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또 걷기 여행이라고?
뭐야...또 걷기 여행이라고?
  • 승인 2008.08.2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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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자> 동해안으로 떠난 4박5일간의 배낭여행기-1회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열대야도 동시에 시작됐다. 매일 밤 잠을 못이루게 하는  그 지독한 더위. 에어컨을 틀어도 별 소용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그 열대야를 견딜 수 있었던 건 한가지 희소식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휴가다.

우리 가족은 그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히기 위해 휴가를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동해! 내가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아마 아빠께서 그 소원을 들어주신 것이다.

그런데 아니 이게 왠말인가…. 조건이 달려 있었다. 바로 작년에도 했던 배낭 도보여행이다. 작년 제가 쓴 기사를 읽어본 분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충남 보령에서부터 시작된 3일간의 걷기 여행. 날씨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찜통을 방불케 했다. 그때 목적지는 전북 고창. 우리의 시골이었다. 충남 보령에서 서산, 전북 군산과 김제, 부안을 거치는 코스였다. 말 그대로 지옥이었고 죽음이었다. 맨 마지막날엔 다리에 탈까지 나 절뚝 거리면서 간신히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이번에 또 걷기 배낭여행이라니…. 정말 출발하기 전부터 걱정이 앞서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의 휴가계획은 이랬다. 총 휴가기간은 5일. 처음 3일 동안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가족끼리 배낭을 메고 우리나라 최고 북단 항구인 대진항에서 남쪽으로 걸어 내려가기로 했다.

그 첫날,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간단히 준비하고 전날 챙겨 놓은 무지무지하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택시를 탔다. 1차 목적지는 상봉터미널. 그곳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다. 이곳 저곳을 들렀다가 우가는 시외버스인데다 우리가 첫 목적지로 가는 곳이 동해안 중에서도 제일 북쪽인 강원도 고성군 현진면 대진리라서 버스 시간만 약 5시간 10분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미리 먹을 것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나와 아빠는 맨 뒷좌석에 앉고 엄마는 멀미를 한다며 한 칸 앞자리에 앉았다. 창문과 의자를 보니 차가 꽤 오래되고 낡은 듯 했다.


드디어 버스가 출발했다. 약간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처음엔 MP3를 들으며 잠을 잤다. 잠시 뒤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 잠을 청하려 했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 피곤하지만 깨어있는 채로 계속 갔다. 아빠는 책을 읽었고 엄마는 잠을 잤다.
버스는 양평을 지나 용문산이 있는 용문-홍천을 지나 국도를 따라 계속 달렸다. 그런데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좀 굵어지는 듯 싶더니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쏟아붓기 시작했다.

물론 비가 온다는 소식은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좀 심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퍼부어 댔다. 창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계곡들은 홍수가 난 듯 급류가 휘몰아쳤고 홍천을 지나서는 도로가 물에 잠겨 버스가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는 일도 발생했다.


#비온 뒤 물안개가 피어나는 설악산

그렇게 한참을 가고 있는데 하나님도 참 무심하시지…. 업친데 덮치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갑자기 버스가 멈추어 선 것이다. 강원도 인제군 신남면의 한 공업사 앞이었다. 몇 명 되지 않은 승객들이 웅성거렸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버스 앞창문을 닦는 윈도우 브러시가 망가졌다고 했다. 하지만 공업사에도 윈도우 브러시가 없는 모양이었다. 기사 아저씨가 이곳저곳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윈도우 브러시를 가져오기로 했다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윈도우 브러시는 도착하지 않았다. 다행히 비가 좀 뜸해지면서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잠시 뒤 버스는 인제터미널에 도착했다. 기사 아저씨가 이곳에서 윈도우 브러시를 갈아 끼울 것이라고 했다. 또 30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간신히 차가 수리됐다.


#설악선 계곡. 물살이 거세다.

아빠가 지금부터는 엄청 험한 길을 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진부령 고개라고 했다. 차는 이리 꼬불 저리 꼬불한 길을 따라 계속 급경사 길을 올라갔다. 오른쪽으론 정말 환상적인 모습의 산과 계곡이 이어졌다. 설악산이라고 했다. 황태 덕장들도 자주 눈에 뜨였다. 한겨울 동해안에서 잡은 명태를 걸어놓고 말리는 곳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게 황태라고 했다.

