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심각한 우리나라의 청소년 놀이문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들, 어른들을 위한 클럽들, 청소년들을 위한…???

그렇다. 청소년을 위한 놀이거리는 없다. 보통 우리 청소년들은 논다고 하면 노래방에 가고, 길거리에서 분식이나 사먹고, 옷가게를 기웃거리거나 길거리의 사람을 구경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 노래방의 경우 성인들만 가는 곳이라며 아예 출입을 반대하는 어른들도 있다.



그럼 우리 청소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되는 걸까? 몇 년 있으면 어른이 될 것이니 아예 지금부터 어른들 놀이문화를 따라할까? 큰 일 날 소리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하물며 출입이 가능한 노래방에 가는 것도 심하게 눈치 보이는 일인데…. 자칫 잘못 걸렸다간 봉변당하기 일쑤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치원생들과 초등학생들이 많이 노는 동네 놀이터로 가볼까? 참 순수하게 보일 것이다. 덩치는 산만한 아이들이 교복 치마를 입고 유치원생들 사이에 끼여 그들과 경쟁하며 그네를 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영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다간 큰 덩치 덕분에 그네 보수 공사가 필요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 청소년들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며 빡빡한 일상에서 쌓인 엄청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것일까. 산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매주 일요일마다 등산을 다닌다? 엄마를 도와 음식을 만들면서, 아니 빨래나 설거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생각하다보니 이 또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도대체가 없는 것이다. 우리들이 마음놓고 놀 수 있는, 놀기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즐기기라도 할 수 있는 문화가 없는 것이다. 그런 우리 사회가 밉다. 공부, 공부 하면서 그로 인해 쌓이는 스트레스에 대해선 두 손 두 발 다놓고 있는 어른들이, 나라가 밉다. 도대체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을 위해 해주는 일이 뭐가 있나?


미국엔 할로인데이라고 귀신분장을 하고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하며 사탕과 초콜릿을 선물받는 날이 있다. 또 다른 어떤 나라엔 물감의 날이라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그냥 무조건 물감을 뿌려도 되는 날이 있다고 한다. 그날 만큼은 물총에 물감을 채워서 이 사람, 저 사람 누구에게나 뿌려도 화내지 않고 그저 실컷 즐기며 웃고 떠드는…. 


이렇게 외국엔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가 널려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딱 어른을 위한 놀이거리(대표적으로 어버이날 등등의)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거리(어린이날 등등)는 있지만 그 사이에 끼인, 아니 그 사이를 받쳐주는 가운데 토막인 청소년들에 대해선 무관심한 것 같다. 딱 하나 관심이라면 그저 공부일 뿐이다. 성적일 뿐이다.


그렇다보니 대한민국의 청소년 대부분은 꼭두새벽 같이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직행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주린 배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위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 마는 생활의 반복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설사 집안 사정 때문에 학원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같이 어울릴 아이들이 없어 `왕따` 취급당하기 일쑤다. 아이들이 그나마 어울릴 수 있는 곳이 학원이 돼버린 현실인 것이다.


어쩌면 이런 점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자꾸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딱히 놀거리가 없다보니 흉내를 내는 것이다. 그것도 어른들의….


학교 밀집 지역에 가보면 우리 또래 여자아이들이 화장을 하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뒷골목에선 어른들의 전유물인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운다. 그걸로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타는 오토바이도 타고, 어른들이 가는 클럽을 가기도 한다. 아무래도 몸은 어른처럼 큰 상태이기에 어린이들의 문화보단 어른들의 문화를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이끌게 될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나쁜 길로만 자꾸 빠지고 있다. 이런 청소년을 구해줄 이는 어른들 뿐이다. 친구가 구해준다? 자칫 잘못하다간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 실감하는 일 벌어지게 된다. 나쁜 길 빠진 친구 구해주다가 같이 빠져버리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봐왔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해결책을 생각해보았다. 그 첫번째,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의 거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나라에선 청소년은 공부만 해라, 학원에 열심히 다녀야 한다고만 하고 있지 진정으로 청소년들이 청소년 시기에 해야만 하는 것들은 다 놓치고 있다. 바른 청소년 시기를 보내려면 좋은 것을 듣고 보고 많이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그 청소년들이 어른이 된 다음에도 다음 세대 청소년들에게 좋은걸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기본적 얘기인데, 청소년들에게도 좀 더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모든 일에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옳은 말은 다 듣기 싫고, 내가 좋은 일만 하고 싶어하는 그런 시기라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부모님께도 짜증을 많이 내고, 선생님이고, 아저씨고 예의 없게 행동하는 애들도 많다. 다 무관심 속에서 크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귀엽다고 관심을 갖고, 어른들은 서로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놀이터에서 그저 관중석을 채워주는 몇몇 보조에 불과할 뿐이다.


마지막으로는 무조건 "안돼!" "하지마!"란 말을 자제해야 된다. 안된다고 하면 더욱 하고 싶은 게 청소년 시기다.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서 청소년들에게도 적당한 자유를 주고, 선을 넘었다 싶으면 적절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서 잘 설득을 하는 것이 더욱 훌륭하고 멋진 방법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청소년인 나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나와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도 공감하고 있는 일이다. 너무나도 부족한 대한민국의 청소년 놀이문화, 이젠 빨리 바뀌어야 할 때이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 님은 경희여중 3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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