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전 국토에 울려대는 불도저 소리 6: 전문가 지상토론회-2

<아랫기사에서 이어집니다.>


토론 참여인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홍성태 상지대 교수, 황대근 `야생초 편지` 저자 <가나다 순>

-경부고속도로와 4대강 사업을 비교?
홍: 자동차 시대에 고속도로는 필수, 강을 물그릇에 비유하는 무식한 발상
최: 목적조차 없이 국민 생명 갖고 장난치는 것, 역사상 가장 잘못된 사업
박: 홍수예방, 물류, 수질개선 등 목적 적합하지 않고 타당한 논리도 없어

-환경파괴가 발전 위한 숙명이라고?
황: 개발에 의한 자연훼손 축소시키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서 대폭발하게 돼
홍: 바꾸고 고쳐야 할 지구적 차원의 위기 `적당한 파괴? 이것은 자살의 논리`
최: 선조들 꼭 필요한 것만 하고 뒷산의 나무 하나 건드리는 것도 어려워해






- 개발정책은 경제성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 경부고속도로로 인해 경제적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살리기를 이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 홍 : 잘못된 비교다. 스스로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비교다. 지금 우리는 자동차 시대를 살고 있다. 고속도로는 필수적인 것이다. 박정희 시절 군사작전 하듯이 고속도로를 냈지만 쓸모가 있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지금 4대강은 전면적으로 파괴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것과 그것을 비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이것이 운하 1단계라고 한다. 운하라는 것은 19세기의 운송수단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물도 많이 남아돈다. 강을 고작 물그릇에 비유하는 천박하고 무식한 발상이 강을 도로에 비교하는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 최 : 경부고속도로를 지금 놓는다면 환경단체가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친환경적으로 놓아야한다고 역설했을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는 분명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지금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목적이 없다. 수질 개선, 홍수 예방? 이거 다 같다 붙인 것이다. 국민들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다. 아마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못된 사업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향후 녹색연합은 언론계, 정치계, 학계 등을 통틀어 `4대강 파괴 인명사전`을 만들어 기록할 계획이다.
▲ 박 : 당연히 도로는 떠오르는 사업이었다. 그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도로를 만드는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또 하나는 자동차 산업이 맹아기를 넘어 서서 확대되기 직전이었다. 그런 역사적이고 산업적인 측면에 부흥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지금 4대강 사업의 목적은 홍수예방, 물류, 수질개선 등인데 이런 것들이 과연 적합한가, 라는 것을 봐야 한다. 그 목적들은 전혀 적합하지 않다. 아직까지 물이 부족해서 제한급수 한 적 없다. 하천이 오염돼 제한 급수를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물 확보? 의문이다. 현재 물이 부족한 곳은 산간 지역이다. 물 부족한 곳이랑 전혀 연관이 없다.
지금 우리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 논리도 없다. 낙동강 보를 고정시켜놓고 논리를 개발하라고 윽박지르니까 논리가 개발될 턱이 없는 것이다. 답답할 따름이다.  

- 얼마전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민주주의를 이룩하려면 경제성장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 황 : 근본주의자 입장에서 본다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경제성장을 하려고 할수록,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독재가 아니면 안된다. 박정희 시절 경제성장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도 독재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경제성장이 선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민주주의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경제성장이 과연 행복한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다분히 심리적인 문제지만, 자신의 욕망을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의 지금 욕망은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심리로 표출되고 있다.
만약 누군가 지금 경제성장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면 아무도 동의하는 사람이 없고 미친 사람 취급 할 것이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 자체가 미쳤다고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성장을 멈추고 욕망을 줄일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실 책임 있는 지식인들이 해야할 소리인데, 사회파괴자, 반체제자라고 낙인찍히는 게 두려워 현 정권에서는 함부로 입을 못 벌린다. 독재정권과 비슷한 이 시기에 반대되는 소리를 할 지식인이 어디 있겠나.
▲ 홍 : 급진적인 주장이다. 성장과 관련해서 40년 전부터 제로성장론 류의 담론이 제시됐었다. 자원부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확대성장을 멈추고 기존 상태를 유지하면서 줄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타당하기는 하지만 실현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지속가능발전으로 바뀌게 되었다.
지금 완전히 성장을 멈추거나 줄이면 대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성장의 크기를 줄여나가면서 성장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모적인 성장이 아니라 순환적이고 보존적인 성장을 해야 한다. 자연자본주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연적 성장, 자연적 개발이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이와는 정 반대로 자연을 파괴하면서 성장을 확대하려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 최 : 70년대부터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현재와 같은 성장 중심의 방식으로는 인류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돼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도 `녹색`이라는 변칙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토목사업을 통해 경제 성장을 하겠다고 난리다. 다른 도덕적 가치, 민주주의 등이 후퇴할 것을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성장 시켜준다고 뽑아놨더니 아니나 다를까 민주주의는 20년 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맹목적인 경제성장만을 추구하면 민주주의는 거꾸로 갈 수밖에 없다.