버스가 고갯길 정상에 오르는 듯 하더니 이번엔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오를 때보다 한층 더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버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달렸다. 커브를 돌때마다 몸이 심하게 이쪽 저쪽으로 기울었다. 한참을 내려가니 커다란 마을이 나왔고 버스가 정차했다. 간성읍이라고 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몇몇 승객들이 내렸다. 이제 남은 건 세명의 우리 가족 뿐. 버스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오른쪽으로 환상적인 모습의 동해안이 이어졌다.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버스는 거진을 지나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이지 버스 종점인 대진에 도착했다. 아주 한가한 시골마을의 모습이었다. 기사 아저씨에게 수고 많이 하셨다고 말을 건네니 하니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다. 도착시간은 예정보다 1시간은 더 걸렸다.


#대진항. 오징어를 말리는 아주머니

우리는 먼저 오늘 밤 잠을 잘 곳을 알아보기로 했다. 여러 곳의 민박집들이 있었다. 아빠가 몇 곳을 알아보더니 대진항과 대진등대를 다녀온 뒤 민박집에 들어가자고 했다. 20여분 걸으니 비릿한 바닷내음과 함께 조그마한 항구가 나왔다. 우리나라 최북단의 대진항이라 했다. 항구엔 조그마한 고기잡이배들이 많이 있었다. 오징어가 여기저기서 줄에 걸린 채 말려지고 있었다. 고기잡이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도 보였다. 우리는 일단 끼니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여행지에서 첫 식사는 라면. 다행히 항구 근처에 슈퍼마켓이 있었고 우리는 그곳에서 라면을 샀다. 그리고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으로 올라갔다. 아빠가 한 집에 들어가 코펠에 물을 받아왔고 미리 준비해 간 버너에 라면을 끓였다. 라면 맛 기가 막혔다. 아빠는 소주까지 사다가 라면을 안주로 해 한 잔 하셨다. 어디서 따온 것인지 풋고추까지 고추장에 찍어 드시면서 "캬아∼술 맛 쥑인다"를 연발하셨다.


#대진항 전경


#오징어 말리기


#대진항의 고기잡이 그물


#라면 끓이기


#라면을 먹은 뒤 셀카^^

대충 설거지를 마친 뒤 우린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마을 북쪽 조그마한 동산 위엔 커다란 등대 하나가 서 있었다. 대진등대라 했다. 우린 그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가는 길 조그맣고 깨끗한 해수욕장이 나왔다. 대진해수욕장이라 했다. 그런데 한가했다. 휴가철인데도 몇몇 사람들만 간신히 물놀이를 하고 있을 뿐 너무 조용했다. 해수욕장을 지나 약 10여분 산길을 오르니 등대가 나왔다. 주위를 둘러싼 철조망을 제외하고는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바로 절벽 아래선 시퍼런 동해의 바닷물이 철썩였다. 북쪽으론 금강산콘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 너머가 금강산이라고 했다.


#최북단 대진등대에서...

얼마전 한 아주머니가 관광을 갔다가 북한 병사의 총탄에 맞아 세상을 뜬…. 가슴이 저려왔다. 언제까지 한 민족끼리 이렇게 갈라진 채로 총을 쏴가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서쪽 웅장한 산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사진 몇 장을 찍은 뒤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대진해수욕장과 동해바다

그리고 처음 버스를 내렸던 곳으로 가 아빠가 알아봐 둔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그냥 가정집 같은 곳인데 굉장히 깨끗했고 주인 할머니도 매우 친절했다. 바로 옆 바닷가 해수욕장(이곳도 대진해수욕장이라고 하던데, 등대 밑 해수욕장과는 다른 곳이다)으로 나갔다. 바닷물은 정말 깨끗했다. 백사장의 모래도 정말 깨끗하고 고왔다. 우린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백사장에 그림도 그리면서 한참을 놀았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어둠이 찾아왔다. 이제 저녁을 해결해야 할 시간. 저녁 메뉴는 삼겹살. 마을 구경도 할 겸 삼겹살을 사러 가는 길, 문제가 생겼다. 전부터 살살 아프던 내배가 갑자기 막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가 근처 집에 들어가 부탁을 해서 결국 화장실을 사용하고서야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


#백사장에 쓴 내 이름 이니셜

슈퍼마켓에서 삼겹살과 필요한 것들을 샀다. 저녁 식사는 바닷가 바로 옆 민박집 마당의 평상 위에서 하기로 했다. 밥을 했고 삼겹살을 구웠다. 모기향을 켜지 않았는데도 모기 한 마리 없었다. 바닷바람이 매우 상쾌했다. 코펠 뚜껑에 구워먹는 삼겹살은 정말 꿀 맛. 만찬이 끝난 뒤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나섰다. 아까 낮에 갔던 대진항. 밤에 본 등대와 바다는 더욱 아름다웠다. 사진도 찍고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 첫날은 저물어 갔다. 우리가 묵은 방은 설치돼 있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지 않았는데도 매우 시원했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경희여중 2학년입니다. 이 기사는 3회로 나누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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