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고 '돈'먹고…약발 받네
'돈'주고 '돈'먹고…약발 받네
  • 승인 2007.11.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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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체 무차별적 로비 관행에 국민들만 '골병'

제약업체들이 약품을 공급하는 대가로 병·의원에 각종 명목의 기부금이나 리베이트로 수천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제약업체의 리베이트 관행이 사실로 드러나 제재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솜방망이 제재`를 할 가능성이 커 제약업계에 면죄부만 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환자들 사이에 `특진`으로 불리는 선택진료제도 공정위가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어서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병원 오너부터 의사, 간호사, 도매상까지 다양

공정위는 24일 전원회의를 열어 10개 제약업체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 등 위법 행위를 확인하고, 과징금을 물리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위법 행위가 확인된 업체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동아제약, 한국BMS제약, 일성신약, 한올제약, 국제약품, 녹십자, 중외제약, 삼일제약 등이다.
제약업체들은 병·의원의 오너나 직원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약사와 도매상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인 로비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약품은 병·의원과 약국에 직접 유통되는 비중은 각각 29.8%, 24.3%. 나머지 48.9%는 도매상을 거쳐 약국과 병·의원에 흘러간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한 제약회사의 2003년부터 2006년 9월까지 `불법` 로비자금은 모두 1666억8100만원으로 매출액의 18.1%에 달했다. 이와 유사한 지원금을 다 합치면 1974억6000만원으로 매출액의 20%를 훌쩍 넘어선다. 현재 공정위는 매출액의 10∼30%가 리베이트로 쓰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된 로비수단은 물품과 현금, 상품권 지급이 꼽힌다. 실제로 1666억8100만원 중 이 용도로 활용된 자금은 1338억500만원으로 전체의 80.3%나 차지했다. 실제 제약업체들은 병원에 컴퓨터나 TV, 소파 등을 공짜로 주는가 하면 인테리어 비용까지 대신 물어주는 사례도 있었다.
또 의사나 관계자들이 해외나 지방에서 열리는 세미나, 학회 등의 행사에 참가할 때 참가비를 주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병원 관계자나 의사를 상대로 골프·식사 등을 접대하고 처방 증대를 위한 기부금을 제공했으며, 약을 시판한 뒤 효능을 조사하는 대가로 의사들에게 사례비를 지급하는 시판 후 조사(PMS) 지원 등의 다양한 부당행위가 이뤄진 점이 확인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체로 약값 매출의 5∼30%가 물품과 상품권 지출 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도매상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뿐 아니라 약품을 공급하고 판매가격을 지정해 이 가격 이하로 할인해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로비 실상 심각해도 공정위 대응 미온적

로비대상과 실상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공정위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는 아직 업체별 과징금 규모를 산정하지 못했으며 추후 이들 업체의 다양한 행위에 대한 위법성 판단을 기준으로 관련 매출액 등을 확인해 과징금 규모를 계산한 뒤 발표할 예
정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약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조사결과 발표가 연기되면서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불공정행위 조사대상 17곳 중 10개 제약사에 대한 조사결과와 과징금 규모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연기했다. 이날 공정위는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혐의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단만 내렸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규모 공식 발표 연기와 관련해 "법 위반행위별 관련 매출액 등에 대한 추
가 확인이 필요함에 따라 구체적인 시정조치 내용은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불공정행위 조사결과가 발표될 예정됐던 제약사는 동아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중외제약, 국제약품, 삼일제약, 한올제약, 일성신약, BMS제약 등이다. 이들  제약사에 대한 결과가 발표된 다음 나머지 7개사(대웅제약, 제일약품, 한국화이자, 할국릴리, 한국오츠
카, 한국MSD, GSK)에 대한 내용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었다.
제약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대형업체당 100억대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정위
는 과징금 범위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법 위반 결정이 되면 이에 대한 시정명령사실과 과징금 부과액을 바로 다음날 발표해 왔다. 법 위반
사항이 결정되면 매출액에 포함될 수 있는 범위까지를 확정지은 다음 실무진이 단순한 금액
계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제약업계 리베이트의 경우 과징금 부과 범위를 두고 관련업체간에 제약사 사이에 논란
이 벌어져, 공정위가 과징금 재산정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처음 공정위가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려 했지만 일부 제약사가 "위법 사안
에만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과징금 산정이 미뤄졌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은 이와 관련해 대형 로펌(법무법인)을 동원해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녹십자와 중외제약 그리고 제일약품은 `법무법인 율촌` 소속의 변호사를 기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약사들은 필수의약품 등 적자사업부분의 경우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과징금 대상 매출액에 포함되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제약, 녹십자, 중외제약의 경우 리베이트와 무관한 필수의약품(수액, 백신 등)의 매출이 높은 회사들이다.
반면, 다른 제약사들은 일부 업체만 과징금 대상 매출을 줄일 경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대상을 분류하는데 시간이 걸려 발표가 늦어졌을 뿐"이라며  "제약사간의 다툼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선택진료비 총 진료비 4∼10% 달해

한편 환자들 사이에 `특진`으로 불리는 선택진료제가 환자들의 선택권은 무시된채 병원들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는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며 주요 대학병원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시민단체가 신고해온 대형 병원들의 `선택진료제`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사를 벌일 예정인 가운데 대형병원의 선택진료비가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병호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17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조사대상 47개 대학병원 중 64%인 30개 대학병원에서 진료과목 담당의사 전원이 선택진료 의사로만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선택진료비는 병원별로 총 진료비의 4∼10%까지 달했다. 고대구로병원과 중앙대병원의 선택진료 비율이 각각 10%로 가장 높았고 연세대세브란스병원과 인제대서울백병원이 각각 9%, 서울대병원과 가톨릭대성바오로병원이 각각 8% 등의 순이었다.
경북대병원의 경우는 전체 개설과목 25개 중에서 22개 과목의 진료의사가 모두 선택진료 의
사로만 구성돼 사실상 대부분의 환자가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선택진료를 받아야 했다.
또 선택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자격을 `전공의 자격취득후 10년이 넘은 자` 외에 `대학병원 조교수 이상인 자`까지 포함시켜 대학병원들이 선택진료 의사 양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선택진료 자격보유 의사의 80%만 선택진료를 할 수 있음에도 연세대세브란스병원(97%), 연세대치대병원(100%), 부산백병원(87.2%), 충남대병원(80.7%) 등이 규정을 위반하
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진료과목별로 선택진료 의사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전공의 자격 10년 이내 조교수의 선택진료 적격여부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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