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가을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고군산군도…가을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 승인 2008.10.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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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고군산군도 신시도 대각산 월영봉 탐방

오랜만이다. 그동안 북한산 등 <위클리서울>에서 많이 소개한 산들만 다니다보니 기사를 쓰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떠났다.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에 딸려 있는 고군산군도의 신시도(新視島) 대각산 월영봉이다.

고군산군도는 신시도를 비롯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방축도, 관리도, 야미도 등 63개의 섬이 별처럼 모여 있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모습 때문에 호수에 뜬 별로 불리는 아름다운 해상공원이다. 그 중 16개가 유인도이다. 신시도가 가장 크며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등 일부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선유도를 비롯 거의 모든 섬이 주변의 물이 얕고 모래가 깨끗해 해수욕이 가능하며 어자원이 풍부해 바다낚시나 스킨스쿠버 등 레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선유도의 망주봉과 명사십리, 장자도의 사자바위와 할미바위, 방축도의 독립문바위, 명도와 횡경도의 기암괴석, 말도의 갈매기 등 볼거리들이 많다. 신시도와 무녀도에는 염전이 있으며, 대장도에는 1만여 점의 수석과 분재를 모아놓은 개인 소유의 수석전시관이 있고, 말도에는 등대가 있다.



특히 10리 길이의 해수욕장 모래로 유명한 명사십리, 해질녘 서쪽바다가 온통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는 선유낙조(仙遊落照), 백사장에서 자란 팽나무가 기러기의 내려앉은 모습이라는 평사낙안(平沙落雁), 귀양 온 선비가 임금을 그리는 눈물 같다는 망주폭포(望主瀑布), 장자도 앞바다에서 밤에 고기 잡는 어선들의 불빛을 이르는 장자어화(壯子漁火), 신시도의 고운 가을단풍이 달빛 그림자와 함께 바다에 비친다는 월영단풍(月影丹楓), 선유도 앞 3개 섬의 모습이 만선 돛단배가 들어오는 것 같다는 삼도귀범(三島歸帆), 방축도 명도 말도의 12개 봉우리가 마치 무사들이 도열한 듯 하다는 무산십이봉(無山十二峯)을 고군산 8경으로 일컫는다.

오전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일행을 태운 버스는 출발지(서울 은평구청 앞)를 떠나 서부간선도로로 진입해 서해안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려 나갔다.

전날 밤 선배와의 주연(酒宴)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진 관계로 기자의 몸 상태, 영 말이 아니다. 배낭에서 죄 없는 물만 꺼내 연속 들이킨다. 오늘 따라 빈자리가 한 곳도 없다. 당연히 옆 자리 회원에게 양해를 구했다.(그 여성회원은 술을 한모금도 못하시는 분이었다) 항상 고마우신 우리 회원님들, 계속해 먹거리 나눠주느라 좁은 버스 안을 분주하게 오간다.



버스는 출발한지 약 4시간 20분 후인 오전 11시30분 경 새만금방조제에 들어섰다.
비포장 방조제 길을 약 40여 분 더 들어가니 `한국농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이란 건물이 나타났다. 이곳의 양윤식 전시관장의 새만금사업에 관한 브리핑을 들었다. 7층에 위치한 전시관은 주변의 선유도를 비롯 크고 작은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오게 자리하고 있었다.

양 전시관장의 첫 마디가 웃음이 터져나오게 했다. "외국인들이 이곳에 찾아와서 두 번 놀라는데 그 첫 번째가 `이 넓은 바다를 매립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누구며, 두 번째가 또한 현재 19년 째 해오고 있는 이 공사를 중단하자고 하는 사람은 또 누구냐`는 것입니다."

기자 역시 전시관장이 언급한 외국인들의 첫 번째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도대체 누가 평화롭고 아늑한 이 바다에 돌과 자갈, 모래를 쏟아 부을 생각을 했을까?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진다.

