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왠 냉면이냐구요!!"
"도대체 그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왠 냉면이냐구요!!"
  • 승인 2007.07.1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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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기자> 엄마의 생신, 꿩 대신 닭…그리고 에버랜드

공휴일이었다. 신기했다. 엄마 생신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난 며칠전부터 이벤트를 준비했다. 물론 엄마는 모르게 하는 것이었다. 우선 간단한 생신 선물을 샀다.

돈이 많이 없어 싼 것으로 준비했다. 그리고 전날, 난 학원을 끝마친 뒤 혼자서 대형 슈퍼마켓에 갔다.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엄마 생신날 아침 이벤트를 위한 것이었다. 이벤트가 뭐냐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슈퍼마켓에서 이날을 위해 조금씩 모은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단호박도 사고, 양파와 대파도 사고, 미역줄기도 사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해가 떠올랐다. 난 다른 식구들 보다 일찍 일어났다. 엄마와 아빠는 한참 꿈속을 헤매고 계셨다. 나의 요리가 시작됐다. 주메뉴는 단호박 볶음밥이라고 해야 하나? 단호박에 구멍을 내서 안의 내용물들을 다 긁어낸 뒤 미리 준비해놓은 여러 가지 야채들을 넣고 볶은 밥을 그 안에 넣고 찌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문제는 시간이 한참 걸린다는 것인데, 그것도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었다. 휴일이었기 때문이다. 외삼촌과 아빠, 그리고 내 건 그냥 볶음밥. 왜냐고? 주인공은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엔 미역국 끓이기. 1회용으로 파는 즉석 미역국은 끓여봤지만 미역을 넣고 직접 끓이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사전 조사를 해둔 상태. 먼저 참기름을 두르고 씻은 미역을 넣어 살짝 볶은 뒤 물과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끓이면 되는 것이었다.

아침 7시에 시작된 요리는 10시가 돼서야 끝났다. 그때까지도 엄마 아빠와 외삼촌은 꿈속. 상까지 다 차리고 난 뒤 난 가족들을 하나씩 깨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에겐 "생일축하해요"란 말도 잊지 않았다. 그 다음은 감동의 식사시간. 엄마는 처음 받아보는 딸의 정성 가득한 생신상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셨다. 기분 캡! 아빠와 삼촌은 "우린 왜 단호박 볶음밥이 아니냐"고 투덜대면서도 아주 맛있게 볶음밥을 드셨다. 이쯤되면 대성공!


#고려대학교

다음은 엄마 아빠와 외출을 할 시간. 난 남산타워를 오르거나 한강유람선을 타보고 싶었는데 아빠는 엄마가 좋아하는 냉면을 먹으러 가자는 게 아닌가. 그것도 걸어서. 냉면집이 어디있느냐고 물었더니 산꼭대기에 있다나? 이런 세상에…. 그래도 하는 수 없지. 게다가 냉면을 먹은 뒤엔 시내에 나가서 영화를 본다고 하니까 위안을 삼을 수밖에….

그래서 집을 나섰다. 홍릉수목원을 지나 한참을 걸으니 이마에선 땀방울이 송송 배어나왔다. 그렇게 걷다보니 고려대학교가 나왔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멋진 건물들이 많아서 사진도 찍고. 다음엔 고려대학교 앞에 있는 영철버거에서 맛난 버거도 먹고…. 여기까진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문제는 그 다음.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조금 지나니까 엄청나게 경사가 급한 산동네가 나오는 게 아닌가.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짜증도 나기 시작하고….

"왜 이런데로 가는 거야?" "냉면 집이 저 산꼭대기에 있거든…." "난 좋아하지도 않는 냉면 먹으러 꼭 이 고생을 해야돼?" "응, 그 집이 엄청 맛있거든."

그래도 전혀 사라지지 않는 짜증.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서 출발한지 두시간을 훌쩍 넘겨 도착한 냉면집. 그런데 이게 웬일? 이미 시간은 오후 3시를 가리키는데 냉면집 앞에 끝보이지 않게 늘어선 사람들. 허걱,이다. 허걱!! 더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분노. 냉면 먹으러 이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줄 서서 기다리자면 몇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고…. 아빠는 난감한 표정. 한참을 고민하던 아빠. "그냥 대학로 쪽으로 내려가서 먹자." 이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그래도 하는 수 없지. 조금더 가다보니 낙산공원이 나온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넓은 곳에선 공연도 펼쳐진다.


