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흘린뒤 농장에서 삼겹살 파티…무릉이로구나!
한 땀 흘린뒤 농장에서 삼겹살 파티…무릉이로구나!
  • 승인 2008.06.13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서울 인근산 샅샅이 훑기-북한산 서부능선

이번 주말 산행은 일행 없이 혼자 가기로 마음을 먹고 이곳저곳 생각 끝에 북한산으로 코스를 잡았다. 등산객들이 많이 모이는 토요일 산행이지만 서울 근교에서 도봉산이나 북한산처럼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겠나 싶다.


오늘따라 날씨가 매우 쾌청하다. 황사바람도 잠잠하고 꽃가루도 날리지 않는, 그러면서 산들바람은 때맞춰 솔솔 부는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초여름 날씨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독바위역에서 내렸다. 10여분 걷노라면 불광중학교를 지나 `불광사` 매표소(지금은 시인의 마을)가 나온다. 이곳도 여느 등산로 입구처럼 식당과 등산복 매장들이 줄지어 산 손님을 맞는다.

중저가 등산용품점들. 그리고 항상 우리에게 기대에 들뜬 하산주(下山酒)를 제공하는 친숙한 음식점들. 항아리 수제비 집, 싱싱한 멍게 해삼이 수족관에 한가득 담겨 군침을 돌게 하는 실내 포장마차 집, 펄펄 끓는 가마솥 보양탕집, 지역에서 꽤나 소문난 순대국집, 조류독감(AI)과는 전혀 상관없는 순수 토종닭집, 지금 한참 제철을 만난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시원함을 전해주는 생맥주집, 매표소입구 숲속에 파묻힌 전통 민속동동주집 등 등…. 빨리 내려와서 찾아 뵈어야지. 괜시리 발걸음 재촉한다.


#부산서 북한산까지 왔다는 한 등산객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등산 가자는 거야? 꼴깍주 하자는 거야?`
`이실직고(以實直告)컨대 일거양득(一擧兩得)에 유유자적(悠悠自適)하고 파서.`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우측에 안내 표지판이 하나 서있다. 직진하면 향로봉 비봉 방향, 안내표지판 옆 우측 계단 길을 따라 올라가면 족두리봉, 그리고 비봉 능선을 따라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로 이어지는 길이다. 양쪽 길이 마주치는 곳은 향로봉 동쪽 끝자락이다. 오늘은 초장에 가파른 길인 족두리봉 쪽을 택해 한 땀 흘리기로 작정했다. 하기야 어느 코스인들 입구부터 순탄한 길 있겠소만….



입구부터 약 50도 정도 경사길이 장난이 아니다. 헉헉대기 20여 분. 온몸이 땀범벅이다. 중간 중간 쉬어 가는 다른 무리들을 보면서 계속 치닫는다. 달리 혼자 왔겠는가, 힘껏 페달을 밟는다.

그런데 얼마 안가 바로 족두리봉이 나온다. 새신랑이 쓰는 족두리를 닮았다해 붙여진 이름이다. 수리봉 내지는 시루봉으로도 불리 운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우회해 약간의 내리막길을 가다보면 2분짜리 오르막 계단이 나온다. 한 땀 흘리는 일차 관문 클라이막스다. 족두리봉 정상에서 암벽타고 내려오면 맞닥뜨리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가 산행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북한산 비봉 능선의 출발선이다. 머릿속에서 코스가 절로 그려진다. 마당바위-비봉-사모바위(장군바위)-승가봉-문수봉(우회하면 청수동암문)-대남문-보국문-대성문-대동문(중간에 칼바위능선)-동장대-위문-백운대.

그렇다고 그려진 대로 다 가는 것은 아니다. 가고 안 가고는 엿장수, 아니 기자 마음이다. 중간에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겠고….



눈에 보이는 근처 바위에 기댄 채 출발 후 처음으로 물 한잔을 들이킨다. 지난밤 냉동실에 넣어 하룻밤을 얼린 덕에 목줄기 타고 목구멍 깊숙이 내려가는 이 시원 상쾌함. 애간장 적시는 이 기분 알만 한 사람 다 안다. 눈앞 족두리봉 정상에서 암벽 타고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얼핏 보기엔 전문 산악인들 같다. 하지만 요즘은 일반 등산인들 너도나도 암벽등반을 선호한다. 하지만 항상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이곳 족두리봉을 비롯 향로봉, 비봉, 백운대, 인수봉 등에서 추락사 하는 사건들이 1년에 줄잡아 10건 내외다. 굉장히 많은 인명사고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나는 아니겠지 하는 무신경 무감각, 누가 말리겠소만…. 아무튼 각자가 사전에 유의하는 게 상책이 아니겠는가.



