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 이적 무효화, WBC 준비 부족 발등에 불

장원삼 트레이드 파동이 승인 불가로 마무리되면서 일단락됐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트레이드를 승인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는 기간이 무려 1주일이었다. 그만큼 여러 상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한국 야구는 1분 1초라도 시간이 아까울 때다.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잘 치르기 위한 준비가 급선무다.

장원삼 트레이드 파동 상도 벗어난 행위 간주

현금 30억원에 삼성으로 이적하기로 한 장원삼이 결국 원구단인 히어로즈로 돌아간다.
신상우 KBO 총재는 21일 `장원삼 트레이드 승인` 여부에 관한 긴급 이사회에서 "장원삼의 삼성 라이온스 이적은 불허"라고 못 박으면서 "구단 형편이 어렵더라도 선수를 현금에 파는 것은 안된다. 히어로즈는 창단 당시 `5년간 구단 매각 금지 및 트레이드 시 KBO 사전 승인` 조건이 있었지만 이를 위배했다"며 트레이드 불가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신 총재의 결정이 `불가`로 나오자 당사자인 삼성과 히어로즈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히어로즈의 이장석 사장은 "현금 트레이드가 문제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운영자금 때문에 트레이드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운영에는 지장이 없는 형편이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은 "KBO의 트레이드 불가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짧은 답변만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장원삼 트레이드 파동`은 삼성과 히어로즈 양자 간의 이권만 생각한, 상도를 벗어난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자금난에 허덕이는 히어로즈는 현금 30억원에 팀의 에이스를 팔아넘겼다. 삼성 역시, `SK의 독주를 막기 위한 전력보강 밝혔지만 다른 6개 구단의 비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히어로즈는 옛 현대 왕조를 이어받으며 `즉시 전력감`의 선수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창단 초부터 자금난을 겪은 히어로즈는 선수들의 주머니를 만족시켜주지 못했고, 다른 7개 구단은 전력평준화를 위해 `히어로즈와 현금 트레이드 불가 방침`을 구두로 합의한 바 있다.
KBO는 `쌍방울 사태` 이후 현금에 의한 트레이드는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1997년 쌍방울 레이더스는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주전포수 박경완을 현금 9억원에 현대로 트레이드시켰고, 이듬해에는 김기태와 김현욱마저 20억원을 받고 삼성에 팔아넘겼다.
따라서 KBO는 지난해 현대 유니콘스가 자금압박의 이유로 선수를 팔겠다고 했었을 때도 절대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WBC 감독 선임 난항 KBO 책임 피할 수 없어

결국 올 스토브리그 최대 이슈가 된 삼성-히어로즈의 현금트레이드는 1주 만에 불발로 그쳤다. KBO의 결정에 따라 히어로즈는 삼성에서 받았던 현금 3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또 삼성 유니폼을 입고 훈련 중인 장원삼은 다시 히어로즈로 돌아 가야하는 촌극으로 끝난 가운데 내년 3월 열리는 WBC에 대해서도 준비가 부족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시아 예선에서 만나는 일본은 이미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을 WBC 사령탑에 선임, `사무라이 재팬`이란 타이틀을 만드는 등 의욕적으로 준비에 임하고 있다.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의 참가가 힘들어졌지만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이와무라 아키노리(탬파베이) 등 주요 빅리거들이 참가 의사를 밝혀 큰 틀은 짜여진 상태다.
반면 한국은 아직 감독이 공식적으로 선임되지도 않았다. `WBC 초대 감독`이었던 김인식 한화 감독에게 조건부 승인을 받았을 뿐이다. 김인식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을 위해 조범현 기아 감독, 김재박 LG 감독,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의 참여를 KBO에 요청했으나 요청받은 감독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몸을 빼고 있어 아까운 시간만 흐르고 있다.
거절을 표한 이들은 하위권에서 지난 시즌을 마쳤으니 상위팀 감독들이 맡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 빛엔 내년 시즌 걱정과 WBC 성적에 대한 부담이 드러나고 있다.
서재응, 최희섭 등 두 메이저리거를 영입하고도 6위에 그친 기아는 재도약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하고 `리빌딩`을 선언한 히어로즈는 젊은 선수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하위에 그친 LG는 FA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했으나 투수진 보강이란 숙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김인식 감독의 한화 역시 마찬가지다. 2005년 김인식 감독 취임 후 줄곧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한화로선 5위란 성적표가 마뜩찮을 게 분명하다. 이번 겨울에 갈고 닦아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시즌 뒤엔 김태균과 이범호가 FA로 풀린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2009년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사령탑이 WBC 감독을 맡아야 할 입장이 돼 난처해졌다.
이렇게 상황이 전개된 것은 KBO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애초부터 WBC 감독 선임이 난항을 겪을 거라 본 사람도 적지 않았음에도 어떠한 기준안을 마련하지 않은채 무조건 감독직 제안만 했다. 올림픽 금메달로 부담스런 자리가 된 WBC 감독 자리를 자원할 사람은 없어 보였다. 결국 김인식 감독에게 통보하는 형태로 어쩔 수 없게 만들었다.
뭐든지 자기 입장만 생각하면 결과는 좋지 않은 법이다. 2006년 WBC를 개최한 미국은 개최국의 명성에 먹칠을 당했다. 미국 대표 선수들이 리그 개막에 컨디션을 맞추다보니 정규시즌보다 앞서 펼쳐진 WBC에서 졸전을 면치 못했다. WBC보다 자신의 리그 성적을 먼저 고려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내년 시즌은 중요하다. 하지만 KBO가 정한 원칙이 없어 모두에게 거절 당해도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에서는 희생타가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박충환 기자 park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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