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돼버린 언론, 이 사회의 약자들은 어디에 의지해야 하나
자본이 돼버린 언론, 이 사회의 약자들은 어디에 의지해야 하나
  • 승인 2010.01.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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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2010년 벽두 사각지대의 사람들: ‘지상토론회’ 언론의 역할-2

 

토론참석 인사: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최문순 민주당 의원 (이상 가나다 순)



- 쌍용차 사태 이후 많은 언론들이 해고 노동자들의 피폐한 삶에 크게 주목하지 못했다. 쌍용차 공장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던 당시에는 취재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공권력과의 대치 상태가 해결 된 후에는 남의 일인 양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인상이다.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극적인 사태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 최문순 : 언론은 국민들 편에 서서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해야 하는데, 이제는 감시가 아니라 자본 편에 서있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했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 노조가 쉽게 확 무너져버린 탓도 있지만 각 언론사들이 여론을 한쪽으로 몰아버렸다. MBC도 마찬가지다. 87년 이후 다시 언론이 장악돼 감으로서 여론의 주도권이 한쪽으로 몰려버렸다.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메이저 언론들이 편향적이다.

▲ 노중기 : 자극적인 것을 보도하는 게 언론의 영업 방침이다. 이목을 끄는 효과가 있다. 대중들 입장을 읽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보면, 쌍용차 파업, 철도 파업이 보도되면 많은 대중들은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은가? 저 사람들 또 파업한다, 라고 낮추어 본다. 그리고 불만감을 내비친다.

방송의 보도 태도는 노동자 편인 것처럼 보일 뿐, 실제 대중들이 느끼기로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야기할 따름이다. 대중들은 그 사람들이 싸우면 사회가 혼란스럽고 위험해진다는 태도라고 본다. 그들이 진압되었을 때 보도 안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쌍용차 노조뿐 아니라 철도 노조도 마찬가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자들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한 마디로 ‘가식’이었다.

▲ 노종면 : 노동운동의 관점부터 파악해야 한다. 복잡한 사안이다. 투쟁을 단시간에 크게 이끌어내기 힘든 점들이 있었다. 쌍용차 투쟁에 대해 노조 전체, 민주노총 전체 차원에서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크다. 아직도 진행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것들을 요구하기에는 좀 이르다. 앞으로 쌍용차 사태와 유사한 사례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안들이 추가 됐을 시 언론보도도 힘을 받을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다. 원래 언론이란, 무슨 사태가 터졌을 때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이슈 이후의 상황들을 짚어낼 때도 진짜 모순이 무엇이었는지 시청자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이 안되고 있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금씩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다. 언론 스스로 반성해야 하고 보도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그런데 더 나빠지고 있다. 특히 YTN의 경우는 쌍용차 사태 ‘돌발영상’ 때문에 기자들이 정직 당하고 대기발령 나지 않았나. 각 언론사마다 사안이 다르겠지만 지금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예전부터 있었던 구조적인 악습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 김성균 : 이슈는 계속 터진다. 이슈가 터지다 보니까 언론들이 한 이슈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진실을 보도하려는 자세보다는 새로운 이슈에 주목하는 경향이 짙다. 이슈에 대해 뒷마무리를 못해주는 우리 언론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 언론이 속 시원히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방송사가 심층보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프로그램은 대부분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에 편성된다.

▲ 최문순 : 4대강 같은 경우,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장애인 예산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예산 등이 깎여나가는 변동이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 지금 거의 대부분 언론들의 심층보도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게 누적되면 올해는 사회 문제가 현저하게 나타날 것이다. 사회 안전망이 붕괴될 수 있다.

▲ 노중기 : 직접적으로는 정치적인 문제다. 언론사들이 정치권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문제다. 또한 본질적으로 방송사들은 모두 기업이다. 기업주이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득이 되는 문제에 기대지 않는다. 그런 보도 역시 방송 시청률을 높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 노종면 :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구조화되면서 자본에 예속돼 가고 있는 것의 반증이다. 광고주로 표현될 수 있는 자본의 힘에 의해 소외계층, 취약계층에 대한 보도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실은 국가적인 정책 차원에서 언론 정책을 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종속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현 정권 내에서는 이런 기능이 더 강화된 상태다. 지금 후속보도나 심층취재가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에 배치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배치돼 있던 프로그램도 기능을 잘 하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어렵다. 언론사 별로 각 사안에 대해 보도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한 언론 문화가 정립돼야 한다.

언론노조에서는 보도투쟁이라고 이름을 붙인, 주요 언론사마다 방송이나 자사 보도를 감시하는 제도들이 있다. 공정방송위원회, 보도위원회 등을 강화시켜야 한다.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운동이 강화돼야 한다. 내년부터는 이 운동이 본격화 될 것이다.

▲ 김성균 : 두 가지로 생각된다. 우선 사회적 약자와 강자에 대한 문제다, 강자는 힘이 있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다. 약자는 영향력이 약하다. 언론은 공정보도 이전에 광고주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은 가진 자들을 대변하다보니 건전한 언론 세력마저도 약자들을 대변하기 힘들다.