지금부터 펼쳐지는 비봉능선길은 많은 땀을 요구하는 코스는 아니다. 마당바위를 지나면 바로 우측으로 떨어지는 하산 길이 나온다. 탕춘대(湯春臺)로 빠지는 길이다.

중간 포금정사에서 직진하면 이북5도청이 있는 구기동 내려가는 길이고, 우측으로 돌면 향로봉 밑의 상명대 가는 탕춘대능선이다. 포금정사는 예전에 불교사찰이었는데 무장공비 김신조의 1.21사건 후 남산의 그 높으신 나으리께서 유사시 적의 은폐물로 둔갑할 걸로 지레 염려해 철거시켜 버렸단다. 당신의 쓸데없는 염려에 저 멀리 들려오는 목탁소리…. `나무관세음보살.`


탕춘대는 그 옛날 이조 10대 임금인 연산군이 봄날 자신의 궁녀들을 이끌고 이곳 능선 자리에서 질펀하게 마시고 놀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은 의구한데 머슴이 문제로다.

비봉 능선 따라 계속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긴다. 나타나는 봉우리는 비(碑峰). 독자님들 익히 아시는 바와 같이, 신라 진흥왕(재위 540 576)이 세운 순수첩경비 가운데 하나로, 한강유역을 영토로 편입한 뒤 왕이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원래 진짜 비석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으나 보존을 위해 경복궁에 옮겨 놓았다가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 있는 상태이고 현재 있는 것은 가짜다. 형태는 직사각형의 다듬어진 돌을 사용했으며, 자연암반 위에 2단의 층을 만들고 세웠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사모바위가 나온다. 비상시 헬기가 이착륙하는 넓은 공간인 이곳은 단체등산객들의 식사장소로 널리 애용된다. 옆에 우뚝 선 바위의 형상이 마치 연인을 사모하듯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장군바위, 부처바위로도 불린다. 이곳에서 여장을 풀고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불광사 매표소를 출발한 지 꼭 1시간이 걸렸다. 남들보다 약 20∼30분 빠른 걸음이다. 배낭에서 김밥 꺼내고 가방에 넣어온 캔맥주 한 모금 마신다. 기분 너무 좋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 기분 좋게 보인다. 인산인해(人山人海)에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하산길은 승가사 방향으로 정했다. 구기동까지 하산시간 50여분. 구기터널 입구에서 은평구 구산동 가는 7022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다시 서오릉(西五陵)행 702번 버스를 갈아탄다. 서오릉 입구에서 주말농장을 하는 선배의 전화를 받고 한 사발 하러 가는 길. 이 날씨 이 기분에 그냥 집으로 갈 수야 없는 일이지.

서오릉에서 남쪽으로 100미터 거리에 주말농장이 자리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서오릉은 조선왕조의 다섯 릉이 모셔져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구릉 다음으로 큰 조선 왕실의 족분인 서오릉이 능기로 지정된 것은 조선조 세조 3년. 당시 세조의 원자로 태어났지만 20세에 돌아가신 덕종을 위해 풍수적으로 길지를 두루 찾다가 순산순수(順山順水)의 적지로 추천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세조는 친히 이곳을 답사한 뒤 경릉지로 정하면서부터 조선 왕실의 족분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 뒤 덕종의 아우인 예종의 창릉이 들어서고 숙종비 인경왕후의 익릉, 숙종의 명릉, 영조비 정성왕후의 홍릉이 들어서면서 일대 족분을 이루고 서오릉의 명칭을 얻게 되었다.

즉 경릉(敬陵)  창릉(昌陵)  익릉(翼陵)  명릉(明陵)  홍릉(弘陵)의 5릉을 일컫는다.
주말농장에 도착하니 삼삼오오 짝을 이뤄 원두막에서 고기 굽는 이들, 밭에 물주고 있는 사람들, 잡초제거 하느라 잔뜩 고개 남자들, 뛰어 노는 어린아이들, 행여나 남의 농작물 망칠 세라 붙잡으러 다니는 새댁 등 모두가 정겨운 모습들이다. 우리 선배 번쩍 손들면서 기자를 맞이한다. 햇빛에 그을린 구리 빛 얼굴이 무척이나 건강해 보인다.

그늘 밑 원두막에 여러 사람들 모여 있다. 주말농장하면서 알게 되어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들이다. 박 사장 내외, 전 사장, 장 여사 등, 일행에 흡수되어 갓따온 상추에 삼겹살 얹어 한사발 쭉 들이킨다. 순간 무릉도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광훈 선임기자 jkh4141@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