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엄마는 요리사!

어릴 때 장래 희망이 요리사였던 나. 물론 지금은 아니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또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할 때 요리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리는 그저 소꿉놀이 때처럼 내 맘대로 쉽게 이루어지는 줄만 알았다.

커오면서 느낀 거지만 우리 엄마 만한 요리사는 없다고 본다. 어릴 땐, 그저 항상 해주시는 음식이니까 맛있는지 어쩐지 생각도 안하고 그저 먹기에 바빴다. 하지만 커 가며 바깥 음식도 접하다 보니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엄마표 음식이 제일 맛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빠도 가끔 음식을 해주신다. 아빠가 처음으로 나에게 내미신 음식은 일명 `계란 떡전`….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친구들 몇몇이 집에 놀러왔을 때인데, 아빠가 간식을 만들어주시겠며 선뜻 나서셨고 그래서 탄생한 작품.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며 잔뜩 기대를 했던 우리들 앞에 놓여진 음식은 허걱^^ 말 그대로 계란 푼 것에 떡국용 떡을 넣어 프라이팬에 구운 것. 거기다 탔는지 약간 씁쓸한 맛까지 났지만 아빠의 성의를 생각해서 맛있다고 했다.



아마 그 때부터였을까? 이후 아빠의 요리는 갈수록 더 자주 식탁 위에 자리를 잡곤 했다. 게다가 갈수록 신비로움(?)의 강도도 더해갔다. 종류 불문, 맛 불문!!

그런데 중요한 건 아빠의 요리는 딱 한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것. 바로 잡탕이다. 주재료는 보이지도 않을만큼 파, 버섯, 멸치 등 다른 재료들이 잔~뜩 들어간 이름 모를 국에서부터 각종 찌개, 기타 등등에 이르기까지, 나중에 먹을 때 보면 식탁에 오르는 작품은 대부분이 잡탕이 되는 것이다. 국보다는 죽에 가까운…^^.

하다 못해 라면을 끓일 때에도 콩나물에 버섯, 파, 마늘, 고추, 해물 등을 왕창왕창 넣으셔서 라면사리보다는 야채가 더 많은 그리고 면도 잔뜩 다 불어터진 작품이 자랑스럽게 그 위용을 자랑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소리 "이거, 완전히 라면죽이네∼."

평상시에는 그렇게 좋아하고 잘 먹는 라면이지만 아빠가 만들어주실 때면 한 젓가락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물론 다이어트엔 최고겠지만…. 때문에 최근 들어선 웬만하면 라면을 끓일 땐 내가 직접 나서곤 한다. 물론 아빠와 서로 자기가 하겠다며 실랑이가 한바탕씩 벌어지곤 하지만, 요즘은 내 작품이 식탁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난 담백 그 자체.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 노력한다. 라면을 끓인땐 라면스프와 계란, 파, 마늘(이것도 아빠 때문에 최근에 추가한 것이지만)이 전부다.
 
내가 끓인 라면을 아빠와 함께 먹으며 "맛이 어때?" 하고 물어보면 "어, 맛있네∼"라는 어딘지 뒤가 켕기는 아빠의 어정쩡한 답변에도 불구하고 난 라면 끓이는 솜씨 하나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나의 요리 솜씨는 엄마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엄마는 아빠와 나의 입맛을 고려해 가면서 너무나도 요리를 맛있게 하신다. 못 만드는 게 없지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가장 자주 만들고 또 그만큼 아빠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네가지. 하나는 아귀찜이요, 두 번째는 묵은지를 통째로 넣은 감자탕, 그리고 얼큰한 닭볶음탕, 마지막으론 조개국수다.


#왕장금 울엄마와 나. 재작년 동해안 걷기 여행때 거진항에서 찍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아귀찜! 언뜻 봐도 집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음식이란 생각. 하지만 엄마는 언제든 내가 먹고 싶다고 하면 냉동실에 보관돼 있던 아귀에다 콩나물에 미나리까지 넣어서 맛있게 해주신다. 매콤하면서도 입에서 살살 녹으며 착착 감귀는 아귀살의 부드러움, 그리고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과 향긋한 내음의 미나리 맛. 지금 생각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일 정도다.

묵은지를 넣은 감자탕도 엄마의 특작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엄마는 감자탕을 끓일 때마다 다른 야채 대신 묵은지를 사용하곤 했다. 요즘엔 식당에서도 이렇게 요리하는 집들이 많다는데 이거 혹 엄마만의 특허 작품을 허락도 없이 마구 남용하는 건 아닌지….

조개국수는 아빠의 강력한 코치가 작용을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시중에서 먹는 물국수의 경우 그냥 김가루와 야채만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집 국수는 많이 다르다. 아빠가 어렸을 적 바닷가에서 자랄 때 할머니가 해주신 데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 바로 깐조개를 삶은 물에 다시 국수를 말고 삶아진 조갯살은 양념으로 무친 뒤 고명으로 국수 위에 올리는 것이다. 이 국수 역시 어느 곳에서 먹어본 국수보다 맛이 있다.

엄마의 야심작 계란밥도 맛있다. 계란밥은 계란 푼 것 적당량에 밥을 넣고 야채 잘게 썬 것을 섞은 다음 소금 간을 해서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부치는 것이다. 얼마나 맛있는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이쯤 되면 이제 슬슬 입에 침이 고이고, 5분 전에 먹은 밥도 소화가 돼버리고, 슬슬 배가 고파온다. 이제 저녁 메뉴가 궁금해진다.

요즘은 밤 늦은 시간까지 공부방에서 과외를 하다보니 과외선생님께서 해주신 밥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스럽게 집에선 아침밥을 먹는 게 고작. 그래서인지  휴일만 되면 엄마가 분주해 지신다. 바로 자주 못발휘하는 요리 실력을 이때만큼이라도 발휘하려고 노력하시는 것이다. 요즘 왠지 휴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나도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서 가끔씩 해보지만 역시 요리는 결코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제일 잘하는 요리는 볶음밥과 라면, 고구마를 이용한 맛탕이다. 누구나 다 할 줄 아는 요리라지만 그래도 제대로 맛을 내기엔 나름 어렵다.(하하;) 항상 엄마가 만드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어서 내 나름 최고의 레시피를 전수 받았다고 자부하곤 한다. 가끔 실수도 하지만 어디가 어떻게 잘못 됐는지 엄마가 잘 지적해주시니 나의 요리 실력도 날로 발전할 것이다.(어쩌면 나만의 생각일 지도…;;)
엄마의 음식, 아빠의 음식, 또 나의 음식…. 맛과 모양에 관계없이 먹을 사람의 입맛과 건강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만든 것이야말로 최고의 음식이라 생각한다. 거기다 맛까지도 좋으면 환상이고 말이다^^. 아참, 제목에 왕장금이라고 붙여놓은 것은 엄마의 성이 왕(王)가이기 때문이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 님은 경희여중 3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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