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남자 담임선생님들과의 특별한 인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된 남자 담임선생님들과의 끈질긴 인연. 최초 인연은 친절한데다 학교 내에선 꽤나 잘생기신(일명 꽃남) 축에 속하면서 체육담당이셨던 전재경 선생님. 선생님은 키도 크고, 수업도 열정적으로 하셨고, 재밌고, 친절하셨다.


그런데 무슨 인연인지 6학년 때도 전재경 선생님께서 나의 반 담임을 맡으셨다. 덕분에 2년간 선생님이 나만을 편애하시는 것 같다는 다른 친구들의 노골적 질투를 감당해야 했을 정도로 선생님과 난 가깝게 지냈다. 물론 거기엔 내가 반에서 맡은 회장이란 직책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육정우 선생님^^

그리고 입학한 여자중학교. 신입생이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들어간 1학년 교실. 그런데… 이. 럴. 수. 가! 또 남자 선생님이 그곳에 계시질 않는가. 그것도 또 체육담당 선생님. 게다가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한 인기 하기로` 명성이 자자했던(?) 육정우 선생님.

초등학교 때의 전재경 선생님과는 달리 육정우 선생님은 체육만 가르치셔서 그런지 솔직히 첫인상은 `까맣다…`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전재경 선피부가 무척 하얀 편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주 접하다보니 그런 겉모습과는 달리 너무나도 부드러움과 편안함, 친절함의 보고!! 왜 `한 인기`로 명성이 자자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초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또 반의 회장을 맡다보니 선생님과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탈 없이 1학년을 잘 지내다가 올라간 2학년. 이쯤이면 한번쯤 여자 선생님께서 나설 법도 한데 또 남자 선생님…. 이번엔 컴퓨터와 환경 담당 선생님이신 권이혁 선생님이셨다. 담임선생님 중에서 최고라는 소문도 자자했던 터. 시간이 흐르면서 겪어보니 역시나 정말로 반 아이들에게 신경도 많이 쓰시고, 관리도 철저히 잘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2학년 때 같은 반 아이들도 너무나도 적극적이고, 재밌고, 착했다. 아이들이 권이혁 선생님을 잘 따랐고 때문에 우리 반엔 다른 어떤 반보다 훨씬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이 넘쳐났다.


#선생님들의 장난 시간^^ 맨 왼쪽이 권이혁 선생님


무사히 2학년을 잘 마치고 3학년. 겨울방학이 되면서 비밀로 진행되는 반편성 결과 담임선생님이 은밀히 공개됐다. 설마 이번에도…하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또 남자선생님. 그것도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육정우 선생님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권이혁 선생님 생신 때

결국 이렇게 5년간의 학창생활 내내 난 남자 담임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하게 됐다. 또 5년이란 긴 시간 동안 내가 만난 담임선생님도 딱 세 분 뿐(^^;).

아무래도 남자와 여자가 섞여있을 때보다(남녀공학), 또 초등학교 때보다는 선생님과 좀더 빨리 그리고 좀더 많이 친해지게 된다. 게다가 워낙 처음에 만난 친구들에게도 어색함 없이 대하는 내 성격. 그렇다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선생님들과 꽤 가깝게 지내는 편이다.

그런데 3학년 2학기 어느 날, 같은 반의 친한 친구인 민지가 아파서 조퇴를 해야되겠는데 담임 선생님이 어디 계신지도 모르고 어색하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쏘∼쿨(so∼cool)하게 같이 가줬다.

선생님은 교실에 안계실 때면 체육 준비실이나 학생 지도부에 대부분 계신다. 우린 체육 준비실로 향했다. 그런데 거기는 우리반 아이가 선생님을 부르러 갔다가 꾸중을 들은 전력이 있는 곳이라며 민지가 걱정을 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체육 준비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될 경우 선생님을 밖으로 부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맑고 깨끗한(^^) 나의 목소리로 `선생님~`하고 불렀다. 선생님은 살짝 놀라신 듯 무슨 일이냐며 나오셨다. 민지가 아프다고 조퇴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내가 대신 말을 했다. 선생님은 민지에게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셨다. 당황한 민지가 말을 하지 못했고 내가 또 나서야 했다.


"민지 아침부터 계속 엎드려 있었는데 선생님은 우리 반 학생한테 관심도 없으셔~"라고 했더니 웃으시며 민지의 조퇴를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그리고 같이 반으로 돌아가는 길 민지의 얘기 "우와, 너는 육정우 선생님이랑 안 어색하네? 신기해, 부럽다~."


#우리는 선생님들을 "아빠"라고 부른다

사실 2년 동안 담임을 하셨으니까 아무래도 1년 동안 같이 지낸 사이보다는 어색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 부러운 일은 아닌데…. 그래도 좀 더 선생님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2년간 담임을 하셨던 전재경 선생님과도 쌓인 추억이 많아 중학교 2학년 때까진 스승의 날 무렵이면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뵙곤 했다. 이제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육정우 선생님을 찾아오겠지∼.
 
생각할수록 선생님들의 풋풋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두 분 다 나를 담임하실 때 아기를 낳으셨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래서 더 뜻 깊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2학년 때 권이혁 선생님은 내가 3학년이 돼 장기자랑대회에 나가거나 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시곤 했다. 내가 남자 담임선생님 복 하나는 정말 좋다^^!! 선생님들, 정말 사랑합니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 님은 경희여중 3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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