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천성산 지킴이 지율스님의 낙동강 순례길에서


우리가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는 이 길은 우리 조상님들이 오랜 옛적부터 걸어왔던 길이며 미래에 올 아이들에게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곳입니다. 이러한 곳은 그렇게 쉽게 손을 대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 이곳을 흩트리려 합니까.

그리 멀지 않은 날, 이 아이들이 자라서 이 강가의 모래가 어디로 갔느냐고 물으면 그때 당신은 모래 판 이야기를 하시렵니까?




이 아이들이 묻습니다. 사람들이 왜 강을 파헤쳐요? 어머니는 위험한 곳에서 결코 아이의 손을 놓지 않습니다. 지금 정부가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자연에 가하는 폭력에 대항하는 방법은 우리가 잡은 손을 놓치 않고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움직이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상주와 안동, 영주 등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두 번의 물길순례를 함께 했습니다.




이제 그 뜻을 이어받아 1박 2일의 순례길을 매주 토, 일요일 정기적 프로그램으로 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뜻이 지극하고 견고하면 설령 그들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하여도 결실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비록 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서라도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악인이라도 결코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며 열의 눈이 지켜보고 있으면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순례길의 동참을 부탁드리고 활성화 시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http://cafe.daum.net/chorok9)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

어제부터 비가 계속 내려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진종일 컴을 안고 있습니다. 카페도 뒤적거리고 홍보용지도 만들고 여기저기 전화도 넣고….

오전에는 마을 이장님께서 다녀가시고 오후에는 면의 파출소 소장님이 다녀갔습니다. 주인아저씨 말씀이 상주시청에서도 전화가 계속 오고 경찰서에서도 연락이 온다 하십니다. 문득 그분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 내 머리 속에 가득 들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모르는 힘이 내게 있어 이 사업을 완전히 돌려놓을 수 있었으면….


#풍산면 마애리 미륵좌상


현장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격앙되어 음성이 높아집니다.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장에 서면 이미 온몸이 하나의 칼날처럼 긴장되어 누가 말을 붙이기만 해도 울컥해지는 것입니다.

수월스님께서는 ‘단 한번 진심 때문에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던 신통을 잃으셨다’시며 수행자들은 원망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고 오대산에서 공부 할 때 늘 말씀하셨습니다. 공부길에서 마음이 멀어져 슬픔도 분노도 나의 살이 되어 갑니다. .

침묵이 물처럼 흐르는 곳

지난 주말 1박 2일의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를 끝내고 그 길로 마산 트리피스 수녀원에 다녀왔습니다. 벽을 만지면 침묵이 물처럼 흐른다는 봉쇄수도원이었기에 수도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출가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을 때처럼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창원터미널에서 마중 나오신 원장수녀님과 함께 구불구불 한 산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붉은 벽돌의 3층 건물이었습니다. 그 안으로 안내를 받고 들어서면서 저는 깊이 마음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부디 이곳에 거친 제 슬픔이나 분노를 옮겨놓지 않게 하시고 저로 하여금 평화의 말을 하게 하소서.”


#지거쾌더 작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예수님>


지역 기자님 몇 분과 지역주민들께서 오셨지만 제 강의는 봉쇄 기도원 안쪽에서 진행되었기에 그분들은 두 시간 이상을 문밖에서 기다리셔야 했습니다.

그 두시간 동안 침묵의 수도자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그분들의 눈빛을 말로 전하는 일을 저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침묵의 벽을 넘어 가고 그분들이 그 벽을 넘어 오신 이 시대를 역사는 기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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