그리고 약자든 정상적인 사람이든 자기의 토대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자기가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강자의 논리를 받아들이거나 강자를 지향하다보니 약자를 외면하고 무시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약자에 대한 사실보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 미디어법 개정안이 본격 적용될 경우 약자에 대한 외면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최문순 : 구조적으로 이미 보수 일색이다. 앞으로 새로운 방송사들을 허가한다고 한다. 이념적 편향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체제 자체가 굳어진다. 볼만한 일간지는 한겨레, 경향 이외에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 정책 수립을 시행하는 게 어려워진다. 자연스럽게 사회적 약자를 버리게 되는, 강자 독식 사회를 더욱 강고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 노중기 : 그것을 아무도 제재 안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약자는 보도 안돼도 좋다고 생각하는 언론 내부의 문제다. 최근 KBS 사태를 보라. 언론 종사자들 중에 가장 엘리트 집단들일텐데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다. 최근 사태에 대해 KBS 구성원들은 스스로 용인할만하다, 수긍할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떠난 분들 같은 경우 약자를 위한 언론인의 삶을 사신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사회가 전체적으로 양극화되듯 메이저 언론사들도 스스로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

▲ 노종면 : 자본에 대한 예속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금의 미디어법 통과는 치명적이다. 실현될 경우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보수정권 하에서 그런 예속화가 피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 정권이 추진하는 미디어법은 너무나 지나치다.

결국 사회적인 합의나 대안들을 마련해 나갈 수 있는 시간, 공간조차도 마련하지 못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정당한 토론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반대하는 쪽에서 무조건 막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정권이라는 것은 한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은 10년, 30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을 아무런 사회적인 합의나 토론 없이 진행하고 있다. 정권에서는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법이 현실화돼서 법안대로 재편이 된다면 필연적으로 약자들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상위계층, 재벌, ‘조중동’ 세력들이 매체력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재벌이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으면 자기한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기 어렵다. 앞으로 상황은 안봐도 뻔하다.

▲ 김성균 : 조중동이 신문의 70%를 장악한 것만으로 폐해가 엄청나다. 왜곡․허위 보도, 일방적인 정부 옹호, 1% 기득권자를 위한 억지논리가 아직도 판을 치고 있다. 지금보다 파급력이 더 큰 방송에 이런 행태가 이어지면 폐해가 더 심각해 질 것이다. 부도덕한 정권과 결탁할 수밖에 없고, 그 폐해는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남들이 걱정하는 게 현실화되고 있다. ‘조중동’이 방송까지 장악해서 정권과 결탁한 후, 영구집권을 하려는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은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하는 순간에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부터 불매운동의 표적이 될 것이다. 또한 해외 언론의 광고를 통해서도 ‘조중동’의 폐해를 알릴 것이다.

- 언론 전반적으로 폐해가 크다는 지적 일색이다.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최문순 :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는 협상을 해도 안되고, 저항을 해도 안된다. 속수무책이다. 차기 정부에서 대반격을 해야 하는 노력들을 지금 민주세력이 해야 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도 어려울 것이다. 저쪽이 너무 압도적이다. 언론, 의회, 행정 모두 다 장악하고 있다. 중간 계층도 보수화되고 있다. 암흑의 시기다.

▲ 노중기 : 획기적으로 바뀌기 힘들다. 언론의 역할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 종사자들마저 언론 시장에서 양극화되고 있지 않는가.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양호한 부분에서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더 넓게 보면 우리 사회 전체와 관련돼 있다. 언론의 양극화 현상이 사회양극화와 상응한다.

KBS를 욕한다고 될 것도 아니다. ‘조중동’을 비판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KBS 사장을 받아들이느냐, 안받아들이느냐, 이런 문제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세팅자체가 잘못됐다. 직접적인 대응책은 별 의미가 없다.

공적 기구들에 압력을 가해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 크게 바꾸려면 사회운동, 언론운동 등이 하나의 큰 힘으로 뭉쳐져야 한다. 결국 노동조합 운동이나 진보정치 세력들의 기본바탕을 바꿔야 된다.

▲ 노종면 : 언론 본연에 대한 사회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먼저 언론인들의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올바른 사회운동 진영에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보도를 위해 대안 언론들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메이저 언론들의 타락을 늦춰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진보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대체력이 필요하다.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 모든 언론들이 자본에 예속됐다. 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언론의 공공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앞으로 그런 움직임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지만 분명 세계적으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거꾸로 가고 있다. 외국 언론들의 변화에 대해 한국도 영향 받을 것이라고 본다. 일차적으로 이명박 정권 전반기에 힘으로 밀어붙여 별 수 없었지만 하반기에 들어가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디어법은 어차피 헌재 결정이 위법하기 때문에, 언론노조 차원에서 각 언론사별 보도내부투쟁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 내부투쟁이다. 다른 거창한 전술이나 전략은 솔직히 모르겠다. 언론사 내부투쟁이 현실적인 투쟁이라고 믿고 미디어법 재논의 과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 김성균 : 도덕적인 얘기다. 인간 사회가 약육강식의 논리로, 과도한 경쟁체제 아래 놓여지게 되었다. 이제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사회적 약자도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사회가 통합되면 사회 마이너스 요인에 대한 투입이 없어지기 때문에 사회가 더 건전하고 풍부해진다. 갈등이 없어지기 때문에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는 믿음이 퍼져나가게 된다. 그것을 실천하면서 더 큰 틀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라는 게 개인의 능력이나 부도덕에 의해 생긴 게 아니다. 상당 부분은 구조적인원인에서 약자가 된다. 결국 그것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정리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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