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 승인 2008.03.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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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여성들의 수다방>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특히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에는 태동과 점점 불러오는 배가 마냥 신기했고, 막 태어난 아이가 내 품에 안겨졌을 때에는 너무나 작은 생명체가 신기하게도 온 가족을 조금씩 닮아서 놀라웠다. 그렇다면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은? 솔직히 말하자면 ‘잘 키울 수 있을까?’,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은 있지만, 내가 처음으로 임신과 출산을 겪은 것은 자녀 양육의 실체를 모르던 24살 때의 일이다. 다시 말해 나는 ‘이 사회의 저출산이 심각하니 나는 꼭 아이를 낳아야지’하고 결심했던 것도 아니고, 단지 피임이나 가족계획에 대해 교육받지 못한 탓에 단지 결혼의 당연한 산물로 자녀를 얻은 셈이다. 둘째 아이는 단지 아이에 대한 나의 욕심 때문에 첫째 아이가 혼자이면 외로울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워 더 이상의 자녀를 두기 싫다는 남편을 설득하여 탄생시켰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만으로 나는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 시대에 소위 ‘애국’을 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만 ‘애국자’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단 얼마 전 한 개그맨이 방송에서 ‘아기 없는 집은 등불 없는 집’이라는 영국 속담을 언급하며 딸을 얻은 행복감을 표현했다가 불임부부에게 상처를 줬다는 비판을 받은 일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자녀를 원하지만 아직 임신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조차도 자녀를 가진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로 보일 것이라 염려되어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양육에 대한 문제를 조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정부는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아이 낳기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의 양육에 대한 지원이나 아이를 낳고자 하지만 의료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거의 하고 있지 않다. 또한 맘 편히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문화를 형성하려는 노력 역시 기울이고 있지 않다.

며칠 전 목욕탕 옆자리에 계시던 한 할머니는 아이들을 씻기고 있는 나에게 ‘요즘 애 키우기가 많이 힘든데 뭐하러 둘씩이나 낳았냐?’고 그러셨다. 이것이 틀린 말씀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아이들을 키우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월급 잘 벌어오는 남편과 가끔 아르바이트로 잔수입을 올리는 나의 능력으로도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쉽지 않다.

우리 부부의 노후대책도 해야 하고 우리 부부를 비롯한 다른 가족도 있으니 아이들 양육에만 집중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직 이해할 리 없는 아이들은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무지하게 많다. 그래서 가끔 큰 아이는 맞벌이 엄마아빠를 둔 외동딸인 친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면 모든 것을 하고 가질 수 있는 것 같다면서 부러워한다. 그럴 때면 동생이나 동생을 낳아준 부모 마음 귀한 줄 모르고 철없는 소리 해대는 큰 아이가 야속하다.

하지만 그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상은 둘째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사회생활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자체나, 출산휴가기간을 제외한 기간에 어린 아이를 맡아 양육할 사람이 가족 중에는 없었고,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 맡기더라도 그로 인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포기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다행히 나는 복이 많아 시어머님께서 우리와 함께 살아주시면서 양육을 물론 살림도 상당부분 도와주고 계신다. 하지만 이 역시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나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를 공격하고 있다. 가족에게 자녀 양육을 의존하는 부부의 경우 그 대상은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언니, 여동생 등 주로 여성, 특히 양육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다. 이들 중 특히 노인에 속하는 양가 어머니들은 자녀의 자녀까지 돌보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노년을 편안하고 여유 있게 보내야하는 인권을 유린당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물론 손주들의 재롱과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쁘고 뿌듯하시겠지만, 아이를 키우거나 돌보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자녀 양육의 의무는 근본적으로 부부에게 있지만, 사실상 실질적인 부담은 다른 사람들이 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이러한 상황도 못되는 상황에 처해있는 많은 부모들에게는 부담에다가 불안감까지 더해지고 있지 싶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아이들이 아빠 볼 새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직장생활 자체가 가족친화적으로 되어있지 않아 주말이나 휴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평일에는 아이들이 아빠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친해질 여유가 많지 않아 아빠는 점점 돈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나는 학생이어서 맞벌이 엄마처럼 돈은 많이 못 벌어 와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다. 하지만 조만간 나도 경제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상황은 바뀌지 싶다.

여성들에게도 사회생활은 일반화되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부부가 자녀를 건강히 양육하기에는 현실조건이 좋지 않다. 아니 나쁘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남성의 임금과 격차가 있는 여성이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양육을 감당하게 된다거나, 어느 정도 자녀를 양육한 후 다시 직장생활을 하려고 할 경우에는 그 자체가 쉽지 않다거나 예전보다 더욱 저임금인 직종에 편성되는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외에도 공교육이 자녀 양육을 충분히 보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가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점 역시 큰 문제이다. 요즘 자녀를 유치원에 안 보내는 집이 거의 없는데, 구립 어린이집은 태어나자마자 예비등록을 해두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들어가기 어려운 것은 물론, 그나마도 여러 군데 없어서 상대적으로 멀리 있어 보낼 수가 없다. 결국 대부분의 부모는 사립 유치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기본이 되어 버린 유치원 교육도 초등학교나 중학교처럼 의무교육화해서 국가가 책임져야하지 않을까? 나의 두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서 이런 정도의 문제점이 지적되지, 더 상위 교육기관에 다니는 연령의 아이를 둔 부모들은 더 많은 불만이나 걱정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반대로 더 어린 연령의 자녀를 두고 있으나 맞벌이 등을 이유로 낮시간에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부모 등은 자신들이 부담할 수 있는 내지는 부담하고자 하는 금전 수준에서 자신들의 마음처럼 자녀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을 찾느라 어려움을 겪을 것도 분명하다.

양육에 대한 문제는 정말이지 한이 없는 것 같다. ‘출산 애국자’를 원하려면 ‘출산 애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을 만들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이미 부모가 된 자나 부모가 되려는 자 모두의 소망이 아닐까 한다. 한국여성민우회=김은애 정책위원 <이 글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www.womenlink.or.kr)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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