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시험기간, 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니야∼

다시 공포의 그 것이 찾아왔다. 바로 시험기간. 이번엔 좀 빨리 보게 됐다. 전까진 추석 뒤에 시험을 치르다보니 명절연휴가 시험공부 기간과 겹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추석 바로 전에 시험이 끝난다. 덕분에 오랜만에 추석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됐다.


#0교시 푹자는 아이...프라이드를 생각해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개학을 한 지 약 한달 만에 시험을 보게 됐다는 게 그것이다. 이 말인즉슨, 시간이 짧아 진도가 많이 못 나갔으므로 시험범위가 적은 대신, 문제가 어렵게 나온다는 것.

덕분에 아이들은 개학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시험대비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즐거움은 전혀 느껴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거기다 조금 더 지나면 또다른 시험이 우릴 기다린다. 10월에 보는 수능모의고사가 그것이다.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다시 시험공부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

어찌됐든…그럼 이쯤에서 우리 반 아이들이 시험을 대비하는 모습을 살짝 엿볼까?
등교시간. 아침 8시가 되기 전 교실에 들어가면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도착해 있다. 교실 분위기는 각양각색. 몇몇 아이들은 수업 시간표에 맞춰 교과서를 준비하고, 몇몇 아이들은 얘기를 하고 있고, 몇몇은 문제집을 펴들고 문제와 씨름을 하고 있다. 가지각색이지만 시험기간이 코앞에 이르면 대부분 책상에 문제집 하나 펴놓고 열심히들 공부를 한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0교시 제도가 있다. 바로 독서시간이다. 다른 학교 아이들이 막 잠에서 깨어날 시간, 우린 학교에 나가 독서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또 아이들 상당히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다. 일단은 채 정신이 덜 든 아침에 책을 읽는다는 게 보통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떨 땐 정말 이게 글인지 지렁이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항상 잘 준비를 한 상태로 공부하는 아이.이런 아이들은 대개 금방 잠속으로==

하지만 시험기간에 접어들면 0교시에 시험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 모두들 독서할 때와는 달리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한다. 대부분 MP3를 갖고 있어서 노래를 들으며 한다. 몇몇 아이들은 전날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일명 `폭풍졸음`(우리들 사이에서 흔히 그렇게들 얘기한다.)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 뻗어 버린다.(나도 때때로 그들 중 하나가 되곤 한다.^^;)


#짝꿍은 공부를 하건 말건 나는 자고 봐야지...우리의 실상

나는 예전 한때는 새벽 3시까지 공부하기도 했지만 쓸 데 없는 체력소모란 생각에 이젠 밤 11시~1시, 늦어도 2시엔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문득 다른 아이들은 도대체 몇시간 씩이나 잠을 자는 걸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우리 반에서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고 또 성적도 우수한 친구 두명을 골라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우선 다현이. 다현이는 "학교 끝나고 낮잠 4시간 자고, 9시 쯤 일어나서 학교 올 때까지 밤 새워"라고 했다. 정말 독하다…. 이건 뭐 `노가다 저리 가라`다. 하지만 뒤에 붙는 다현이의 한마디, "그런데 그 시간에 내내 공부만 하는 건 아니고, 멍 때리고 있는 시간도 있어. 히히^^".


#열공 때리는 아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나는 이번엔 공부 꽤나 한다는 내 짝꿍 유림이에게 각 주요 과목 공부법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우선 국어는 객관식보다는 서술형 중심으로 교과서를 정리한다고 했다. 평소 좋아하는 과목이지만 공부하는 법은 잘 몰랐던 나에겐 좋은 팁이 됐다.
두 번째, 수학. "수학은 역시 문제를 많이 풀어야지"라며 미소를 날리는 유림. 바로 세 번째 사회로 넘겼다. 사회는 교과서를 많이 읽고, 국사는 순서 정리와 흐름을 중심으로 공부한다고 했다.


네 번째, 과학. 과학은 실험중심이라고 했다. 그리고 유림이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다가 우리 얘기를 들은 다현이는 인터넷 강의를 추천했다. `수박씨`라는 인터넷 강의인데 나도 몇 번 들어봤다. 다현이는 그 인터넷 강의를 듣고 시험점수가 많이 올랐다고 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EBS` 강의도 괜찮다고 했다.

영어는 교과서에 있는 `Let`s write`를 중심으로 한다고 했다. `Let`s write`는 문법이 있는 부분인데 항상 우리 학교에선 문제가 대부분 서술형으로 출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주요과목의 공부법 설명을 듣고 인터뷰에 협조해줘서 고맙다는 애교 넘치는 나의 사인(불과 얼마 전에 새로 만든 것이다.)을 건넸다.


#유림이에게 인터뷰 대가로 해준 나의 멋진 사인. CL은 여성그룹 2NE1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물었다.
"시험은 도대체 왜 잘봐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

유림이의 답변은 깔끔하고도 색달랐다.
"자존심 때문인 것 같아…."


#역시 열공중----


지금까지 공부를 열심히 한 이유가 자신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얘기한 유림이가 갑자기 거대해 보였다. 나도 자존심이 있는데 시험 결과는 왜 신통치 않지…?(하하하)



이젠 공부도 체력 싸움이다. 얼마나 더 오래 버티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모두 공부를 하며 경쟁을 하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서 자유와 편안함, 느긋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편으론 시험공부에 지쳐 작은 책상 위에 침까지 흘리며 조는 우리가 불쌍하다. <정다은 님은 경희여중 3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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