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강원도 동해·삼척시 투타산 무릉계곡

두타산 무릉계곡은 설악산 천불동 계곡, 오대산 소금강 계곡, 내연산 보경계곡과 더불어 국내 4대 계곡에 속하면서 그 절경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십 수 년 전 댓재고개를 지나 중봉유원지 쪽에서 두타 청옥산을 오르면서 경험한 이곳의 여러 아름다운 풍광을 떠올리는 기자의 가슴은 벌써부터 뛰기 시작한다. 7월의 태양은 뜨거웠다.

두타-청옥산은 강원도 동해시, 삼척시 미로면, 하장면, 정선군 임계면 사이에 있는 산이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양쪽에 자리한 각종 기념품가게들, 향토음식점 등 이곳의 등산로 입구도 여타 산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매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서 10분 정도 올라가는데 입이 쫙 벌어지는 곳이 나타난다. `삼화사` 입구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무릉반석이다.


#무릉반석 안내도

골짜기를 올려다보면 드넓은 반석위로 맑은 물이 흘러내려오는 무릉계가 보인다. 무릉계는 1000평이 넘는 대반석이다. 반석 주위 군데군데 노송이 서 있는 사이 왼쪽으로 금란정이 보인다. 금란정으로 오기 직전 길옆에 봉래 양사언이 썼다는 `중대천석 두타동천(中臺泉石 頭陀洞天)`을 양각한 글씨가 반석을 떠서 맞추어 만든 돌에 새겨져 있다. 원래의 글씨는 무릉계 반석 왼쪽 아래에 남아 있으나 오랜 세월의 풍상과 계류에 휩쓸려 내려온 돌과 모래의 영향으로 거의 마멸되어 흔적만 남아 있다시피 한 것을 재현해 옛사람이 감동한 두타산 무릉계의 빼어남을 기린 문장을 전승하려한 것이다.


#용추폭포 앞에서 기자

양평대군, 김구, 한석봉과 더불어 조선 전기 4대 서예가로 불리었던 봉래 양사언. 그의 시를 한 번 읊어볼까나.
태산이 / 높다하되 / 하늘아래 / 뫼이로다.
오르고 / 또 오르면 / 못 오를리 / 없건마는
사람이 / 제 아니 오르고 / 뫼를 높다 / 하더라.
또다른 시구도 있다.
산악으로 안주를 삼고 / 청해로는 술 못 만들리
광객의 노래로 만고를 슬퍼한 뒤 / 취하지 않으면 아니 돌아가리라

무릉계의 반석은 그 넓이에 있어서 다른 곳 반석의 추종을 불허한다. 계류는 반석 위를 미끄러지다가 작은 소를 만들기도 하고 다시 흘러 다리(매표소옆) 아래로 쏟아져 내려간다. 기자, 입구 초장부터 무릉반석에 도취되어 정상을 향해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를 높다 하더라.`

삼화사는 삼화동 무릉계곡, 두타산(1353m)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인근 천은사, 영은사, 지상사 등과 더불어 영동 남부지역의 중심 사찰로 선종의 종풍을 가진 깊은 역사성을 갖고 있으며 삼공암, 측연대, 중대사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지금은 대웅전을 비롯 삼성각, 범종각, 육화로, 천왕문, 요사채 등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요문화재로는 삼층석탑(보물 제1277호)과 철조노사나불좌상(보물 제1292호), 목조지장보살상, 부도 및 비가 있다.

두타산 산행은 청옥산과 연계해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 산행코스다. 그러므로 두 산을 오르내리려면 8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높고 덩치가 큰 산이다. 해발높이가 낮은 동해시 삼화리에서 올라가므로 서쪽 백두대간의 서쪽에서 올라가는 것보다 몇 배나 힘이 드는 것도 두타산 산행의 특징 중 하나이다. 아무튼 두타산과 청옥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면 산의 모든 것을 다 가져 온 뿌듯한 느낌을 갖는다.

삼화사부터 용추폭포까지의 2.5㎞는 삼림욕구간이다. 이곳은 터널형태의 100년 이상 된 천연림으로 형성되어 있다. 등산로 오른쪽에서 흘러내려 오던 계곡물은 이름 없는 철다리(옛길 표지)를 지나면서 방향을 틀어 등산로 왼쪽으로 흘러내린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순간 순간 맛볼 수 있다. 삼화사로부터 30여 분 올라가면 우측에 작은 팻말이 나온다. 직진하면 용추폭포 쌍폭포 두타산으로, 우측으로 돌면 하늘문 청옥산으로 가는 길이다. 일단 직진하여 용추폭포 쪽으로 향했다. 그 후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서 하늘문을 가기로 계획을 짰다.


#용추폭포

10여 분 오르니 용추폭포를 150m 남긴 지점 왼쪽에 쌍폭포가 나타난다. 2㎞ 넘게 올라오면서 온 몸을 적신 땀을 송두리째 뺏어 가는 물줄기다. 철제 펜스 밖에서 바라만 봐도 그 시원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배낭에 넣어 온 얼음물까지 들이키니 가히 점입가경이다. 쌍폭포 밑의 항아리 속에 여고생으로 보이는 두 선녀가 반바지를 입고 물 속에 잠겨 있다. 쌍폭포를 배경으로 여기저기서 눌러대는 셔터 소리는 등뒤의 물줄기 속으로 파묻혀 하나 둘 사라진다. 쌍폭포 위쪽에 자리한 용추폭포는 무릉계곡을 대표하는 절경이다.




