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린다는 대통령, 소득분배 불평등만 심화시켜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경제를 살린다며 경제 대통령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는 살리기는 커녕 소득분배 불평등만 키워놓았다.
실물부문에서 임시·일용직 및 영세자영업자 등 한계 계층은 실업한파의 희생양이 되고 있지만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급등하면서 빈부격차는 올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최대 피해자는 서민층

지난 21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가구(1인 및 농가제외, 시장소득 기준)의 지니계수는 0.325를 기록해 2007년의 0.324에 비해 0.001포인트 올라갔다. 이는 통계청이 지니계수 데이터를 보유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최고치다.
지니계수는 프랑스의 통계학자 지니가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알기 위해 만든 지수로,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지니계수는 경제위기 및 거품 확산기에 대폭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지니계수는 90년대 IMF사태가 발발하기 전까지는 숫자가 계속 낮아지면서 소득 불평등도가 많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IMF사태가 발발한 1998년에 0.268에서 0.295로 급등하더니 1999년 0.303으로 마침내 0.3을 넘어섰다. 이후 2000년 0.286, 2001년 0.299, 2002년 0.298, 2003년 0.295로 다시 0.2대로 진정되는가 싶더니, 카드대란이 발발한 직후인 2004년 0.301로 다시 0.3대로 높아졌다. 이어 부동산값 폭등과 맞물리면서 부가 한쪽 계층으로 집중돼 2005년 0.304, 2006년 0.313, 2007년 0.324, 2008년 0.325로 수직상승을 거듭해왔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추세를 볼 때 지니계수가 `마의 0.35`까지 돌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니계수는 0.35는 `매우 불평등한 사회`를 가리킨다.
매우 불평등한 사회가 된 계기는 지난해 9월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이다. 이 경제 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층이다.
글로벌 경기불황의 파도가 국내에도 닥치면서 일자리가 줄어 가계 실질소득이 감소했다. 또한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동시에 위축되면서 중산층 대열에서 밀려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우선 수출과 내수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 영세 자영업자의 휴·폐업이 잇따르면서 중산층 이하 계층의 근로소득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말 현재 주택공사에서 관리하는 공공임대주택 총 39만8446가구 중 8만2477가구가 임대료도 못내 체납할 정도다.
지난 4월 자영업자 수는 576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만9000명(4.5%) 감소했다. 이는 2006년 5월 이후 35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으며 이번 감소 폭이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특히 임시 일용직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업체들이 휘청거리면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정부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 건설업 취업자는 177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190만1000명에 비해 6.7%나 감소했다. 이같은 감소율은 1999년 5월 -9.0% 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구조조정으로 실직대란 서민 불안감 증폭

서민층의 자산감소 또한 빈부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힘들게 집을 마련했던 서민층은 지난해 부동산 가격 급락에다 주식 시장마저 급랭하자 대출금 상환 압박에 못이겨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면서 자산을 팔았다. 지난해 펀드 손실의 최대 피해자 또한 서민층이었다.
더구나 하반기 들어 기업 부실화가 가속화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실직대란이 예상되고 있어 서민층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쌍용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의 경우 대규모 정리해고가 통보된 상황이다.
반면 상위층은 최근 주식이 1400대를 넘나들면서 손실 만회는 물론이고 평가수익이 계속 오르는 추세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집값이 경기 회복 조짐과 맞물려 꿈틀거리면서 부동산 부분의 손실마저 거의 만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뉴민주당 선언(안)을 통해 "현재 한국경제는 소득분배가 외환위기 이후 OECD 국가들 중 가장 나쁜 수준으로 악화됐다"며 "양극화는 내수산업을 위축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또 "경제양극화 심화는 양극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 뿐만 아니라 정치의 실패 때문"이라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복지제도로 인해 소득격차가 커지고, 높은 사교육비로 인해 빈부격차가 대물림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도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비지니스 프렌들리` 정책이라면서 노동유연성을 추구하여 기업에 아무 때고 맘대로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비정규직 기간 연장, 파견 범위의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특수고용직 문제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동네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대형마트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인해 영세 상인들이 몰락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두 손 놓고 있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또 "부자들의 종부세를 깎아주고 재벌들의 비사업용 토지나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를 내리면서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고 수퍼 추경으로 부자 감세에 따른 세금 부족분을 메워주는데 어떻게 양극화가 심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대규모 재정 지출 등은 임시방편 불과

정부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계기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처럼 빈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을 우려해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틈새를 메우겠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단 정부는 올해 28조4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사회 소외계층의 사회 안전망확보에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25만명을 대상으로 환경정비 등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에 총 1조7000억원을 투입하고 정규직 전환지원금 900억원,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 감면 300억원, 무상장학금 지원 71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배려를 했다.
하지만 한계 계층이 3~6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이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가 마련된 것이 아니다.
정부 또한 빈부 격차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800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이 투기로 흐르지 않도록 고심하고 있지만 실물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유동성을 흡수하지도 못한 채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니계수가 높은 사회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정치-사회적 불안이 높은 사회를 가리키는 동시에, 부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내수경제 기반이 붕괴된 비전 없는 경제체제를 뜻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자산거품 등 불로소득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불로소득 중과세 등의 조세 개혁을 통해 빈부 양극화를 완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향후 사회-정치적 불안이 심화되는 `적대의 시대`가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볼 때 지니계수가 지난해보다 좋아지기는 어렵다"면서 "특히 투기적 성격을 띠고 있는 유동 자금이 늘어나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빈부격차가 확대돼 사회적 양극화의 골도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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