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아∼시험 코앞인데 찾아온 슬럼프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미소 먹은` 얼굴로 인식되어 있다. 항상 밝고, 잘 웃고, 활기찬 나.

하지만 나도 감정이 풍부한 인간인지라 때론 웃기 싫고, 화도 내고, 울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싶다. 문제는 성격상 내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을 잘 못한다는 것. 심지어 친한 친구에게까지도…. 그래서 웬만하면 참고 안으로 삭히고 마는 일이 많다. 글고 정 울고 싶거나 눈물이 날 땐 내 방에 들어가곤 한다.

최근 극심한 슬럼프란 놈이 나를 찾아왔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나의 상황에 대해 표현을 하지 않았다. 혼자서 그냥 끙끙 앓다가 결국엔 엄마, 아빠에게 하소연하듯이 얘기를 꺼냈다.

다른 친구들의 경우 슬럼프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걸로 알고 있다. 또 그들 대부분은 슬럼프에 빠질 경우 계속해서 굉장히 힘들어 보이거나 지속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게 겉으로 드러나는데 나는 다르다. 기분이 너무나도 좋다가도 갑자기 심각할 정도로 다운된다. 갑자기 울고 싶고, 힘이 들고, 화가 나고, 불안함을 느낀다.



왜 이러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다. 나 혼자 괜히 그러는 것이다. 어떤 일이 생겨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난 게 없는데 갑자기 기분이 안좋아지면서 컨디션이 다운되는 것이다.

때론 스스로도 약간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 해도 잠시 뿐 자꾸 기분이 업 다운을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 한가지. `아∼외국에 가고 싶다…`, `이민 가고 싶다…`, `전학 가고 싶다…` 등. 자꾸 지금의 현실을 떠나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여태껏 있었던 기억들을 되새기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 얘기를 엄마, 아빠한테 했더니 엄마는 "웬 외국?"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겨버리고, 아빠는 "뭐야∼너 혹시 조울증 아니냐?"라며 오히려 놀리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엄마, 아빠는 나의 고민 해결사가 아닌가 보다. 이럴 땐 나와 말도 통하고 또 그래서 내 고민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줄 해결사가 너무나도 절실하다.

말했다시피 외국에 정말 가고 싶다. 어느 곳이든 갈 수만 있다면 외딴 나라의 시골 마을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딱 1년 만이라도 이곳을 떠나 살아보고 싶다. 아빠가 얘기하듯 `현실 도피`를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며칠동안 이어지는 슬럼프. 큰일이다. 시험도 코앞이고 그렇다보니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날 자꾸 깊은 땅속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하긴 땅을 계속 파다보면 석유라도 나오겠지?(=좋은 일이 있겠지?).



모든 걸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나의 이 슬럼프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점에서 힘들고 외롭다.
이럴 때면 기분 좋은 일을 하나 해줘야 되는데…쇼핑을 한다던가, 내 동생인 애완동물을 키운다던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즐거운 곳에 간다던가…. 하지만 사정상 당장 이 중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현실이 슬플 따름이다.

한편으론 이대로 가다가 아빠 얘기처럼 정말 조울증이란 게 찾아오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때론 친구들에게서 위로를 찾는다고도 하지만 나의 경우는 전혀 아닌 것 같다. 설사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일부러 아이들 앞에서 웃는 것인데도 친한 친구조차 나의 진짜웃음과 가짜웃음을 구별을 못하는 걸 보니….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이 굉장히 많은 편이어서 지금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나의 행동 때문에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일일이 다 생각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저 보이는 그대로만 생각해버리는 것 같다. 물론 약간은 마음을 헤아려 줄 때도 있지만 깊은 나의 마음속 고민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저 단순하지 못한 나를 원망할 따름이다.

어서 빨리 이 슬럼프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현재 나의 마음 속은 그저 환경을 완전히 한 번 바꿨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설사 아빠 얘기대로 그게 현실도피로 규정될지라도…. 외국으로 단기 어학연수를 가든가, 유학을 가든가 하는….

과연 이게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 나의 바람은 그렇다. 물론 실현 불가능한 일이란 건 알지만 말이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 님은 경희여중 3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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