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2010년 벽두 사각지대의 사람들: ‘지상토론회’ 언론의 역할-1

 

토론참석 인사: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최문순 민주당 의원 (이상 가나다 순)

 

2009년 한해 한국 사회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 미디어법 파행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의 중심에 섰어야 할 언론의 역할과 관련해선 많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임에도 대부분 언론들은 애써 외면하기를 거듭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자본화되면서 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언론사의 이익과 부합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철저히 배제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러한 패턴이 더욱 눈에 띄고 늘었다는 분석이다. <위클리서울>은 언론과 관련된 각계 인사들의 입을 통해 지난 한해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2010년에 대해서도 전망해 본다.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최문순 민주당 의원(전 MBC 사장) 등이 지상토론회에 임해주었다.




- 2009년 한해 수많은 사건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중요한 사건들임에도 이슈화되는데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투쟁중인 이들도 있다. 용산참사, 미디어법 파행 등 굵직굵직한 사태들을 제외한,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되는 몇 가지 사례를 꼽자면.

▲ 최문순 : 이슈 하나가 생겼다가 이슈가 자꾸 이슈를 덮는 형국으로 진행됐다. 하나도 정리 안되고 그냥 넘어간 경우가 많다. 사실은 다 이슈인데 모두 다 제대로 이슈화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사회복지 체제의 약화, 자살 등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파생되고 있는지 언론에서는 고집스레 파고들지 못했다. 복지 문제나 자살 등이 큰 이슈들과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같은 맥락 속에 포함된다. 사람들이 자식 낳기 싫어하고 죽고싶어 한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그 맥락을 각기 다른 것으로 보는 데 문제가 있다. 언론도 마치 다른 이야기인양 보도하는 인상을 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사회가 왜 이 모양인지 분석하는 지점이 없었다.

▲ 노중기 : 노인들 자살율이 최근에 굉장히 높아졌다. 농촌의 노인들 자살 실태, 그리고 그분들 삶의 조건들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하나는 청년 노동자들 문제다. 새해 봄까지도 취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98년에 겪었지만, 한번 취업이 안되면 경기가 풀려도 경쟁력이 높아져서 어려워진다.

청년들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 단지 등록금 문제 정도만 갖고 싸우니까 정부에서는 적당히 대응하고 언론에서도 적당히 취재하는 정도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 ‘청년유니온’과 같은 단체가 힘을 받으려면 끊임없이 보도가 이어져야 하지만 많이 가려져 있는 게 현실이다.

▲ 노종면 : 농민들 문제가 중요한 사안임에도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았다. 쌀값 폭락 문제는 적당히 넘어간 듯한 인상이다. 또한 2010년까지 이어질 사안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음에도 후속보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용산참사, 미디어법 등의 사안 자체가 굉장히 크고 진행 중임에도 특히 메이저 언론사에서는 크게 지적하지 않고 있다.

▲ 김성균 : 비정규직 문제에 여전히 소홀했다. 4대강, 환경 문제도 사실 소홀했다고 본다. 언론악법과 관련된 언론소비자 문제도 다시 다뤄야 한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게 언론악법이고 환경을 황폐화시키는 게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 용산참사의 경우 일각에서는 정․경 유착구조 때문에 언론의 후속보도와 심층취재가 부족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 최문순 : 그 문제는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며칠만 다뤄주면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된다. 심층보도 일주일이면 해결을 볼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흐지부지 되고 있다. 용산참사는 분명 생명에 관한 문제이고 사회 정의에 관한 문제이다. 다 그저 흐지부지 되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자꾸 보상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사적인 문제로 치환돼버렸다. 주거권, 인권, 권력남용 문제임에도 여전히 보상 문제로 지목된다. 이미 모든 메이저 언론이 외면해버렸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1년 동안 이런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수치이고 국가적으로도 수치이다. 노무현 정부 때 언론에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이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보면 별 문제 아닌 것도 엄청나게 크게 다뤘다. 인권감시 차원에서 그러했다. 그런데 지금은 와서는 거의 모든 사안들에 대해 현저하게 위축돼 있다. 언론이 자기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 노중기 : 우리 언론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중산층에 머물러 있다. 언론들은 용산참사와 같은 도시 하층민들의 삶에 애초부터 진지한 관심이 없다. 이명박 정부를 공격할 때는 주목했겠지만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별로 관심을 안가져 왔다.