전시관 뒤 넓은 잔디광장에서 돗자리 펴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도시락 점심식사를 했다. 계절음식인 각종 나물류와 방앗간에서 특별히 주문한 찐 밥에 고추장 척 얹어 비벼 먹으니 이 또한 별미다. 김 선배, 자신의 배낭에서 시원하게 냉동시킨 곡차를 꺼낸다.(곡차는 불교용언데 종교차별인가.) 그래, 천하의 별미도 유유상종할 수 있는 이들과 함께 해야 으뜸 행복이지.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산행 길에 나선 시각이 오후 1시30분경이다. 산행대장의 지시에 따라 인근 저수지 삼거리에 있는 현장사무실 울타리와 임도 사이 잡풀이 우거진 샛길을 타고 왼쪽으로 올라갔다. 이곳에서 월영재를 통해 곧장 월영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저수지를 끼고 우측으로 가야하지만 일행은 월영재 남쪽 봉우리인 199봉을 경유해서 가기 위해 이 코스를 택했다. 초입부터 숨이 턱에 와 닿는다. 9월 말인데 대략 30도는 족히 되는 여름 날씨다. 벌써부터 후미 조에서 선두 반보를 외쳐 댄다. (기자, 전날 들이킨 알코올 초고속 분해시키려 못들은 채 내 달린다.)

직진하면서 오른편을 바라보니 저수지 너머로 199봉과 월영봉 사이 움푹 들어간 재가 보인다. 바로 월영재이다. 월영봉(198m)과 대각산(187.2m)은 신시도 제1봉과 제2봉으로서 암릉과 해수욕장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두 산을 종주하면 고군산군도의 수려한 경관과 역사적인 새만금사업의 광대한 공사현장을 조망할 수 있다.

약간 더 올라가니 시야에 새만금 방조제가, 광활한 서해바다를 가르며 부안을 향해 남으로  남으로 뻗어 내려가고 있다. 약 1년 후면 세계에서 제일 긴 방조제가 포장된 모습으로 일반에 공개되어 개통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대단한` 역사다.



섬 인근에는 바닷물의 흐름을 통제하기 위한 배수갑문이 있고 그 옆에는 33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 이름에 33자가 붙은 것은 방조제가 부안으로부터 이곳 신시도를 경유하여 군산까지 이어지는데 그 거리가 세계 최장인 33km에 달해 그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라.

이곳에서 해안선과 평행하게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길로 계속가면 급경사 철 계단을 타고서 199봉으로 오를 수 있지만 일행은 유턴을 하듯 북쪽으로 꺾었다. 임시도로의 풀 숲길이 발의 감촉을 더욱 맛나게 할 것 같아서다. 길은 S자로 이어지면서 계속해 일행을 끌어올린다. 임도가 끝나고 산 능선에 들어섰다. 주변에 나무가 많지 않아 그늘 없는 산길이 이어진다. 휴 너무 덥다.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킨다. 병을 보니 반도 남지 않았다.(좋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100미터 전방에 한 봉우리가 살포시 일행을 기다린다. 199봉이다. 출발한 지 1시간이 채 안된 40여 분 만이다. 199봉에서 조금 더 전진하니 등로 왼편에 전망 좋은 지점이 서 있다. 올라서니 가까이에는 월영봉에 오른 뒤 하산, 우리가 지나가야 할 미니해수욕장이 보이고 바로 옆에는 대각산이 우뚝 솟아있다. 그 뒷편에는 무녀도,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은 탓에 그 주위의 섬들도 다 보인다.

그곳에서 경치 좀 즐기다, 다시 북쪽을 향해 산행을 개시한다. 월영봉이 한층 가까이 다가와 있다. 182봉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니 월영재가 나타난다. 현재시간 오후 2시20분. 왼쪽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오른쪽의 저수지에서 올라오는 맞바람이 부딪혀 너무 시원하다. 일행들 속속 도착해 각자 자리 잡고 휴식에 들어간다. 이제서야 몸이 풀리는 기분이 든다. 사과, 배, 오이 깎아서 나눠 먹는다.(여기서도 나눔의 원칙은 철저히 행해진다.) 

