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직장동료들과의 산행 후기-태백산 편: 1회

무자년 새해 첫 산행…. `시작`이라는 것은 항상 기대감과 설렘, 그리고 약간의 염려도 함께 한다. 그러한 염려 덕분(?)에 첫 단추를 끼울 장소 결정도 쉽지 않다. `새해` `소망` `정기(精氣)` `겨울…` 이런 단어들을 나열해 놓고 보니 딱 떠오른 산…. 바로 우리민족의 영산(靈山) `태백산`이다. 눈꽃축제 때문에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한다고 해서 모 여행사 태백산 트래킹 상품을 이용했다.

아침 7시 20분까지 잠실역에 집결해야 하는 부담감에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못한다. 주말 이른 새벽시간이라서인지 아무도 없다. 설산(雪山)의 환상적인 풍광에 대한 설렘 때문일까? 아무도 없는 깜깜한 공간을 가르며 나아가는 얼굴에 살포시 미소가 머금어진다.

잠실역에 도착하니 산행버스와 사람들이 뒤엉켜 혼잡하기 짝이 없다. 시원스레 생긴 가이드 수퍼마리오와 김동성주임이 반갑게 맞아준다. 뒤늦게 도착한 다른 팀 일행까지 모두 실은 버스는 7시 45분 드디어 태백으로 향한다.


#제천휴게소

새벽부터 서두른 탓에 피곤했는지 모두들 잠에 빠졌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좁은 버스 안에서 자는 것도 한계가 있는지 하나 둘 눈을 뜬다. 온도차이로 유리창엔 성애가 잔뜩 끼어 있다. 답답함을 못 이겼는지 역시 김동성주임이 소주병을 꺼내든다. 두 세 잔을 돌리고 보니 9시 40분경 제천휴게소에 도착한다. 휴게소 주차장에 가득한 버스는 대부분 태백산 행이다. 20여분을 쉬고 다시 출발한 차 안에서 퀴즈를 풀어 빵모자도 하나 얻었다.

흔들거리는 버스 안에서 재미있는 기사아저씨의 `흥부전`을 들으며 웃다보니, 어느새 유일사 매표소 앞에 멈춰 섰다. 눈꽃 축제가 열리는 태백산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산악회 버스와 승용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남성용은 덜하지만 여성용 화장실은 길게 늘어선 줄이 끝이 없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입산 준비. 가슴에 여행사 표지도 달았다.
태백산은 도립공원이라 입장료가 폐지된 국립공원과는 달리 입장료를 받는다. 2000원이다. 매표소 입구에서 장군봉까지는 3.7km이다. 11시 35분, 출발이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은 먼저 지나간 산행객들이 다져놓았다. 하지만 그래도 두껍게 쌓인 눈은 아이젠을 착용하고도 걷기 힘들다. 초입은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이다. 주목군락지까지는 아직 한참 가야하나보다.


#태백산 초입의 쭉쭉 뻗은 전나무 숲, 1주일 전에 내린 눈이라 이미 많이 떨어졌다.

20여분을 오르자 땀이 배는지 동료들의 두꺼운 옷들이 한 겹씩 벗겨진다. 예전에 태백산에 다녀왔던 분들이 어찌나 겁을 줬었는지 많이들 껴입은 모양이다. 필자도 평소와 달리 스타킹까지 신었는데, 윗옷이라도 한 겹 벗고 나니 몸이 가볍다. 그러나 사람에 걸려서 빨리 걸을 수 없는 형편…. 큰일이다~! 장군봉과 천제단을 거쳐 부쇠봉을 질러 문수봉까지 종주할 계획인데… 산행에 기대하였던 눈꽃이나 상고대는 보이지 않고, 임비곰비 사람만 많아 산행은 더디어진다.


#줄지어 올라가는 등산객들

유일사 쉼터. 네거리인데 직진하여 조금 내려가면 유일사, 오른쪽은 희방재 방향, 왼쪽은 장군봉 방향. 그런데 이곳부터 길이 좁아지고, 희방재에서 온 사람들과 합류하면서 지체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정체되는 길을 기다리지 못하는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눈길을 헤치고 길을 만들어 또다른 교차점에서 병목현상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태백산 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의 생명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산들은 물결이 되어 너울너울 아득히 멀어져 간다.

비록 느리지만 한 발 한 발 옮기다보니 드디어 멋진 주목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 칭송될 만큼 그 생명력을 자랑한다. 주목 앞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겨우 구도를 잡으면 어느새 사람이 끼어든다. 체념하듯 몇 컷을 렌즈에 담는다.

그런데 북서쪽을 바라보니 "이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기보다 조금 높은 듯한 눈 덮인 산(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함백산이다)이 자태를 뽐내고, 하늘과 맞닿은 산들은 물결이 되어 너울너울 아득히 멀어져 간다.


#주목군락지에서 본 파노라마

비교적 평탄한 길을 따라 700여 미터를 이동하니 드디어 태백산 최고봉 장군봉(1567m)이다. 정상에는 적석으로 쌓아올린 천제단이 있다. 어라…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300여미터 떨어진 곳에도 또하나의 천제단이 있는데 어떤 게 진짜지? 안내판을 보니 천제단은 하나가 아니고 모두 3기로 구성되어 있다. 천왕단(天王檀)을 중심으로 이곳 북쪽에 위치한 장군단(將軍檀)과 남쪽에는 그보다 작은 하단(下壇)이 있다고 한다. 장군단 안쪽에 세 개의 돌기둥이 있는데, 기둥 위엔 동전이 수북히 쌓여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멋진 폼을 잡고 있는 정호산주임 어깨너머로 보이는 산이 태백산보다 6m정도 높은 함백산(1,572.3m)이다.


#가운데가 문수봉


#장군단에서 간절히 소원을 빌고 있는 이충희 팀장


#장군봉에서 본 천왕단…. 장군봉과 천왕단은 300여미터의 완만한 능선이다.

필자도 동전을 꺼내어 조심스레 올려놓는다.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꼴통 아들녀석과 아내, 장모님을 비롯한 가족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본다. 그리고 힘들게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조카 녀석의 합격도 더불어…. 동전 세 닢에 너무 많은 소원을 빈 건가?? 정기룡 기자 <정기룡님은 서울 성동구청 지적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매월 1-2회 직장동료들과의 산행 후기를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태백산행 기사는 다음호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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