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연재> 고홍석 교수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5일째

`Weekly서울`이 연재하고 있는 `쉼표 찾기`는 오랜 학교생활과 사회활동 후 안식년을 가졌던 전북대 농공학과 고홍석 교수가 전북 진안군 산내마을에 들어가 살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일기 형식으로 적은 것이다. 고 교수는 2004년 3월 전북 전주시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이 한적한 산내마을로 부인과 함께 이사를 갔다. 고 교수의 블로그에도 게재된 이 글들은 각박한 삶을 살아내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아주 좋은 `쉼표` 찾기가 될 것이다. 고 교수는 `Weekly서울`의 연재 요청에 처음엔 "이런 글을 무슨…"이라고 거절하다가 결국은 허락했다. 고 교수는 <쉼표 찾기>를 통해 산내마을에서의 생활과 사회를 보는 시각을 적절히 섞어 독자들에게 들려드리고 있다. `Weekly서울`은 고 교수가 부인과 함께 산내마을로 이사를 가기 직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쓴 모든 글과 사진들을 순서대로 거르지 않고 연재해 왔다.
몇주전부터는 특집으로 고 교수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고 교수는 부인 그리고 다른 일행들과 함께 지난 10월 11일부터 22일까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왔다. 그 5일째 트레킹 여정의 기록이다.


안나푸르나 풍요의 여신, 그 숨결이 느껴집니다.


▲ 어제 사망한 독일인의 시신을 네팔인들이 메고 헬기로 수송하기 위해서 운동장으로 모시고 있다.


촘롱에서 출발하려는데 어제 사망한 독일인 시신을 운구합니다. 동네 중간쯤에 있는 운동장에 헬기가 도착하여 싣고 간다고 합니다.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망자의 안식을 위해 기도를 드려봅니다.


▲ 시신을 운구하기 위해 헬기가 오고 있다.


촘롱에서는 무려 계단을 2,200개 정도를 내려간 후에 다시 오르막길로 이어집니다. 촘롱(2,170m)에서 점심을 먹을 밤부(Bamboo, 2,310m)까지는 계속 오르내림을 반복합니다. 밤부는 대나무가 많아서 그런 이름을 얻은 듯 싶습니다.


오늘 새벽에 안나푸르나 연봉과 마차푸차레를 촬영하였던 그 기억이 걷는 내내 마음을 상쾌하게 합니다. 힘들지만 카메라 장비를 가져온 것이 잘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오전에는 망원렌즈를 마운트하여 오른손에 들고 다녔습니다. 배낭을 메고 게다가 카메라까지 손에 들고서 오르내리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동료들에 비하여 카메라 무게만큼의 수고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오후에는 어깨가 아파서 가급적 카메라를 들지 않고 쉴 때만 포터가 매고 다니는 카메라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서 촬영하곤 하였습니다. 촬영만을 위한 트레킹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들이 걷고 있는 사이에 촬영하는 것은 촬영에 소요되는 시간만큼 걸음이 뒤떨어지게 됩니다.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걸음을 재촉하는 것은 체력에도 무리가 있을뿐 아니라 자칫하면 고산증세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였습니다. 그러하니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 있어도 지나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한바탕 안개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비가 내리면 트레킹 전반에 지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운행속도도 평소보다 더 길어지고, 미끄러운 곳에서는 위험도가 따르고, 장비와 옷들이 젖어서 힘들게 됩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무엇보다도 카메라 장비가 비에 젖는 것은 큰 문제라서, 결국 준비해간 비옷을 카메라 포터에게 주고 저는 일회용 간이 비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포터들은 짐을 끈으로 메고 이마에 이고 다닌다. 우리 포터들의 경우 40kg을 지고서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이다.


▲ 포너 막내둥이 `까타`, 7일 동안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들고서 내 뒤를 그림자처럼 쫓아 다녔다.
 
또한 걱정이 되는 것은 이곳에 비가 내리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눈이 내린다고 하니, 아이젠을 카트만두 호텔에 두고 온 것이 후회가 됩니다. 이런 걱정 속에서도 우리의 쿡은 비 오는 날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김치부침개를 점심식사에 내놓습니다. 비 오는 날의 김치부침개, 한국이 아니라 네팔에서, 그것도 한국인이 아닌 네팔 쿡이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강철원 대장의 배려일 것입니다.


▲ 총롬 내리막에서 다시 도반으로 가는 오르막 구간


▲ 마차푸차레


▲ 마차푸차레. 네팔인들이 신성시하는 미봉이다.

점심을 먹고 빗속을 쉬지 않고 걷다보니 어느새 도반(Dobhan, 2,600m) 거쳐 히말라야(Himalaya, 2,920m) 롯지에 도착합니다. 안나푸르나 풍요의 여신의 품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 안나푸르나 남벽


▲ 롯지에 그려져 있는 `나마스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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