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민영화 숨겨진 음모' 괴담들까지 나돌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반도대운하, 의료·상수도 민영화 논란 등으로 불고 있는 반MB 바람이 이명박 정부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마침내 금융권까지 확대되고 있다. 바로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해서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의 수익성을 문제로 들며 메가뱅크 출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선 공공기업 CEO에 이어 임원 인사까지 MB정권이 욕심을 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파문이 번지고 있다.



산은 김종배 부총재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빠른 시일 내 민영화를 진행하고 금융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 국가 경제가 활성화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얘기했다. 김 부총재는 무엇보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체제를 빠른 시간 안에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변신하겠다는 뜻이다. 김 부총재는 이어 "산은,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지주사의 경영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개방형 인사관리를 확대하고 수신 기반 확보차원에서 타 은행의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금융권 빅뱅설이 나도는 이유다.

산은 민영화는 `전력 괴담` 현실화 신호탄?

한편에선 이와 관련 `상수도 민영화 보다 더 심각한 산업은행 민영화`라는 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반MB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MB 바람의 진원지는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국내 각종 기업의 보유 지분율. 대우증권 33.09% 대우조선해양 31.26% 한국전력 29.5% 현대상사 22.53% 세원물산 16.62% STX팬오션 15.54% 현대건설 14.69% 연이정보통신 14.00% 쌍용양회 13.81% SK네트웍스 12.55% 두산중공업 12.54% 남한제지 12.27% 현대아이티 11.08% 동부제강 11.00% 에스엔유 10.00% 대구은행 8.72% 동우 8.70% 케이피케미칼 8.65% 하이닉스 7.10% 아시아나항공 6.96% 신한지주 6.76% 하나금융지주 6.63% STX엔진 6.37% STX 5.97% 상보 5.66% 대우인터내셔널 5.30% 세이브존I&C 5.22% 아구스 4.95% 상신이디피 4.54% 이엠텍 4.11% 바이오톡스텍 3.75% 등 실로 어마어마한 공룡지분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우증권 33.09% 대우조선해양 31.26% 한국전력 29.5%는 산은을 인수하는 기업이 한전, 하이닉스, 대우조선을 한꺼번에 가져 갈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산은 민영화 바람의 출발점이다. 이와 같은 소문은 현재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산업은행 민영화의 숨겨진 음모`라는 제목의 이 글을 보면 산은을 민영화해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며 한전 민영화 보류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특히 심각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은 산은이 보유한 한국전력공사 지분이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산업은행이 민영화되면 사실상 한국전력공사가 민영화되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기요금이 폭등하게 될 것이라는 `전력 괴담`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논리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에 올려져 베스트 글로 떠오른 한 네티즌의 게시물에는 "산업은행 먹는 놈이 대우조선해양, 한국전력공사를 한꺼번에 톡 털어먹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전력은 민영화시키지 않는다고 했지만 (산은을 민영화 한다는 것이) 웬지 생뚱맞지 않은가"라고 묻고 있다.
하지만 산은측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공성이 강한 한국전력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지분은 KDF(Korea Development Fund, 한국개발펀드)로 이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자본금 5조원에 자산규모가 약 20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KDF는 중소기업 지원 등을 수행하게 되며 산은의 정책금융 기능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비난은 비단 한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추진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다음 아고라 게시물에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자문사인 골드만삭스의 계열사 골드만삭스자산운용사 사장 이지형씨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로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라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주장이 담겨 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산업은행은 또 골드만삭스를 매각자문사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단독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기로 지난 5월 20일 결정했다.
네티즌들은 또 상수도민영화(전문화)를 거론하면서 지난 3월 `코오롱워터스`(물처리 시설 시공 운영 등) 물 브랜드를 선보인 코오롱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코오롱상사 고문으로 있기 때문이다.

노조 "민유성 총재 내정자 절대 안돼"

비단 네티즌들 뿐 아니라 문제는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산업은행 총재에 내정된 민유성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와 관련 노조측에서 총재 선임이 재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산은 노조 한 관계자는 "도의적인 문제가 있는 민 내정자를 산은 총재로 선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민 대표가 내정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민 내정자는 지난 2002년 우리금융그룹 재무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우리금융과 리먼브러더스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에 우리금융과 우리카드 등이 보유했던 부실채권을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금융과 리먼브러더스는 지분 비율 51대 49로 설립한 우리CA자산관리는 대우전자, 대우캐피탈 등의 부채권을 약 1조원에 매입해 수익을 7(리먼브러더스) 대 3(우리금융)으로 배분해 수천억 원대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민 내정자는 2004년 3월 우리금융 부회장으로 연임됐으나 같은 해 6월 사표를 내고 1년 뒤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로 취임했다. 이에 민 내정자가 과거 근무했던 회사와 합작 설립한 회사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은 도의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신용등급 하향, 금융권 짝짓기 무성

민영화가 현실화되면서 산은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일 하루 산업은행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산업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S&P는 또 "산업은행의 민영화 방안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거나 정부 지원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면 산은의 등급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분석하고 신용등급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S&P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정부가 산업은행에 대한 민영화 방침을 바꿔 소유권 및 지원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민영화 방안 자체를 폐지한다면 등급 전망은 다시 `안정적`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압박성 논평을 덧붙였다.
이와함께 금융권은 벌써 `2차 금융 빅뱅`에 대한 각종 시나리오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전언했듯 정부가 산은 민영화 과정에서 초대형 은행(메가뱅크)의 출현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다양한 짝짓기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외환은행 매각 문제까지 가세하면서 방정식은 한층 복잡한 양상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최근 "산업은행을 지주사로 전환해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장 자율적으로 다른 은행과 인수·합병(M&A)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살 사람이 원하기만 한다면 다른 은행의 정부 지분도 같이 매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이나 기업은행을 인수한 곳이 산업은행의 경영권도 사들인다면 메가뱅크가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금융권은 메가뱅크 탄생 가능성을 시나리오에 넣고 있다. 하나의 매물만으로는 "금융사들의 M&A를 촉발해 금융 산업을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산은 민영화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따라서 정부가 이들 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기업은행과 우리금융 또는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을 묶어서 파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자산 307조4000억 원의 우리금융과 100조원 규모의 산은지주사를 합칠 경우 자산 규모만으로도 당장 리딩 뱅크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데다, 지주사 산하의 증권사를 통합했을 경우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정권, 공기업 임원자리까지 욕심"

일각에선 산은 민영화 괴담과 함께 금융공공 기관의 CEO교체에 이어 금감원 부원장보까지 현 정권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돼 파문이 번지고 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파행적 부원장 인사에 이어 부원장보 인사 역시 외부의 강압적 개입이 느껴진다"며 "대통령 취임 후 무리한 공기업 CEO 교체에 이어 그 소속 임원들 자리마저 욕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조는 "부원장보 인사는 법상 금감원장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임에도 정부가 금감원 임원인사에 대해 시시콜콜 개입하고 간섭하는 것은 법질서를 무시하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산은을 둘러 싼 여러 소문들중 이 대통령 인척들이 관계한 회사로 주요 기업의 지분을 넘긴다는 것은 일단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분구조상 산업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매각에 중대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전광훈 선임기자 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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