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의 지혜
잠자리의 지혜
  • 승인 2007.08.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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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참 재주도 좋다.”
꽃의 끝에 앉아 있는 잠자리의 모습이 감탄사를 터뜨리게 한다. 맥문동 꽃은 길쭉하게 피어난다. 작은 꽃송이들이 송알송알 모아져서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일어서는 형상이다. 공간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잠자리는 그 끝에 가느다란 발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쉬고 있는 것이다. 그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 고창군 고수면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산사는 한가하다. 청량산 문수사에는 여유가 넘쳐난다. 더위 때문인지 찾는 이도 없다. 짝을 찾는 매미 울음소리만이 공간을 그득 메우고 있다. 잠자리도 분명 여름의 맹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날개를 접고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랏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맥문동 꽃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잠자리가 만족하고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더 큰 비상을 위하여 잠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날개를 270 도로 접고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그 것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어 ! 날아오르네.”
잠자리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하였다는 듯이 날아오른다. 그 모습이 어찌나 날렵하고 유연하지 감동이었다. 잠자리의 비행 솜씨는 대단한 것이었다. 비행기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충분한 힘을 비축하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잠자리는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자연스럽게 날아오른다. 몸짓이 얼마나 유연한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자리의 그런 놀라운 능력이 2 억년을 살아남을 수 있게 하였을 것이다. 잠자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분명 다를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잠자리를 볼 때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들의 눈에 비추이는 사람의 모습은 가소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온 경륜으로 볼 때 인간의 역사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맥문동 꽃의 끝에 앉아 있는 형국은 절벽의 끝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더 이상 더 물러난 곳이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절대 위기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대개는 포기하고 만다. 앞에는 잡으러 오는 사람이 버티고 있고 뒤는 천길 낭떠러지이니, 체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자리는 날개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절박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하늘로 날아오르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잠자리에게는 그런 슬기가 있어서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남았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길이 없을 것이라고 포기하는 것은 내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기회가 찾아오듯이 위기도 있다.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더욱 더 어리석은 것이다. 역사 발전은 바로 이런 위험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굴곡이 없는 삶에서는 행복도 찾을 수 없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이런 연유이다.

百尺竿頭 更進一步 라는 말이 있다. 끝에 서 있어도 그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일보를 내디딜 때 발전이 있다는 말이다. 오늘의 현실을 만족하고 그 것에 안주하게 되면 발전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그 것은 현실유지가 아니라 퇴보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 없는 작은 산사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 맥문동 꽃에 앉아 있는 잠자리에게서 슬기를 배운다. 세상은 이미 구족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 것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마음에 달려 있다. 언제나 그런 가르침을 주고 있었지만, 그 것에서 깨달을 수 없었기 때문에 몰랐을 뿐이었다.

잠자리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오늘에 만족하지 않고 내일을 추구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일천하고 보잘 것이 없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사람이 왜 겸손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잠자리의 눈에 비추어졌을 내 모습을 떠올리곤 웃게 된다. 산사는 고요하다.<春城 정기상님은 현재 전북 완주군 대덕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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