두타산은 높이에 비해 힘이 많이 든다. 다른 내륙지역(영서지방) 산에 비해 해발고도가 낮은 평지인 동해안쪽에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드넓은 암반위로 옥계청류가 수렴처럼 흘러가는 무릉계 등 두타산 계곡 어디 아름답고 기이하지 않은 곳이 없지 않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용추폭포와 그 아래 쌍폭포다.


#하늘문

청옥산과 두타산 능선사이로 흘러내려온 물은 용추폭포에서 실로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하고도 오묘한 자연의 조각 작품을 빚어낸다. 물의 흐름이 화강암을 뚫어 탕(항아리)을 만들고 그 탕에서 흘러내려 폭포를 이룬 것이다. 폭포란 암벽위에서 그냥 떨어져내려도 아름다운 데 두타산의 용추폭포는 항아리를 만들어 놓고 항아리 속에서 열두 번을 휘돌아 떨어져 내리는 기이한 모습이다.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낸 자연의 오묘한 작품인 것이다.

항아리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높이도 만만치 않다. 이 물은 그 아래 또 깊은 소를 만들어 놓고 있다. 용추폭포는 주 산행코스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므로 일부러 코스를 이탈해 봐두어야 한다.

용추폭포 주변에는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연인들, 가족 단위로 온 피서객들, 폭포의 비경에 넋을 잃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에게 휴식이 왜 필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일행은 용추폭포 뒤 철계단을 올라가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잠깐의 여유를 가졌다. 기자를 포함한 세 명은 용추폭포에서 10여 분 내려가서 하늘문을 거쳐 관음폭포, 관음암, 삼화사로 하산 길을 잡았다. 하늘문에서 직진하면 문간재와 신성봉을 만난다. 하늘문은 이름대로 철계단이 하늘을 향해 50도 이상 각도로 쭉 솟아있다. 철계단 주변을 나무가 타원형으로 뒤덮고 있어 마치 밀림숲이 구름 속으로 올라가는 듯한 모습이다. 정말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다.

두타산을 먼저 올라가려면 용추폭포에 접근하기 훨씬 전에 급경사를 타는 왼쪽 산록길로 들어서서 두타산성쪽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 청옥산을 먼저 올라가기로 했다면 용추폭포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서 쇠다리를 건너간 다음 엄청난 암벽이 위압감을 주며 하늘높이 솟아있는 문간재 암벽 옆의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쌍폭부근에서 박달령으로 올라가면 두타산이나 청옥산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두타산은 천하에 둘도 없는 암반계곡과 아름다운 폭포의 극치를 이룬다. 거기다 암릉이 있고 협로가 있고, 암봉이 있고, 좋은 전망대가 있고, 울창한 송림이 있고, 고산을 연결하는 보기엔 유장하나 너무 길어서 힘든 능선이 있고, 고원지대(청옥산-두타산정상)가 있고, 아슬아슬한 슬랩횡단지대가 있고, 무릉계를 내려다보는 시원한 암릉이 있고, 두타에서 고적대까지의 장쾌한 스카이라인이 있고, 청옥에서 두타로 내려올 때의 빽빽한 활엽수림대가 있고,  저지에서는 보기 힘든 거목 활엽수가 무성한 고개가 있고, 정상(청옥산과 두타산 두곳) 가까운 곳에 샘이 있고, 여름이면 무성한 초본류의 고산식물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산을 정복하고 내려올 때 성취감이 각별하고 너무도 맑고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을 마음껏 숨쉰 청량감이 가슴에 뿌듯하게 남는 산행이 두타-청옥산 코스이다. 이 코스는 우리나라 유수의 산행코스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아름답고 장쾌한 산행코스로 정평이 나있다.

두타산 정상은 1353미터다. 정상에서는 능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동해시가 보인다. 한자로 두타산(頭陀山)과 아라비아 숫자로 높이를 음각한 표지석이 있다. 능선은 밋밋하고 헬기장이 있으며 바람부는 쪽으로 키 작은 관목숲이 형성되어 있고 동해쪽은 초본류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서쪽으로는 청옥산에서 고적대로 뻗은 능선이 아름답다. 청옥산에서 하장면으로 뻗은 큰 능선 사이에 깊은 계곡이 보이고 댓재로 가는 능선길 표지판이 보인다.

댓재는 두타산의 중턱에 난 영서-영동을 잇는 810미터 높이의 고갯길이다. 청옥산 뒤쪽인 삼척시 하장면과 고개를 넘어 영동지방을 이어주어 삼척에서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 댓재에서 오를 경우 상당히 높은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므로 상대적으로 쉽게 정상에 올 수 있으나 코스길이는 삼화사에서 올라오는 길보다 긴 편이다. 두타산에서 청옥산으로 가려면 높이 200여 미터를 내려와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능선을 타다가 청옥산 정상으로 가야한다.

삼화사 아래 주차장 부근의 공원에서 오찬을 끝낸 일행은 인근 추암 촛대바위에서 30여 분을 머문 후 주문진 어시장으로 향했다.


#추암 촛대바위

방파제에 도착하니 미리 주문한 산오징어가 우릴 반겨한다. 바다 저 멀리 파도소리 가까이 다가와 방파제에 매달린다. 옹기종기 모여서 소주 한잔 들이 키고 산 오징어 초장에 듬뿍 발라 캬∼인생살이 별거더냐!!! 전광훈 선임기자 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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