#낙산공원서 내려다본 대학로쪽 모습

배는 고프고 대학로 쪽으로 내려가자 마자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는데, 엄마와 아빠는 냉면 난 설렁탕. 냉면의 냉, 자만 들어도 짜증이 났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한끼를 때우고 다시 출발. 이제 영화 보는 일만 남았다. 고생한 내 처지를 고려해 어떤 영화를 고르느냐는 내 의지에 맡기기로 했다. 극장은 종로3가에 있는 단성사. 물론 대학로에서 거기까지도 걸어서 갔다. 내가 고른 영화는 공포영화. 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제목이 `메신저`였나. 적당히 무서웠다. 아빠와 엄마가 놀라는 내 몸짓 때문에 더 놀라시고….
#대학로에서 식사를 마친 후 찍은 아름다운 가게의 모습


영화를 다 본 후엔 아빠가 좋아하시는 시장 골목안 고기집에서 돼지고기를 동그랗게 잘라 양념해 구워먹는 동그랑 땡으로 해결했다. 그런 뒤엔 큰집 식구들과 만나 와인 파티를 벌였다.

그리고 며칠 뒤의 토요일. `놀토`라서 쉬는 게 당연하지만 나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즐거운 약속이 있었다. 엄마 생신 때의 고생도 보상받을 수 있는…. 바로 큰 집 식구와 막내 고모네 식구와 함께 에버랜드에 가는 것이다.

오랜만에 가는 에버랜드. 가기 전날부터 설레였다. 덕분에 잠도 설칠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날 해야 할 숙제를 그날 밤 다 해야 한다는 엄마의 엄명에 새벽 1시까지 숙제를 해야 했다. 그리고 간신히 잠에 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엄마와 약속한 시간 6시15분. 나는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깨웠다. 하지만 엄만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 하셨다. 그래서 포기하고 일단 씻기부터 했다. 그런 다음 다시 엄마를 깨웠다. 엄마가 라면을 끓였다. 밥을 차려먹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대충 아침을 때우고 나서 엄마도 분주하게 준비하셨다. 텔레비전에선 날씨가 엄청 더울 것이라고 했다. 이럴 땐 짧은 반바지와 반팔이 최고. 그리고나선 선크림을 바르는 등 단단히 더위와 한바탕 싸울 준비를 마쳤다.

출바알. 아빠는 회사에 나가셔야 돼서 우리끼리 갔다. 큰 집 식구들과 아파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터였다. 아파트 앞 슈퍼마켓 의자에 앉아 있는데 큰 아빠네 차가 도착했다.  사촌동생 수빈이도 기분이 한껏 들떠 있었다. 모든 애들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수빈이는 놀이기구 타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에버랜드도 자주 다니곤 했다. 차는 서울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한참을 달려 에버랜드에 도착할 때가 됐는데도 소식이 깜깜 아닌가. 그 순간 운전을 맡으신 큰아빠 "야, 이거 큰 일 났네. 톨게이트를 지나버렸어." 허걱. 고속도로에서 에버랜드 쪽 톨게이트로 빠졌어야 하는데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거기가 큰 아빠는 "이대로 가다간 강원도까지 가야 할 텐데…"라고까지 하신다. 밀려오는 절망감. 고속도로가 막힐까봐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해서 나왔는데, 이런 일이 있을 수가. 물론,  돌아서 가도 되지만 늦으면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서두른 덕분에 집에서 출발한지 한 시간 여만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자유이용권을 끊고 놀이기구들을 타기 위해 서둘러 에버랜드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먼저 바이킹 같이 좌우로 돌아가는데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놀이기구를 탔다. 남자들은 빼고 타려 하는데 작은 엄마가 자꾸 무섭다고 하셨다. 그래도 나의 적극적인 권유에 반은 강제적으로 타게 되었는데 소리도 꽥꽥 지르고 눈물까지 흘리는게 아닌가.(하하^^;;)

그 사건 이후 작은 엄마는 놀이기구 타는 걸 포기. 사촌동생 호진이를 돌보는 일을 전담하기로 했다. 다음은 바이킹. 수빈이와 둘이서만 탔는데 맨 뒷부분에 앉아 있다보니 바이킹이 회전을 하는 동안 수빈이는 고개도 들지 못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은 로델오 타기. 엄마와 큰엄마, 사촌동생이 나섰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족히 1시간 정도는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재미는 짱!

그리고 점심시간. 점심메뉴는 김밥이었다. 큰 엄마께서 꼭두새벽부터 서둘러 준비해오신 것이다. 아주 맛있었다. 우리는 아이스크림도 먹고 콘서트도 구경하는 등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다음은 펀하우스. 후룸라이드를 타려고 했는데 너무 사람들이 많아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선뜻 타려고 하지 않는 놀이기구에 도전.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의자가 360 로 돌아가고 기계 전체도 360 로 돌아가는 말 그대로 무시무시한 것. 모양새를 본 다른 가족들은 아예 포기. 그렇다고 포기할 정다은이 아니지. 혼자서라도 올랐다. 정말 짜릿했다. 내리고 나니 다리에 힘이 쫙 빠질 정도. 그렇게 즐거운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조만간 기말고사 시험이 다가온다. 열심히 공부하는 일만 남았다. 며칠간 계속해서 날씨가 덥더니 비가 내린다. 장마철이라고 한다. 그래도 더운 것보단 나은 것 같다. 공부하기에도 좋고…. 열심히 해서 이번 시험엔 좋은 성적을 나오도록 할 것이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경희여중 1학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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