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 넘나드는 혹한의 날씨, 찢어질 듯 날아갈 듯 신음소리 질러대는 천막…
영하 10° 넘나드는 혹한의 날씨, 찢어질 듯 날아갈 듯 신음소리 질러대는 천막…
  • 승인 2010.01.0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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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교조·공무원노조 정부 탄압 반발 무기한 노숙 농성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 자하문 고개를 넘은 북풍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빌딩을 휘감아 돈 뒤 정부중앙청사 뒤편 손바닥만한 천막을 강타했다. 정부중앙청사의 태극기처럼 찢어질 듯 날아갈 듯 신음소리를 질러대는 천막. 영하 10°를 넘나드는 혹한의 날씨, 이 천막 안엔 노조원들이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노조원들이다. 자신들에 대한 정부 탄압 중단과 부당징계 철회 등을 요구하며 정부중앙청사 후문과 여의도 민주노총 천막을 오가며 무기한 노숙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후문 앞에서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두 노조는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불온시 하고 노조를 불법집단으로 취급하는 현 정권의 비이성적인 노조학살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일제고사` 반대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은 전교조 조합원들에 대해 내년도 전임신청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신문광고와 휴일집회 참가, 통합 총투표와 민중의례와 관련해 통합공무원노조 사무실을 폐쇄하는 등 탄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위원장 공백 유도… 전교조 죽이기"

교과부는 1월1일부터 전임 활동을 하겠다고 신청한 전교조 조합원 7명이 소속된 시 도 교육청에 `전임 금지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일 보냈다. 7명 중에는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선출직으로 당선된 정 위원장의 임기는 1년 정도 남았지만 전임자 자격 신청은 1년마다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정 위원장은 지난달 말 경기도교육청에 전임신청을 했다.

교과부는 정 위원장이 전교조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 전임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상곤 도교육감이 소속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거부해 정 위원장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는 않았지만 형사처벌 대상에 올랐기 때문에 징계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정 위원장의 기소와 관련해 지난달 16일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농성을 벌이던 김현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교과부의 목표는 정 위원장을 끌어내리려는 데 있다"고 잘라 말했다. 교과부의 방침이 현실화될 경우 전교조는 위원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노조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며 최악의 경우 `전교조 해체설`도 제기될 수 있다는 게 김 수석부위원장의 설명이다. 

 


한편 전임 여부에 대한 허가권을 갖고 있는 경기도교육청 내 기류는 교과부와 다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정 위원장을 아직 징계위원회에 회부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 교원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징계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전임 자격이 있다는 취지로 해석돼 교과부의 지침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교과부가 징계를 받은 교사의 노조전임 신청을 불허한다는 입장과 관련해 김 수석부위원장은 "교원노조법을 악용한 것"이라며 "노조법상 전임허가규정은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 허가하는 것인데 시국선언 징계를 빌미로 전임허가를 금지하겠다는 것은 노조의 자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이며, 전교조 활동을 마비시키려는 치졸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일제고사 선택권을 주었다는 이유로 14명의 교사들을 교단에서 쫓아냈으며, 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사무실과 금융계좌, 이메일 압수수색에 이어 파면과 해임 등 전교조에 대한 탄압도 자행하고 있다"며 "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노동탄압을 넘어 노조말살정책이자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학살 정책"이라고 단정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이어 "행정안전부는 `정치지향적`이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여 집단이나 단체의 명의로 국가정책에 의견 개진을 못하도록 공무원 복무 규정을 불법적으로 개정했고 나아가 10년 동안 문제없이 진행돼 온 조합비 원천징수까지 제한했다"며 "이는 노사간 자율교섭 원칙을 무시한 부당노동행위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확대를 막고 재정까지 고갈시키려는 치졸한 작태"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탄압 헌법에 위배돼"

지난달 1일 새벽, 경찰은 공무원노조 중앙사무실과 서울본부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공무원노조의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선전물이 타깃이었다. 100만장 이상 전국에 배포된 대국민 선전물의 내용은 `공무원 100만이 말할 수 없다면 잘못된 정부정책과 공직 부정부패 등에 눈감을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척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등의 활동을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이와 더불어 휴일집회 참가 등의 이유로 17명의 노조간부가 해고되는 등 대량 징계를 받았다. 통합을 둘러싼 공무원노조 총투표와 민중의례 역시 탄압의 대상이었다. 정부는 30명의 간부 징계를 요구했고, 합법적으로 설립준비 중인 통합공무원노조 사무실을 폐쇄하는 등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전교조와 공동 투쟁을 벌이고 있는 차영순 공무원노조 정책실장은 "정부는 부당한 압수수색을 단행했지만 사실 우리는 무엇 하나 감출 것이 없다"며 "11월 8일 집회와 대국민 선전물은 이미 공개된 사항이어서 우리가 부인할 내용도 없고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압수수색까지 해야 할 사안인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는 "설령 법위반 사실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진행된 사항인 이상 형사소송법에 따라 충분히 시시비비를 따질 수 있음에도, 아무런 사전예고도 없이 2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명백한 공권력의 남용"이라며 "이는 노조를 말살시키겠다는 의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차 실장은 "정부가 압수수색으로 공무원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공무원노조의 정당한 목소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심각한 착각"이라며 "최근 철도노조의 합법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탄압 기조를 보건데, 이러한 편협한 노사정책과 노조탄압이 어떠한 파국으로 치달을 지에 대해 정부는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국 100만 공무원노동자의 단결과 통합의 선두주자가 될 것을 선언하고 출발한 공무원노조는 이제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으로 바로 서는 공무원노조로 거듭날 것"이라며 "정부정책에 공공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는 잘못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 공무원노조, 공공행정을 강화하고 국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 공무원노조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1일 `공무원의 민노총 임원 투표 참여 등 금지 협조` 공문을 각 기관에 하달한 바 있다. 공문의 내용은 공무원노조 사무실의 투표소 설치 자체가 공무수행과 무관한 민주노총 임원 선거를 위한 것이라며 각 기관이 이를 금지하고 투표 참가한 공무원에 대해 엄중 문책하라는 것이다. 또한 민간노동단체 주최의 정치성 집회 참여가 공무원 복무 규정 위반임을 소속 공무원에게 주지시키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차 실장은 "설립 신고서를 제출한 노동조합이 소속된 연합단체의 임원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공무수행`과의 연관성을 들먹이며 금지를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한 개입에 해당된다"며 "투표 참여를 이유로 징계한다면 이는 불이익 처우의 부당노동행위가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무원도 국민으로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민간노동단체가 주최하는 정치성 집회`에 참가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은, 공무원 개인이 직무수행과 관계없이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도 참석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개정된 복무규정의 `집단, 연명, 단체의 명의 사용`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차 실장은 "과도한 법령 해석과 그 적용으로 `일단 걸어놓고 보자`는 식의 공무원노조 탄압은 정부가 강조하는 법과 질서도 아니다"며 "행안부의 조합 활동 개입은 단협에 보장된 조합 활동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면서 공직사회의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탄압이 거세질수록 두 노조는 희망이 되는 노조, 국민과 함께 하는 노조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전교조와 전공노는 정부에   부당징계 및 검찰기소 철회   공무원보수규정과 복무 규정 철회   공무원노조 합법적 설립신고 즉각 수리   전교조 전임자 허가 불허지침 철회 등을 요구했다.



두 노조는 농성에 이어 노조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공무원보수규정과 복무규정에 대한 위헌소송 제기, 노조 설립 및 전임자 불허에 대한 취소 소송과 해당 장관 고발도 함께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정부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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