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사람 잡는 대학 등록금: 전문가 지상토론회-1

토론참석인사: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박정원 상지대 부총장 겸 경제학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겸 성공회대 교수, 정봉문 교육과학기술부 학생학부모지원과 서기관 (가나다 순)

 

그동안 대학들이 가계소득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등록금을 인상해 학부모들의 부담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국공립대의 평균 등록금 액수는 2004년 266만원에서 올해 386만원으로, 사립대는 546만원에서 708만원으로 각각 늘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과도한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해 학교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매년 물가의 곱절로 치솟는 등록금을 통제하지 않은 채 학자금 대출로 해결하려는 것은 학생들에게 빚만 잔뜩 지우는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꼬집는다. 따라서 영국과 독일, 호주 등에서처럼 상한제를 두어 고삐 풀린 등록금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클리서울>은 등록금 폭등과 관련해 각계 인사들과 지상토론회를 가졌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박정원 상지대 부총장 겸 경제학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겸 성공회대  교수, 정봉문 교육과학기술부 학생학부모지원과 서기관 등이 토론회에 임해주었다. 

- 대학 등록금 인상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봉문(이하 정) : 가장 큰 요인은 그동안 정부가 고등교육 재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국립이 많은데, 한국의 경우 아무래도 사립이 많다보니 이런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립대학은 89년에, 국공립대는 2003년에 등록금 자율화조치를 했다. 원천적인 원인은 아무래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대학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범위는 많이 축소된 면도 있다. 이런 가운데 IMF까지 겹치면서 기업체와 마찬가지로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학의 질을 제고해야 했다.
국가 경쟁력이 대학 경쟁력 아닌가라는 성토가 만연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우리 대학이 세계 100위권에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교수 학구열도 높여야 했고 학생들의 장학금 등 복지 유치에도 앞장서야 했다. 해외 우수 석학들을 유치하는 일도 시급했다.
`BK 사업` 등을 통해 학교에 투자를 많이 했다. 동시에 부대조건, 평가지표 설정할 연·고대나 지방 거점대학들에게 투자를 많이 했다. 일종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궁색한 변명일 수 있지만, 이런 가운데 서울대가 세계 100위권에 들어갔다.
  안진걸(이하 안) : 요인은 없다. 대학들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국가의 재정지원을 문제삼는다. 자신들이 충분히 운영할 수 있음에도 등록금을 꾸준하게 많게는 10% 안팎으로 올려왔다. 대학발전에 투자한다, 경쟁력을 제고한다, 라고 하지만 실제로 경쟁력과는 무관한 행위를 일삼고 있다. 대부분 적립금으로 쌓아놓는다.
사립대학교는 전체 7조 가량을 적립금으로 쌓아두고 있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재단이나 학교만 배를 불리고 있다. 건물을 재보수하거나 짓는 것에 쓰여진다고 하나 안쓰고 쌓아놓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 돈으로 투기했다가 손해보면 등록금을 인상하기도 한다. 대부분 대학들이 등록금이 인상되면 적립금도 자연스레 인상된다고 보면 된다.
  박정원(이하 박) : 원래 대학교육 분야라고 하는 게 생산성이 사회 일반에 비해 굉장히 늦다. 공연의 예를 들어보자. 만약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를 30분에 걸쳐 공연한다 가정한다면, 4명이 30분에 걸쳐 무조건 투입돼야 한다. 이러한 생산성과 관계시켜볼 때, 여기서 교육은 특수한 상황에 놓인다. 곧바로 무엇인가를 생산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성이 늦게 상승하기 때문에 비용(등록금)이 올라가 보이는 측면이 있다. 학생들 하나하나 수업에 임하는 것은 향후 높은 생산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이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대학간 경쟁력 때문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합당하다. 교수 영입과 새 건물을 지어야 하는 문제들이 그 중심에 있다. 최근에 국제화를 추진하다보니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있다. 학생에 대한 서비스 제공 증가 등도 인상요인이다. 사립대학이 지나치게 적립금을 쌓아놓는 문제 등도 대두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투명하게 쓰이고 있다고 판단된다.(웃음)
  노회찬(이하 노) : 인상분을 학생들에게 거의 전적으로 부담케 하는 것이 문제다. 사립 대의 경우 재단이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이 필요한 부분을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재단 적립금이 전체 수입의 57% 가까이 된다. 국공립 대학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물가 인상률의 3배까지 등록금이 뛴다. 학생들 돈으로만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비롯된 것이다.
또한 사립대학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전체 대학 중 80%가 사립대학이다. 그래서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너무 적은 것이다. 정부에서 국내총생산(GDP)의 7%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이행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등록금을 지불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뚜렷한 성과가 없는 듯하다. 취직이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정 : 복합적인 판단이 작용한다. 현재 대학 취업률을 보면 정규직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실제 노동시장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나고 있고, 분명 이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대학은 지역사회와 주변 상권과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볼 필요도 있다. 더딜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대졸생들의 공급과잉 부분을 줄여갈 수 있는 방안에 있어서는 검토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서는 현재 사립대를 줄이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그래서 공시제도를 도입한 게 아니겠나. 취업률을 공시하고 있다. 현재 이런 부분들이 학부모들이나 예비 대학생들한테 오픈 돼 있다.
