지원 시점은 7월 20일 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탄력받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2.13합의에서 규정한 초기조치의 이행이 완료되고 6자 회담과 6자 외교장관 회담에서 제2단계 핵폐기에 해당하는 불능화에 대한 북한과 미국 간 의견이 조율되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과 미국 간 관계 정상화 논의도 급진전될 전망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의 만남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들이 `비핵화-대북적대시 정책 철폐`를 고리로 과감하고도 대담한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펼치는 4자협의는 장관급을 넘어 최고수뇌부 수준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오래 전부터 예상돼 왔다. 바로 4개국 정상회담을 가리키는 것이다. 관련국들간 접촉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이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것도 이와관련 초미의 관심을 모으는 사안이다.
또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한·미 외교장관 협의도 6자회담의 이행촉진과 4개국 정상회담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6자회담 차원의 각종 이벤트가 현실화되면 남북 정상회담과 4개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평화체제 구축노력이 전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날 용의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아울러 오는 9월엔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미국을 방문을 요청한 상태다.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 관계정상화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논의하는 장면은 한반도의 지평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상징하는 빅이벤트로 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와 관련된 미국의 변화된 태도를 가리켜 `대북관여정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관여정책이란 외교 군사 정치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압박과 공갈이 아니라 대상국과의 교류를 광범하게 증진시킴으로서 대상국가의 정치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주체국과 대상국간의 상호협력을 증진시켜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정책인데, 이것을 포용정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박경순 씨는 "미국이 대북관여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게 되면, 2.13합의이행과정에 여러가지 난관과 장애가 발생한다하더라도 그것이 대립과 충돌 전면적 대결로 발전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해결의 길이 열리게 됨으로서, 2.13합의이행이 중단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해 나가게 되면서 새로운 북미관계의 형성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며 "이렇게 볼 때 향후 한반도 정세는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상당기간 대화와 협상국면이 지속되고, 북미관계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어 가면서 북미국교정상화에 기초한 새로운 한반도 질서가 수립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순애 기자 lees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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