월영재에서 잠시 전열을 정비한 뒤 시간 관계상 이후의 일정을 다시 짰다. 두 코스로 나누어서, 정기 코스인 월영봉을 정복 후 해변가로 가는 조와,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좁은 수로 길을 지나 곧장 해변 가로 가는 조를 갈랐다.(기자, 산 욕심에 당연히 월영봉을 향했다.)  



조금 오르다 보니 수직으로 결을 이루고 있는 암벽 사이사이에 많은 부처손이 자라고 있고 그 앞에는 생소한 꽃 한 송이가 사뿐히 피어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손전화 사진기로 한 컷.
조금 더 오르다 왼편을 바라보니 대각산과 앞산이 한층 가까이 다가와 있고, 그 뒷편에는 선유도가 뚜렷이 보인다. 왼쪽 앞산, 오른쪽 대각산, 뒤쪽 선유도다. 계속되는 등로는 수직으로 결을 이루고 있는 암릉 사이로 이어진다.

지리학을 전공한 관계자에 의하면 이곳은 화강암이 땅속에서 융기하여 노출된 뒤 조여 주는 압력이 약해져서 자신의 본래 결정체 모양인 사각기둥 형태로 갈라진 것이라 한다. 즉 주상절리암이라 한다. 제주도에 있는 육각기둥 형태의 주상절리암은 현무암이라 하고.

시원함도 월영재에서 잠깐 맛 본 게 전부. 주변에 그늘이 없어 날씨 팍팍 찐다. 그렇게 더위와 싸우며 힘겹게 10분 가까이 올라서니 월영봉이다. 별도 표지판은 없는데 정상 옆에 돌탑이 세워져 있고, 한켠에는 `신시 405`라고 쓰여 진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이 월영봉 정상이다. 월영재에서 이곳 까지 15 20분 남짓 걸린다.
월영봉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미니해수욕장을 향하여 하산한다. 10분 가량 내려가다 오른편을 바라보니 야미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앞 산록 아래 움푹 들어간 해안에는 빛깔 고운 모래가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다.

여름철 가족이 함께 해수욕을 즐기며 조용히 지내기에 딱 좋은 아담하고 조용한 초미니 해수욕장이다. 전방에는 대각산이 웅장한 기세로 우뚝 솟아 있고 그 너른 허리자락은 서해바다에 푹 담겨져 있다. 숲길을 지나 다시 조망이 좋아질 즈음 전방을 바라보니 서해안을 가로막고 둘러쳐진 해안선의 굴곡이 참으로 아름답다.

미니해수욕장이 눈앞에 다가온다. 해변에는 둥글넓적한 자갈들이 깔려있다. 바위가 잘려나간 석편이 산밑으로 굴러 내려와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휩쓸리다보니 저렇게 모 난데 없는 자갈들이 되었으리라.

대각산 들머리는 해변 남쪽 끝 부근의 뚝방 위 산기슭 아래에 있다. 관목으로 뒤덮인 들머리 안에 들어서니 나무가 제법 울창한 숲 사이로 자그마한 길이 이어진다.
숲 지대를 지나 10분 가량 올라가니 전방에 136봉과 그 뒷편에 대각산 정상이 말의 등 모양으로 굽이쳐 솟아있다. 다시 10분 가량 더 차고 올라 언덕 마루 위에 선다.

조금 더 올라가 뒤돌아보니 좀 전에 노닐 던 미니해수욕장이 발치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멀리에는 야미도와 신시도를 잇는 방조제가 흰 선을 그으며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다. 그 즈음부터 등산로는 비죽비죽 솟은 주상절리암 옆으로 이어진다. 136봉에 올라서니 대각산 정상으로 이르는 암릉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산기슭 왼편으로는 아담한 신시도항이 보이고 그 뒷편으로 무녀도와 선유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드디어 3층짜리 대각산 전망대가 머리 위로 둥실 나타난다.(총 산행거리는 하산포함 7.5km, 산행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4시간 남짓 소요.)
일행은 새만금방조제 근처 야외횟집에서 참돔을 안주로 뒷 풀이를 한 후 귀경길에 올랐다.



차창 가에 비친 들녘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가고 있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가지런히 피어 스쳐 가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가을은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전광훈 선임기자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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