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 특검, 시동은 걸었지만…
삼성비자금 특검, 시동은 걸었지만…
  • 승인 2007.12.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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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차명 의심 계좌 수사속 출범 향후 추이 관심 집중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 특별검사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특검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차명의심 계좌를 대거 압수해 본격 계좌추적에 착수한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의 수사가 과연 어디까지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르면 이달말쯤 특별검사팀이 출범하면 삼성비자금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의 활동에는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확보한 압수물과 수사자료 등을 모두 특검에 넘겨주고 손을 뗄 수밖에 없다. 검찰은 그러나 "넘겨줄 때 넘겨주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며 압수물 분석과 계좌추적 등 기초 수사는 계속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 하면서도 특검 의식

특별수사감찰본부 김수남 차장검사는 지난 4일 브리핑에서 특검법이 의결된 데 대해 "답답하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계좌추적 등 성과를 거두면서 비자금 조성 실체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수사하지 못하고 수사권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을 맞는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셈이다.
검찰은 김용철 변호사의 의혹 제기 이후 수사착수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 검찰총장의
지휘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특수본부를 꾸리는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검찰 고위간부들이 삼성측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특검법까지 거론되는 등 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수사팀 구성도 난항을 거듭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한철 검사장 지휘 아래 특수본부가 출범한 뒤 수사팀은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수십명을 출국금지하고 삼성증권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검찰이 수사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상당부분 씻겨 나갔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하면서도 특검을 계속 의식해왔다. 초동수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기초수사를 했고 특검수사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 핵심 피의자에 대한 소환조사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이 수사를 완결시킬 수 없다는 점을 감안, 수사의 속도도 조절해야만 했다.
특검법 의결로 특검 출범 일정이 구체화된 만큼 앞으로 검찰 수사에는 더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기초수사 튼튼히 하는 길 선택

특검 출범 때까지 검찰의 수사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특검 출범으로 수사권이 소멸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직 뚜렷한 해법이나 합의된 결론은 없는 상태다. 특검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20일이 넘는 기간을 압수물 정리와 분석에만 매달릴 경우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 로비 의혹 전반을 살펴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김 차장검사는 "특검법은 검사의 사물관할을 정하는 법이다. 이는 삼성 사건이 기존 검찰의
관할은 아니라는 뜻"이라며 "어디까지 수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확립된 견해
는 없다. 그래서 고민이다"고 말했다.
당장 해답을 찾기는 어려운 만큼 검찰은 제한된 기간 내에서 효율적으로 기초수사를 벌이는 길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남 차장검사는 "(특검에 사건을 넘겨주기 전까지) 기초공사는 튼튼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기초공사는 압수수색에서 가져온 직원들의 차명계좌 접속 기록 등 압수물 분석작업 및 자금추적을 의미한다. 수사팀 인력 중 80%가 이 작업에 투입돼 있다.
기초공사를 해야 할 가시적인 대상도 정해졌다.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계좌는 기존에 공개된
4개 외에 20여 개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돼 입출금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증권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차명계좌 100여 개는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을 시작했다.
검찰은 비자금 관리에 관여한 삼성증권 임직원들의 접속기록을 확인하면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 등 수뇌부와 `보고 및 지시`가 오간 흔적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비자금 관리 역할을 분담한 계열사일 뿐 그 지휘는 구조본 등이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검찰의 칼끝은 이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특검, 참여정부에서만 벌써 4번째

한편 삼성 비자금 특검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최장 105일 간 이뤄지는 특검 수사의 서막이 올랐다. 이번 특검은 1999년 특검이 처음 도입된 후 7번째로 참여 정부 들어서만 4번째 특검이다.
특별검사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9년 `옷로비 의혹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이었다. 옷로비 사건은 외화밀반출 혐의로 구속된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선처를 위해 로비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최 회장의 부인인 이형자 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의 부인인 연정희 씨 등의 옷값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시 김대중 정부의 도덕성을 땅에 떨어뜨렸다.
당시 특검은 이씨 자매의 자작극이라는 검찰의 결론을 뒤집고 이씨가 실제로 연씨 등에 대한 로비 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의 `파업 유도`발언으로 특검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진 전 부장에게 혐의를 인정한 검찰 결론과 달리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맡았던 특검은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 씨를 비롯한 권력 핵심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하는 개가를 올렸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대북 송금 사건`,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 `유전 게이트` 등의 사건에 특검이 도입됐다. 대북 송금 특검은 5억 달러 불법 송금 의혹을 규명하고 박지원 전 장관을 구속했다.
그러나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에서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만 2002년 대선을 전후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새로 발견해 추가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또 유전 게이트에서는 핵심 관계자인 허문석 씨에 대한 수사를 마치지 못한 채 이광재 의원의 개입 의혹에 대해 속시원히 규명하지 못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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