예를 들면, 자영업자가 지난 금융위기 때 타격을 제일 많이 받았다. 자영업자가 줄어든 숫자를 보면 엄청나다. 대부분의 경우 망했다는 얘기 아닌가. 이런 부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데 언론에서 이런 부분을 별로 안 다루어 왔다. 재개발뿐 아니라 많은 사례가 있음에도 보도를 안한다. 한꺼번에 재개발하다 보니 집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광범위하지만 결국 정치적 쟁점이 부각될 때 공격한다.

▲ 노종면 : 메이저 언론들의 철거민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관점, 관심이 부족한 게 주원인이다. 나머지는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우리 사회가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취재 보도해야 함에도 언론 본연의 자세를 못 취할 때가 많다. 전념할 수 없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원인일 것이다. 이는 사회 전반의 정경유착, 정언유착 구조에서 비롯됐다. 이를테면 광고와 관련된 기사에는 소극적이다. 이런 부분들을 상시적인 언론운동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미디어법, 낙하산 사장 문제 등의 보도에서 봐왔듯 당장 극복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 김성균 : 진실보도가 어려운 이유는 거대한 권력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자, 공권력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있다. 진실보도 하는데 주춤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애써 외면하는 게 아니겠는가. 사람이 죽었음에도 진실을 파헤치는 걸 꺼려한다. 만만한 상대면 진실을 밝혀내겠지만, 용산참사 배후는 보통 상대가 아니다. 그래서 기자들도 외면하는 것이다. 대중의 힘으로 당장 밝히기 힘들다.

- 몇몇 사태들은 크게 이슈화되지 못하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대학 시간강사 문제는 대학 재단의 입김 때문에 메이저 언론들이 보도를 제대로 못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진보성향의 교수들 역시 이 문제를 함부로 거론하지 못한다.

▲ 최문순 : 언론은 대학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위축되지는 않는다. 언론이 대학으로부터 정치적 압력이나 광고를 받는 것은 크지 않다. 다만 다른 곳에 이미 이윤 논리로 다가가다 보니 크게 신경 쓸 틈이 없는 것이다.

물론 기자 개인이 개인적으로 지연, 학연에 딸려 들어가서 공익성을 잃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 개별적으로 동문을 보호하는 식 말이다. 전체적으로 언론이 수구 보수 반동에 장악돼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 노중기 : 지금도 기륭전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아주 극단적으로 싸우거나 주체들이 목숨 내놓고 싸워야만 보도된다. 그것도 보수적인 신문에서는 아주 짧게만 보도한다. 비판적 성향이 짙은 인터넷신문에서나마 일관되게 보도한다.

대학 시간강사 문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대학이 보수적이니 해결되기 힘든 것이다. 보수적인 것으로 따지자면 대학은 순서가 사법부 바로 밑이면서 ‘조중동’ 바로 위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대학도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에서 활동하는 교수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진보적인 분들이 의식적으로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하거나 모른 채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시간강사들 입장에서 교수들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진보적 교수 일반을 얘기하는 것은 과하다.

진보적인 교수들도 시간강사 문제 때문에 텐트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진보적인 교수들이 교수로 자리 잡았으니 시간강사와 이해관계가 다른 것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협소하게 보면 안된다. 시간강사 문제가 사회로부터 더 주목받아야 될 것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 노종면 : 방송들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게 원인이다. 주로 조직화하지 못한 게 큰 원인이라고 본다. 나머지는 워낙 올해 큰 사안들이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강사 문제도 전반적으로 이상과 같은 맥락이다. 시간강사 문제만 보더라도 기업으로 치면 노사 문제다. 사회적 약자, 노동자에 대한 현실이나 모순들을 보도하지 못했다. 이런 기본적인 부분과 더불어 대학 문제는 학연이라는 인적 네트워크 때문에 더욱 접근하기 힘든 것이다.

만약 고려대에 문제가 생겼다고 치자. 대학 입장에서는 고려대 출신 기자들과 언론사의 고위층에게 로비를 할 것이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올해뿐 아니라, 늘 있어 왔던 일이다. 현 정부 들어 기업과 대학 등 가진 측의 로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졌을 수 있다. 언론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봐야 한다.

▲ 김성균 : 언론에 광고를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다. 광고를 함으로서 효과를 창출하지만, 또다른 효과는 언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다. 사실 대학교 광고가 굉장히 많다. 그 광고를 통해 나름대로 언론에 입김을 발휘한다.

시간강사 문제? 당연히 보도 안된다. 보도되더라도 큰 성과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계산을 할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러한 논리가 먹히는 이유가 있다. 그래도 강사이니 어느 정도 배려를 하지 않겠느냐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보도를 해봤자 설득력을 못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힘도 없고 돈도 없는 사람이야 느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강사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보도 자체가 안 먹힐 수 있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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