정부의 전략을 단도직입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어떤 학교 어떤 과에 가면 취업이 잘 되는구나, 저기는 1인당 교육비가 어떻구나, 등록금은 어느 대학이 더 저렴하다, 등의 얘기들이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를 오가면서 공시제가 제대로 자리잡는다면 능력 없는 사립학교는 자연도태 되는 구조가 만들어 질 것이다. 자연스레 퇴출경로가 마련 될 것이다.
  안 :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불하면 곧 대학 등록금이 기다리고 있다. 등록금을 지불하면 청년실업이 기다린다. 대학생들은 당연히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대졸생과 대학을 가지 않은 이들간 월급이 크게 차이가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월급차를 해소시키지 못하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박 : 취업이 안되는 것은 대졸자들에 대한 노동시장의 수요가 부족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선진국의 교육시장이라면 많은 수업료를 내고 공부를 했는데 취직이 안될 경우, 대학의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동시에 대학에 들어가는 수도 감소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우리도 들어가는 수가 감소해서 다시 취업률이 늘어나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렇지 않다.
  노 : 1976년에서 2007년까지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이 기간 동안 대학 등록금이 30배 정도 올랐다. 월급의 경우 대졸자는 16.7배, 고졸자는 10.8배 정도 늘었다. 이 하나만 봐도 그렇다. 대학을 왜 졸업해야 하는 의문이 들면서도,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현실의 문제가 크다. 대학을 무조건 가야 하는 이유는 학력에 대한 임금격차가 큰 것에서 비롯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학 가는 비율이 80%를 넘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비율이다. 그렇다고 대학이 사회적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졸업생들이 무조건 취직되는 것도 아니다. 비용 부담은 커지고 취직은 잘 안되고 있다.
지금 우리의 대학은 학문의 장이라기보다는 돈을 버는 사업체로 전락했다. 이제 대학을 학문과 기술 연마에 치중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학을 안나와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수없이 많다.  영업사원도 대학을 나와야 하는 이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대학이 등록금을 과다하게 책정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녀를 무조건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정 : 누가 봐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명문대에 대한 열의가 생길 수 있다. 사회교육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다. 이런 점은 현재 노동시장과 교과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한편에서는 유럽 선진국 모델을 들고 나오지만, 우리나라를 유럽 선진국과 비교하기에는 이르다. 옳은 방향이기는 하나 여건이 맞지 않다. 초중등부터 대학까지 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립대도 말이 국립이지 사실 `준국립`에 가깝지 않은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고등교육에는 상대가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식 경쟁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안 : 대학은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다. 그게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당장 취업은 안되지만 대학이라도 나와야 언젠가 무엇을 해도 순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이 사회가 조성하고 있다. 물론 앞서 논한 대졸생에 대한 우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박 : 대학에 가도 답이 안나오는데, 취업이 안되니 대학은 더 가야 한다는 모순이 생겨나고 있다. 노동시장과 교육 시장의 모순이다. 교육열이라고 하는 게 전반적인 교육의 발전과 경제발전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반면 이 때문에 학력간 임금격차, 또한 사회적인 대우의 격차가 너무 커져서 이제 대학을 가지 않으면 취업은 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너도나도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나타나는 결과가, 학력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청년실업율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교육이 부실해지는 그런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으로 낭비되는 측면이 있다.
우선 학력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여러 가지가 가능하다. 한국사회에서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이력서 등에서 학력 기재 란을 없애야 한다. 언론들도 걸핏하면 누가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둥의 보도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몇 명 보냈다는 선동적인 보도도 자제해야 한다.
  노 : 학부모들의 교육열로 책임을 전가시키면 안된다. 학부모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는가. 현실적으로 안되니까 그러는 거 아닌가.
유럽 사회에서 미용, 요리, 패션 등은 고등학교만 나와 기술학교만 가도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무조건 대학을 가야하고 유학까지 다녀와야 한다. 외국에서 고졸생들이 하는 것을 우리는 대졸생들이 거기 가서 배운다.
자연히 우리나라 고교생은 왜 안되는가, 라는 의문이 발생한다. 사회적으로 자꾸 학벌로 사람을 뽑거나 승진시키는 행태를 개선시키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다.
교육개혁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대개 보면 대학 규모만 키우는 데 급급했다. 아무나 대학 가는 사회로 만들어 놓았다. 이제 학생들은 공업고등학교를 안가려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더라도 절반 이상이 대학을 가려고 한다. 실제 필요한 기술인력들을 못 만들어내는 것이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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