- 인류는 환경을 적당하게 파괴해 오면서 발전해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환경파괴는 숙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 황 : 그게 `정도`의 문제다. 인간이 먹고살려면 어떻게든 파괴한다. 다른 생명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가령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고 사는데, 토끼의 씨가 마를 정도면 호랑이도 죽게 되는 것 아니겠나.
인간이 지구에 발붙여 있는 것 자체로 자연적 존재이니 자연의 법칙을 어기면 멸종할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20세기 산업 문명은 그 정도의 한계를 넘었다. 생태학적으로 이미 20∼30년 전에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지금 개발에 의한 자연훼손을 축소시키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서 대폭발하게 돼 있다.
▲ 홍 : 일찍이 19세기 프랑스 작가 샤토브리앙은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한계라는 게 있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자연은 파괴되고 인간문명도 무너지고 만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문명 등을 보라. 결국 멸망했다.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서 무분별하게 개발했다가 문명 자체가 망한 것이다.
생태문제는 지구적 차원의 문명의 위기다. 지금까지는 지구의 자연이 회복될 수 없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바꾸고 고쳐야지. 적당히 파괴? 이것은 자살의 논리다.
▲ 최 : 유럽의 경우 200년 전, 한국의 경우 70년 전만 하더라도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문명을 발전시키지는 않았다. 과거의 우리 선조들은 뒷산의 나무 하나 건드리는 것도 어려워 했다. 삼신에게 재를 지내고 땅을 팠다. 주변의 나무 하나, 돌 하나 건드리는 것도 두려워한 것이다. 꼭 필요한 것만 했다. 자연생태계와 공존하고 순환시키는 구조를 늘 의식했다.
그런데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물질들이 만들어지고 소위 말하는 자본주의가 창궐하면서 인간의 욕망은 고삐가 풀려버렸다. 반성과 대안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 박 : 경제학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했다면, 다른 좋은 것을 보존하기 위한 비용도 거기 포함돼야 한다.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환경을 파괴할 때, 그 환경이 결코 무한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진다면, 경제성 평가에 있어서 달라지지 않을까. 

-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발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나.
▲ 황 : 삶의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생활방식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욕망을 줄여야 한다. 소박하게 사는 삶의 방식을 사회적으로 권장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귀농을 장려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미 소비생활에 적응이 돼서 사회전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우리사회의 주류들은 이런 생활을 생각 안한다. 그러나 풀뿌리 차원에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면서 고민하고 있어 대안이 되길 기대해본다.
▲ 홍 : 개발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독일의 강 복원사례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몇몇 댐들을 없애야 하고 한강의 콘크리트 제방을 없애야 한다. 주변 환경을 생태적으로 복원시켜야 한다.
▲ 최 : 이명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다. 국민들의 약간은 감춰져있던 욕망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통해 드러났다. 국민의 가치관이 여전히 성장중심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자신의 집값이 올라야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허구헌날 10년 뒤 부자되시라는 광고를 틀어댄다. 이런 사회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넘어서는 자연과의 조화, 건강한 삶, 행복이라는 화두가 더 대접받아야 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선 녹색주의가 대안이 돼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 인간을 위해 자연을 수탈하는 방식은 멈춰져야 한다.
▲ 박 : 환경과 관련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계속 규제를 풀고 있다. 아파트 상한가도 푼다고 한다. 규제라는 것은, 환경과 자본이 충돌하게 되면 약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관리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자본이 환경을 파괴하면서 얻었던 이익(외부성 효과)을 다시 환경세 등으로 물려야 한다. 북유럽, 독일의 경우 제도가 잘 돼 있다. 우리사회도 이 정도 경제가 성장했으니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자본이라는 게 결코 간단치 않다. 틈만 있으면 치고 나와서 자기 특유의 이익창출을 도모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하겠지만, 이제는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가, 라는 점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그러면 경제성장 이면에 있는 환경훼손 문제도 자연스럽게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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