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그 화려함 뒤에 가려진 진짜 꽃들
영화제, 그 화려함 뒤에 가려진 진짜 꽃들
  • 승인 2007.07.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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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부천영화제 자원봉사자 인터뷰

12년 여전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국내에서 `국제영화제`란 타이틀로 시작된 이래 매년 참으로 많은 영화제가 열린다.

부산, 부천, 전주, 여성, 환경, 인권, 서울독립, 미쟝센, 제천음악영화제 등등과 크고 작은 영화제만 찾아다니기에 일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CinDi 2007)의 정성일 집행위원장은 얼마전 기자회견에서 "더 많은 영화제가 열려 특정 지어지지 않은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가 부산영화제 다음해에 열려 벌써 11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킹덤`의 심야상영이 화제를 모았던 1회를 시작으로 개인적으로는 1~3회와 2002년 월드컵이 열렸던 그해에 `미이케 다케시` 감독의 <레이니 독>, <데드 오버 얼라이브>, <이치, 더 킬러>,<중국의 조인>, <카타쿠리가의 행복>특별전이 열렸던 그때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그 미이케 다케시가 올해 최신작인 `용이 간다`의 깜짝 상영으로 부천을 다시 찾았다.)


#셔틀버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1회 때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부천을 찾았던지라 11회를 맞아 새로운 도약의 발걸음을 내디딘 부천영화제가 더욱 반갑다. 그 부천영화제의 진정한 꽃은 개막식을 찾은 국내외 게스트도 영화제의 홍보대사인 이완이나 송창의도 아닌 `자원봉사자(이하 자봉)`라 하겠다.

국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국내외 영화제들을 찾다보면 자봉들의 수고에 고마움을 느끼는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영화제가 한창일 때는 식사도 제시간에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며 적은 급여를 받긴 하지만 봉사에 가까운 일을 하고 가끔은 막무가내 관객들에게 억지소리도 들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는 빠알간 유니폼이 인상적인 자봉 몇 분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았다. 대부분 올해 처음 자봉을 맡은 학생들이었다.


#기념품 부스의 자원봉사자들

부천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복사골문화센터에서 부스운영과 행사 진행을 맡고 있는 김한아(24) 최소정(21) 김규성(25) 씨를 만나 보았다.

평소에도 워낙 영화 보는걸 좋아하고 영화쪽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홍보사에 지원한 경험도 있다는 김한아 씨는 "좋아하는 걸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관객일 때는 그냥 와서 영화보고 즐기면 됐는데 이제는 관객입장에서 이해하게된 점이 좋은 것 같아요"라며 "아직 힘든 점은 잘 모르겠어요. 외국인 손님들이 기념품을 많이 사러왔었는데 알고보니 그분들이 유명한 감독님들이시더라구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어떤 분은 아이스크림 사먹으라고 잔돈을 안받으시려 하셔서 안된다고 그랬죠.고생한다고 해주시는 따뜻한 말한마디가 감사했어요"라고 보람됐던 순간을 전했다.

최소정 씨는 "관객들의 입장과 소리를 듣고 매일 한번씩 회의를 거쳐 보고서도 작성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요. 때론 힘도 들지만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 보람도 들고 재밌어요"라며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쉬웠던 점으로는 "일부 원로영화인들이 자신만의 프라이드가 너무 강하고 권위적으로 대하시는 게 아쉬웠어요"라고 덧붙였다.

여성이 많은 자봉 중에서 기념품 부스 내에서 청일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규성 씨는 "올해 처음 영화제에 참여했습니다. 저희는 기념품 부스를 맡고 있는데 가끔은 영화제 전반의 여러가지를 물어오셔서 가끔 다 답해드리기가 힘들 때도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복사골문화센터에서 티켓을 담당하고 있는 김선화(22) 신나래(23)씨와 안내를 맡고있는 유지선(21) 씨를 만나 보았다.

신나래 씨는 "자원봉사 일하면서 한번 더 관객의 입장에서 이해하게 됐다. 가끔 티켓나눔터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티켓을 보면 아까운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씨는 "양해를 구하지 않고 무작정 사진을 많이들 찍으신다. 평생 찍힐 사진을 며칠만에 다 찍힌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유지선 씨는 "영화를 많이 좋아해서 참여하게 됐다. 능동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며 "어떤 외국인 분은 영화시작 이후에 티켓도 없이 오셔서 택시가 늦어 그런데 왜 입장을 안시켜주느냐며 막무가내로 화를 내셔서 힘들기도 했다"고 답했다.

김선화 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제에 참여 하게 됐어요. 영화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추천작을 꼽아 달리는 질문에는 마크 포스터 감독의 `스트레인저 댄 픽션(미국)`과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나츠가네 난사사건(일본)`을 꼽았다.

"소설안의 일들이 현실로  존재한다는 소재와 발상자체가 신선하고 결말도 잔잔하고 좋았어요. 사실 자원봉사자 발대식 이후에 단체로 보여준 영화라 그것 밖에 본게 없어요."(유지선)

" `린다린다린다`를 만든 감독님의 `나츠가네 난사사건`이 기대돼요."(신나래)


#복사골 미녀 3인방이랍니다.

영화제의 스탭들은 숙소에서 숙식하지만 자봉들은 보통 집에서 출퇴근을 하게 된다.
저녁 11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막차 직전까지 셔틀버스의 안내를 맡고 있는 임샛별(20) 송미선(20) 씨를 만나 보았다.

임샛별 씨는 "관객과 직접 만나고 대화할수 있어 기뻐요. 외국인과도 대화하면서 회화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그래요. 처음에는 와서 말 걸어오면 어쩌지 했었는데 지금은 즐겁고 유쾌해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영화만 보러 부천에 들렀을 때는 잘 몰랐는데 커플끼리도 많이 오고 부천보다 서울과 지방에서도 많이 와서 신기하고 좋아요. 회의를 거쳐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며 밝게 말하는 송미선 씨의 모습에서 부천영화제의 더욱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영화제의 진정한 꽃이자 관객과는 또다른 주인공인 자원봉사자.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관객들을 위해 발로 뛰는 희생이  숨겨져 있다. 대부분 어린 학생들로 구성되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좋아하는 영화도 보지 못한채 관객을 먼저 배려한다. 제때 식사를 못하기도 한다. 영화제에 가게되면 이들 자봉들에게 감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센스를 잊지 마시길. 부천영화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들의 발걸음은 계속 된다. 박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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